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누트컴퍼니는 어쩌다 ‘디지털 문방구’를 키우게 됐을까

Numbers 2023. 11. 4. 00:36

(왼쪽부터) 조지윤 스트롱벤처스 이사, 신동환 누트컴퍼니 대표. (사진=황금빛 기자)

 


“투자를 받아 달라고 1년 넘게 기다렸어요. 우연히 신동환 대표 인터뷰 영상을 봤는데 인상깊은 거예요. 그런데 연락이 안 닿았죠. 그러다 디캠프 디데이에 출전한다는 걸 알게 돼 연결됐어요. 당시 이미 투자 라운드는 마무리 됐더라고요. 그래서 다음 투자 라운드를 시작할 때 연락 달라고 했죠. 그렇게 2022년 5월 리드 투자자로 투자할 수 있게 됐습니다.(조지윤 스트롱벤처스 이사)"

기다림 끝에 투자를 하게 된 회사. ‘위버딩(2020년 7월 론칭)’ 서비스를 운영하는 ‘누트컴퍼니’인데요. 위버딩은 국내 최대 디지털 문방구입니다. 태블릿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덩달아 증가하는 디지털 문구 콘텐츠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만든 C2C(소비자 간 거래) 오픈마켓이죠.

위버딩은 올 9월 ‘굿노트’로부터 25억원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는데요. 홍콩에 기반을 둔 굿노트는 전 세계 2150만명 이상의 월간활성이용자(MAU) 수를 보유한 글로벌 1위 필기 앱 서비스입니다. 굿노트의 스타트업 투자는 누트컴퍼니가 처음입니다. 이 외 누트컴퍼니 투자사론 디캠프, 슈미트, 캡스톤파트너스 등이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신동환 누트컴퍼니 대표, 조지윤 스트롱벤처스 이사와 만나 디지털 문구 콘텐츠 시장과 태블릿 시장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소개 부탁드립니다.

신동환: 글로벌 최대 디지털 문방구인 위버딩을 만들고 있는 누트컴퍼니 대표입니다. 그 전에 종이 노트 사업을 했었고요.  

조지윤: 벤처캐피탈(VC) 업계에 13년 동안 몸담고 있어요. 한국벤처투자와 디캠프, 알토스벤처스를 거쳐 스트롱벤처스에 합류했죠.

Q. 종이 노트 사업이요?

신동환: 2018년 학부생 때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아마존에서 쇼핑을 하다가 한국엔 없는 특이한 종이 노트를 발견했어요. 육각형 패턴으로 인쇄돼 있는 헥사누트인데요. 공대생들이 쓰는 건데 조금 불편하다는 친구들의 피드백이 있었어요. 그걸 좀 개선해서 특허청에서 디자인권도 받고 직접 제작해 친구들에게 팔았죠.

Q. 위버딩 서비스를 하게 된 계기는요.

신동환: 종이 노트 사업이 재미있는 사이드 프로젝트였지만 졸업을 한 뒤에도 계속 할 거냐는 고민이 있었죠. 고객 피드백도 있었어요. 2020년 상반기 학생들이 막 태블릿을 쓰기 시작하던 때였는데요. 종이 노트를 태블릿에서 쓸 수 있는 PDF 파일로 만들어 달라는 거예요. 굿노트 같은 앱에서 쓰기 편하게 가공해서 팔아달라고도 했고요.

Q. 학생들이 태블릿으로 필기를 많이 하나요?

신동환: 저도 당시에는 태블릿을 안 쓰고 있어서 몰랐는데요. 듣고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태블릿으로 필기를 많이 하고 있더라고요. 특히 공대생들은 거의 다 쓰고 있었어요. 타이핑하기 어려운 과목을 배우는 과들은 먼저 썼던 거 같아요.

조지윤: 요즘은 교재를 가지고 다니지 않고 PDF 파일로 옮겨서 필기를 하더라고요. 스트롱벤처스 투자 포트폴리오 가운데 설탭(비대면 온라인 과외)과 노팅(이북 플랫폼)이 있는데요. 그런 회사들의 지표를 보면 체감이 돼요. 공부하는 10대, 20대는 태블릿으로 넘어가고 있어요. 코로나 영향도 컸고요. 정부에선 2025년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죠. 지난해 기준 국내 10대 가운데 54%는 태블릿을 보유하고 있어요. 그리고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도 많이 하잖아요. 저도 어릴 때 다꾸하면서 종이, 스티커, 연예인이나 캐릭터 사진 등을 많이 소비한 적 있는데요. 추억의 문방구처럼 위버딩이 현재 10대들에게 디지털 문방구가 될 수 있단 생각이 들어요.

