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지배구조 분석

[유한양행 대변신] 대주주 유한재단 최근 5년 이사회 현황 분석

Numbers_ 2024. 4. 2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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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대변신] 대주주 유한재단 최근 5년 이사회 현황 분석

유한양행의 변화하는 행보를 분석합니다.유한양행이 15년 만에 정관 변경을 통해 부활시킨 회장직은 여러 파문을 남겼다. 커지는 조직 규모에 걸맞은 '대변신'이라는 표면적인 이유와 함께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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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의 변화하는 행보를 분석합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유한양행 조욱제 대표, 유일링 유한재단 전 이사, 이정희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 사진제공 = 유한양행


유한양행이 15년 만에 정관 변경을 통해 부활시킨 회장직은 여러 파문을 남겼다. 커지는 조직 규모에 걸맞은 '대변신'이라는 표면적인 이유와 함께 '전문경영인의 회사 사유화 포석'이라는 시선도 있다.

회장직 하나를 신설하는데 회사를 사유화한다는 지적은 왜 나왔을까? 유한양행은 엄연히 '유한재단'이라는 대주주가 존재하고, 대주주는 유한양행 경영 행위를 언제든지 견제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지난 정기주주총회에서 95%라는 압도적인 주주의 지지를 받으며 회장직 신설 안건이 통과됐는데, 이는 대주주(15.77%)인 유한재단이 해당 안건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는 의미다. 달리 말하면 대주주인 유한재단의 입장에서 유한양행이 회장직을 신설한다고 해서 대주주의 권한에 큰 문제가 생긴다고 바라보지 않고 있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전문경영인의 사유화 포석' 논란을 제기하는 측은 대주주인 유한재단의 이사회 구성이 점차 회사(유한양행) 경영진과 가까운 인맥들로 채워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주주(유한재단)의 회사(유한양행) 견제 기능은 약화될 수밖에 없고 대주주와 회사가 점점 같은 몸이 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연 그런지 유한재단의 이사회 구성원 면면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블로터>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5년간 유한재단의 이사회 구성원 현황을 분석해봤다.


재단 이사진에 유한양행 전직 임원 '과반'


유한재단은 유한양행의 주식 15.77%(2023년 12월 31일 기준)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2대 주주는 국민연금공단(9.67%)이며, 자사주 8.32%, 유한학원 7.75% 등이 5%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다.

지난 5년간 유한재단의 이사회 구성원을 보면 대부분의 이사들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특징을 꼽으라면 이사회 명부에 유한양행 전현직 임원의 이름이 많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10명의 이사 중 6명이 유한양행에서 일을 해 본 관계자다. 

대표적으로 이정희 유한양행 의장(기타비상무이사)과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를 들 수 있다. 두 명의 인물은 지금도 현직으로 유한양행에서 근무 중이다. 김성섭 전 유한크로락스 대표이사 사장, 송두영 전 유한양행 재무팀 이사도 이사진에 포함돼 있다. 

이밖에도 유한양행 합작회사로 알려진 쉐링프라우의 정수길 전 대표이사 사장, 유한양행에서 상무까지 역임한 박노석 전 신신제약 회장 역시 유한양행과 연관돼 있는 인물이다. 

2019-2023년 유한재단 이사회 변화 / 자료 =유한재단 공인법인 결산공시


이정희 유한양행 의장이 가장 눈에 띈다. 유한양행 임원으로는 유일하게 5년 연속 유한재단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기간에 이정희 의장은 '직전 3년(5년) 계열 기업 임원'으로 계속 근무한 사람이기도 하다. 

이 의장은 지난 2019년 이사로 선임됐는데, 연만희 유한양행 전 고문이 빠지고 그 자리에 선임됐다. 이 과정에서 6명이던 이사진이 9명으로 늘어나고 당시 김린 이사(고려의대)도 임기를 마치며 이사진 중 5명이 새롭게 선임됐다. 

이때 새롭게 이사로 선임된 인물은 이 의장 외에도, 김성섭 이사, 송두영 이사, 정수길 이사, 신정승 이사 등으로 신규 이사 4명 중 3명이 유한양행 관계자였다.


유일링 전 이사의 짧은 임기

 

또 눈에 띄는 인물은 유한양행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의 유일한 친손녀 유일링 전 이사다.

유일링 전 이사가 유한재단 이사로 선임된 것은 지난 2020년이다. 유일링 전 이사가 이사로 선임되는 해 이사진의 수도 9명에서 10명으로 늘어났다. 

공익법인의 설립ㆍ운영에 관한 법률 5조 5항에서는 공익 법인의 현역 이사진 중 특수관계인을 5분의 1 이상 둘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유한양행의 현직 임원인 이정희 의장이 이사진에 포함돼 있던 상황에서 20%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는 이사진의 숫자를 늘릴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선임된 유일링 전 이사는 2021년까지만 이사직을 수행했고 2022년 재선임되지 않았다. '미국에 지내며 이사회에 참가를 거의 못 하고 있었다'라는 것이 이유다.

2019-2023년 유한재단 이사진 이력  / 자료 =유한재단 공인법인 결산공시


이 의장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유한재단에서 유일링 이사가 재선임되지 않은 건 참석률이 더 높은 인물이 기여하는 것이 더 낫다고 이사회에서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당시 이사장이 유일링 이사에게 미리 통보했고 만장일치로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유일링 전 이사의 이사회 진입과 함께 늘어난 이사진의 자리는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가 선임됐다. 재단 설립자의 특수관계인인 유일링 이사가 빠진 자리에 현직 유한양행 핵심 경영진이 들어오게 된 셈이다.

유한재단 이사진은 이후 변화하지 않은 상태다. 드러난 이사진 현황으로만 보면, 점진적으로 유한재단 이사진에 유한양행 전직 경영진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황병우 기자 tuai@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