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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색 갖추기’ ‘이방인’ ‘단명’ 등...
기업인 출신 정치인에게 붙는 꼬리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도 그간 숱하게 했다. 성과도, 실패도 많았다. 현장에서 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산업군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 사명은 변함 없지만 의석 비중으로 보나 정치판에 몸담는 기간으로 보나 그들이 가야 할 길은 멀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과연 '이재현의 남자'는 '국민의 남자'로 거듭날 수 있을까."
이번 제22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한 최은석 전 CJ제일제당 대표이사 사장을 두고 정재계에서 나오는 질문이다. 그는 대구 동구군위갑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해 74.48%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CJ 출신 중 국회의원이 된 것은 최 전 대표가 최초다. 그만큼 금배지의 무게가 무겁다는 의미다.
최 전 대표는 CJ그룹에서만 20년을 보낸 재무·전략통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쌍용정유(현 에쓰오일)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삼일·삼경회계법인 공인회계사를 거쳐 지난 1996년부턴 8년간 중소기업 성담의 재무담당 임원을 지냈다. CJ와의 인연은 2004년부터다. CJ㈜ 경영진단팀을 시작으로 CJ대한통운 경영전략총괄, CJ그룹 경영전략 총괄부사장 등을 두루 맡았다. 2021년부터 올해 2월까지 CJ제일제당 대표이사를 지냈다.
이 기간 최 전 대표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특히 2021년부터 2년 연속 CJ제일제당의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경영 역량을 입증했다. 앞서 CJ그룹의 대한통운 인수나 CJ제일제당의 미국 냉동식품업체 슈완스 인수 등을 지휘했고 회사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이끌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최 전 대표는 ‘이재현의 남자’로 통했다.
정치인으로 제2막을 연 지금 그가 기업인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국민의 남자’로 거듭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최 전 대표처럼 기업에서 국회로 둥지를 옮긴 이들은 많다. 이명박 전 대통령(현대건설 사장 출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안랩 창업자) 등이 대표적이다. 같은 식품업계로 좁혀 보면 앞서 치킨 프랜차이즈 굽네치킨의 신화를 썼던 홍철호 창업자(제19, 20대 국회의원)나 김호연 빙그레 회장(제18대 국회의원) 등이 활약한 바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도 최 전 대표와 나란히 국회의원이 됐다.
기업인의 정치 입문은 양날의 검과 같다. 성공한 경영인으로서 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 동시에 정치 신인으로서 리스크도 크기 때문이다. 민간 부문에서 공공 부문으로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꼬리표가 생길 수도, 출신 기업에 부정적 이미지를 더할 수도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재계 출신은 현실적인 법안을 마련하는 데 강점이 있지만, 정치적 스캔들에 휘말렸을 때 출신 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환경이 달라지다 보니 롱런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와 달리 최근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강화되는 추세는 긍정적 요소다. 실무 경험에 더해 경영자의 윤리의식이 선진화한 만큼 산업의 건강한 발전과 올바른 권위주의에 이바지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최 전 대표는 CJ제일제당을 이끌던 시절 이사회 안에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ESG 경영체계를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2022 지속가능경영유공 정부포상’에서 CJ제일제당은 최고 훈격인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삼중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가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외식·식품 업계의 가격 인상까지 잇따르고 있다. 기업 경영환경 개선은 민생경제와도 직결되는 만큼 최 전 대표의 '샐러리맨' 정신이 입법 활동에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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