Q. 10~20대에겐 태블릿이 훨씬 편한 거죠?

신동환: 언제 처음 접했느냐, 목적에 따라 나뉘는데요. 현재 20대는 대학생 때 많이들 접했죠. 그래서 직장인이 된 20대 후반엔 취미 생활이나 엔터테인먼트용으로 태블릿을 씁니다. 일기도 태블릿으로 쓰고요. 사실 종이를 쓴다고 해도 A4 용지를 사서 쓰지는 않잖아요.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캐릭터가 들어간 디자인 노트를 사죠. 다 쓰지 않더라도 또 사고 자기 스타일에 맞는 걸 찾아다니고요. 디지털 문구에 대한 니즈는 정확히 종이 때랑 같아요.

Q. 앞으로도 이런 니즈는 증가할까요?

신동환: 지금까지 태블릿 이용자가 전 세계적으로 확 늘어난 계기가 두 번 정도 있었어요. 스타일러스 펜슬(전자필기도구)이 나왔을 때랑 코로나 때요. 세 번째는 국가마다 상황이 다른데요. 한국은 디지털 교과서 영향이 컸어요. 다른 나라보다 도입이 빠른 편이거든요. 그러다보니 태블릿 이용자 입장에선 종이에서 누렸던 것들이 태블릿 안에 다 들어갔으면 하는 거죠. 저희가 타깃하는 시장이고요.
 
Q. ‘디지털 문구 콘텐츠’를 정의한다면요.

조지윤: 위버딩이 만든 새로운 콘셉트이긴 한데요. 표현의 차이지 해외에도 이러한 디지털 에셋을 크리에이터들이 만들어서 자유롭게 판매는 하고 있었어요.

신동환: 종이 다이어리나 플래너, 그 위에 하는 다꾸. 똑같이 태블릿에서 하거든요. 템플릿, 그 위에 붙일 수 있는 스티커, 캐릭터 등. 다양한 목적에 따라 제작돼 판매되는 걸 디지털 문구라고 봐주시면 돼요. 해외는 좀 더 빠르긴 했죠. 미국이 우리보다 태블릿 시장 보급이 빨랐고요. 해외에선 주로 '디지털 스테이셔너리'라고 부릅니다. 미국의 '엣지', 유럽의 '크리에이티브 패브리카'가 대표적인 서비스예요. 미국은 10대에 좀 맞춰져 있고 유럽은 10~20대가 타깃입니다. 나라마다 인종마다 좋아하는 디자인이 달라요.

Q. 위버딩 고객의 구체적 니즈는 어떤가요.

신동환: 확실히 10대는 스티커를 많이 사고요. 20대는 공부할 때 필요한 걸 많이 사고 30대부터는 다이어리와 플래너, 가계부, 운동일지 등 자기계발에 필요한 걸 많이 사요. 그리고 요즘 어릴 때부터 태블릿을 많이 보잖아요. 저희 크리에이터들 가운데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님들이 많아요. 아이들이 태블릿으로 색칠 공부 같은 걸 하니까 컬러링북 같은 걸 직접 만들어 위버딩에 판매도 하죠.

(사진=위버딩)


Q. 디지털 문구 콘텐츠 크리에이터 생태계는 어떤가요.

신동환: 저희가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엔 유료 템플릿이 우리나라에 거의 없었어요. 대부분 무료로 만들어서 배포하고 공유했죠. 그런데 저희 서비스가 등장하고 나서 퀄리티가 훨씬 높은 템플릿 유료 버전들이 만들어지면서 쇼핑할 맛이 나는 디지털 문방구 역할을 하게 됐어요. 크리에이터 입장에선 유료 상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 생겼고요. 크리에이터 가운데 80%는 개인이에요. 부업으로 하시죠. 법인 사업자 같은 경우 캐릭터 IP(지적재산)를 보유한 업체가 입점하고요. 국내외 합쳐 크리에이터가 2700명 정도 됩니다.

