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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때문에?’...넥슨 지주사 NXC, 故 김정주 신사업 정리 속도

Numbers_ 2024. 4. 2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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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때문에?’...넥슨 지주사 NXC, 故 김정주 신사업 정리 속도

고(故) 김정주 NXC 창업자가 추진하던 비게임 신사업이 대거 정리됐다. 프리미엄 유아용품과 애완동물 사료 기업이 대표적이다. 코빗 등 가상자산거래소도 매각 대상으로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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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주  /사진 제공=NXC

 


고(故) 김정주 NXC 창업자가 추진하던 비게임 신사업이 대거 정리됐다. 프리미엄 유아용품과 애완동물 사료 기업이 대표적이다. 코빗 등 가상자산거래소도 매각 대상으로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조단위의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NXC는 자회사 정리와 상속세 재원 마련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경영 효율화를 위해 하위 자회사를 정리하는 과정이고 이들 기업을 매각해 확보할 수 있는 현금 규모가 미미하다는 이유에서다. 

 

매각부터 청산·합병까지...혁신펀드도 정리

 

/그래픽 = 박진화 기자


지난해 NXC 감사보고서에는 총 9건의 매각과 청산·합병 사례가 명시됐다. 김 창업자가 추진하던 비게임 사업이 대부분이다. NXC는 국내 게임사인 넥슨의 지주사다. 

매각 기업은 이탈리아 애완동물 고급 사료업체인 ‘피에몬테 펫 프로덕트(PIEMONTE PET PRODUCTS)’다. 지난 2020년 278억557만원에 인수한 지 3년 만에 전량 매각했다. 이 밖에 미국의 ‘카디널 레보레토리’와 ‘아서 독스웰’을 청산하면서 펫푸드 사업을 대거 정리했다. 

프리미엄 유아용품 판매 기업 네 곳은 흡수합병으로 몸집을 줄였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인수한 기업들로 △베이비젠(BabyZen,  프랑스·독일) △젯키즈(JETKIDS, 노르웨이) △라이마스(LIMAS, 독일) △에보무브(EVOMOVE, 덴마크) 등이 대상이다. 

투자 업종도 정리됐다. 4차 산업혁명 관련 투자를 목적으로 조성한 펀드 ‘삼성디지털혁신주식전문투자 사모투자 1호’도 전량 매각됐다. 김 창업자는 2020년 각 330억원씩 총 990억원 규모로 혁신기업펀드 세 곳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현재 NXC는 나머지 ‘VIP Global Super Growth 전문투자사모신탁’과 ‘미래에셋글로벌혁신 성장포커스 전문투자형 사모증권투자신탁’을 보유하고 있다. 

NXC는 본업인 게임과 무관한 회사에 꾸준히 투자했다. 김 창업자의 사업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업계에서는 매물로 거론되는 노르웨이 유아용품 제조기업 스토케와 가상자산거래소 코빗도 김 창업자가 추진한 신사업 분야로 꼽는다. 

 

잔여 상속세 1.4조원...수십억 배당으론 '역부족' 


업계는 NXC의 이같은 비게임 사업 정리를 오너 일가의 조단위 상속세를 마련하려는 목적으로 풀이한다. 회사의 현금 보유를 늘려 배당을 확대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시각이다. 오너 일가가 매년 납부해야 하는 상속세 규모는 1444억원이다. 남은 상속세 1조4000억원을 10년으로 나눈 값이다.

그래픽 = 박진화 기자


김 창업자가 보유했던 NXC 지분은 67.49%다. 배우자인 유정현 NXC 감사는 29.43%, 장녀와 자녀는 총 0.68%의 지분을 가졌다. 김 창업자가 보유한 주식의 지분가치는 10조원 규모다. 이는 지난해 6월1일 기준 국세청이 환산한 값이다. 이 중 상속세만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한다. 법인 대주주로 최고 60%의 상속세율이 적용된 결과다.

유 감사가 상속받은 김 창업자의 지분은 4.57%다. 장녀와 차녀는 각각 31.46%씩 물려받았지만 총 29.3%를 상속세로 물납하면서 현재 보유 지분율은 각각 16.8%에 그친다. 그 덕에 유 감사는 총 지분율 34%로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2대주주는 기획재정부다. 

상속세로 물납한 주식의 지분가치는 약 4조6000억원이다. 남은 상속세 규모는 1조4000억원으로 유족들은 10년 연부연납을 선택했다. 지난해 유족들이 NXC로부터 거둬들인 배당금 수익은 74억원가량으로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상속세 재원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여의치 않은 곳간 사정...매각으로 현금 확보 '노림수'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방법도 있지만 오너 일가는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는 방안을 택했다. 게임 업계가 어려움을 지속하는 가운데도 넥슨이 높은 수준의 매출을 유지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넥슨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조9323억원, 영업이익 1조2516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며 독주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 ‘데이브 더 다이버’와 ‘더 파이널스’ 같은 신규 게임이 흥행한 가운데 국내에서는 ‘FC온라인’이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도 게임 통계서비스 ‘더 로그’에서 게임 순위 2위를 기록하는 등 선방했다.  

다만 배당금을 확대하기에는 곳간 사정이 여의치 않다. 지난해 NXC가 자회사로부터 거둬들인 배당금 수익은 595억원이다. 전년도의 437억원 대비 18% 증가했다. 반면 NXC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304억원으로 전년보다 35.3%가량 감소했다. 기타수익이 줄어든 가운데 법인세 비용이 늘면서 순손실이 발생한 영향이다. 당기순이익은 현금흐름을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현금이 줄다 보니 배당을 높이지 못했다. 배당금 지급 규모는 116억원으로 전년도와 같다. 수익 감소에도  현금 보유량을 늘리려면 자산을 내다 팔아야 한다. 매각 자금으로 현금을 확보하면 배당 역량이 강화될 수 있다. NXC가 자산 매각을 기반으로 배당 규모를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NXC 측은 “팻푸드 등 비게임 사업 매각은 신사업 축소 방향에 따른 결정이 아니다"라며 "경영효율화 차원에서 이뤄지는 절차상 과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오너 일가의 상속세 재원 마련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오너 일가의 상속세 납부 계획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알기 어렵다"고 전했다. 


조아라 기자 archo@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