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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피너티, ‘락앤락’ 엑시트 방정식 어떻게 풀어낼까

Numbers 2024. 4. 2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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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피너티, ‘락앤락’ 엑시트 방정식 어떻게 풀어낼까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가 밀폐용기 제조사인 락앤락 지분 공개 매수에 나선다. 락앤락의 인수금융이 내년 만기 도래하면서 공개매수 및 상장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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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락앤락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가 밀폐용기 제조사인 락앤락 지분 공개 매수에 나선다. 락앤락의 인수금융이 내년 만기 도래하면서 공개매수 및 상장폐지 후 대규모 배당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고자 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현재 락앤락이 기업가치 개선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어피너티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전략에 이목이 쏠린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어피너티는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이달 18일부터 내달 14일까지 27일 동안 락앤락 보통주 1314만112주(30.33%)를 공개매수하고 있다. 공개매수 가격은 보통주 1주당 8750원으로 발표 전날 종가(8180원) 대비 6.9% 높은 수준이다.

기존 락앤락 지분 69%를 보유 중인 어피너티는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곧바로 락앤락의 상장폐지를 단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규정상 최대주주가 자사주를 제외한 주식 95% 이상을 보유하면 나머지 주주의 동의 없이도 자발적 상장폐지를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어피너티는 응모율과 관계없이 공개매수에 응한 주식 전부를 매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어피너티가 1150억원을 추가로 투입하면서까지 상장폐지 및 공개매수에 나선 까닭은 인수금융 만기가 내년에 도래하면서다. 락앤락의 인수금융 만기는 2025년 12월 5일로 투자금 회수에 조속히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어피너티가 락앤락 인수금융 만기를 연장할수록 금리가 급격히 높아져 펀드 수익률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공개매수로 락앤락이 상장폐지 된다면 어피너티는 락앤락 매각 시 기업가치를 현재보다 높게 책정해서 투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기업이 비상장 상태가 된다면 주가의 영향에서 벗어나 별도의 공정가치평가를 거쳐 기업가치를 산출할 수 있다. 그간 시장에서는 락앤락이 2017년 어피너티 품에 안긴 뒤 실적 내림세로 주가가 떨어져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락앤락의 주당 기업가치는 2017년 12월5일 장중 3만1261원 수준까지 올랐지만 전날(24일) 종가 기준 8680원에 불과하다.

관건은 어피너티가 투자금을 온전히 회수할 수 있는지의 여부다. 어피너티의 락앤락 투자 금액은 공개매수 금액을 포함해 총 7443억원에 달한다. 반면, 어피너티가 현재까지 락앤락을 통해 회수한 금액은 1035억원에 불과하다. 어피너티가 내년까지 6408억원의 투자금을 회수해야 본전을 챙기는 셈이다.

어피너티는 대규모 배당으로 자금을 추가 회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락앤락의 공개매수와 상장폐지 시 어피너티의 지배력이 강화돼 배당금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락앤락의 이익잉여금은 4882억원이다. 이 중 실질적인 배당 재원으로 쓰일 수 있는 미처분이익잉여금은 4744억원이다.

또한, 현재 락앤락은 중국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락앤락일용품소주유한공사 지분을 매각하기로 하고 원매자와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자산 매각이 이뤄지면 현금을 확보한 뒤 재차 배당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어피너티는 락앤락의 자산 매각, 배당 등을 통해 투자금 회수를 진행했다. 2021년 아산공장을 매각했고, 인도 현지의 영업법인도 청산했다. 베트남과 중국에 위치한 해외 공장을 매각했다. 현금이 확보되자 2022년과 2023년엔 각각 분기 배당(577억원)과 결산 배당(105억원)을 통해 총 683억원을 챙겼다. 지난해 10월에는 유상감자를 통해 279억원을 수령했다.

일각에서는 어피너티의 엑시트 방식에 대해 아쉬운 시선도 보낸다. 사업에 대한 정교한 분석으로 실적 및 기업가치를 개선하기보다 인적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등 엑시트에만 매몰된 방식으로 경영했다는 지적이다. 2021년 325억원이던 락앤락의 영업이익은 지난해(-211억원) 적자로 돌아서는 등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주력 제품인 밀폐용기 시장이 레드 오션이 되면서 출혈 경쟁을 일으키고 있는 데다 제조 원가까지 오른 결과다. 실적 하락이 이어지면서 락앤락은 생산 효율을 제고하기 위해 지난 11월 안성공장의 운영을 중단하는 등 긴축 경영과 사업재편을 단행하고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PE 입장에서는 비용을 줄여야 펀드의 수익성을 높이고 투자금 회수가 용이하기에 어쩔 수 없겠지만 직원을 대상으로 한 임금 삭감, 구조조정 등의 경영은 안타깝다”고 밝혔다.

한편, 어피너티 측은 향후 락앤락의 엑시트 등과 관련해 답변을 내놓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