조지윤: 디지털 문구 콘텐츠는 확장 가능성도 커요. 국경을 넘어 글로벌 이용자들을 만날 수도 있고요. 해외 이용자들이 위버딩 크리에이터가 될 수도 있죠. 나아가 다른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를 활용해 재구성한 콘텐츠를 만드는 등 2~3차 콘텐츠도 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한국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디지털 문구 콘텐츠가 훨씬 예쁩니다. 'K-콘텐츠'로서의 잠재력도 크다고 생각해요.

신동환: 한국 크리에이터들은 손도 빨라요. 해외 크리에이터들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한국 크리에이터들을 데리고 해외 시장을 초기에 공략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한국 크리에이터들의 노하우를 담은 영상을 저희가 제작해 한국인 크리에이터들이 학습할 수 있게 제공하기도 했는데요. 내년 초쯤 태국 크리에이터들에게도 제공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태국의 경우 콘텐츠 제작 능력과 태블릿 구매력이 다 좋은 국가예요.

Q. 저작권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베낀 콘텐츠도 있을 것 같아요.

신동환: 기본적으로 크리에이터 콘텐츠는 크리에이터에게 저작권이 있고요. 아까 2~3차 콘텐츠로 제작 가능하다고 했잖아요. 서비스를 고도화하면 기본적인 템플릿 위에 또 다른 콘텐츠들을 레이어 형태로 형성하는 구조가 가능합니다. 그러면 저작권을 갖고 있는 크리에이터들이 수익을 나누는 게 가능하죠. 가능하려면 콘텐츠가 상당히 많아야 하고요. 위버딩이 크리에이터들을 다 데려올 만한 힘이 있어야겠죠. 템플릿이나 스티커, 캐릭터 등의 모방도 있을 수 있는데요. 저희가 중재한 사례는 한 번 정도 있었습니다. 분쟁이 나면 중재를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검수는 이미지 검색 엔진 등 기술로 대응하고 있고요.

(사진=위버딩)


Q. 성과는요.

신동환: 지금까지 위버딩 안에서 판매된 디지털 문구 콘텐츠는 21만 건 정도고요. 월로 따지면 시즌에 따라 다른데 6000~1만 건입니다. 콘텐츠 수는 1만7000개 정도예요. 위버딩 가입자 수는 국내외 합쳐 6만명 정도(국내 90%)고요. MAU는 5만명입니다. 매출(수익모델은 수수료)은 지난해에 비해 올 10월 기준 250% 정도 성장했습니다.

Q. 굿노트 투자는 어떻게 이뤄졌나요?

신동환: 저희가 콜드콜(상대방에게 먼저 직접 연락)을 했어요. 협력을 시작한 게 올 3월인데 투자 논의가 4월에 나왔어요. 최종적으로 투자 완료를 한 게 9월인데요. 빠르게 진행됐죠. 처음부터 잘 맞았고 협력을 하면서 시장을 서로 잘 이해하는 파트너를 만났다고 생각해서 가능했어요. 어떻게 보면 니치한 마켓이거든요. 이 시장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파트너고요. 얘기가 잘 통했죠. 스트롱벤처스의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굿노트는 VC도 아니고 스타트업 투자도 처음이었거든요. 프로세스가 없었어요.

조지윤: 저희는 미국 VC 잖아요. 누트컴퍼니의 유일한 해외 주주로서 굿노트 투자조건과 영문 계약서 협의, 가이드 등에 도움을 줬는데요. 굿노트 쪽에서도 신뢰했죠.

Q. 마지막으로 시장 확장 계획과 전망은요.

신동환: 한국 크리에이터들을 중심으로 해외 고객을 타깃하는 게 가능하긴 하지만 실제 해외 시장에 나가려면 현지에서 고객을 직접 만나 관계를 쌓아야 해요. 그래서 현지 시장을 완전히 이해하는 ‘덕력(특정 분야에 열정적인 마니아)’ 가득한 팀원들이 필요해요. 투자 유치 이후 해외 채용을 생각하고 있어요. 시장 규모는 저희가 추산할 때 전 세계 태블릿 보급량이 스마트폰의 3분의 1 내지 4분의 1정도거든요. 10억대 정도 분포돼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가운데 필기를 목적으로 태블릿을 쓰는 이용자들은 월 5000만명 정도로 추산해요. 종이 시장에서 필기용품 등의 구매력이 디지털로 넘어오는 데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그 정도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고 보고 나아가고 있습니다.

황금빛 기자 gold@bloter.net

 

 

▼기사원문 바로가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