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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독립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루터프라이빗에쿼티(루터PE)가 9여년간 보유 중인 포트폴리오 기업 계양전기의 지분을 대거 정리했다. 계양전기의 기업가치가 크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실질적인 손실을 감내하며 투자금 회수에 나선 모습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루터PE는 지난달 12일과 이달 2일 ‘케이머스원’이 보유한 계양전기 지분을 처분했다. 보통주 231만7500주 가운데 56.6%인 131만1241주를 팔았다. 평균 처분단가는 2493원으로 총 매각대금은 33억원이다.
케이머스원은 루터PE가 2014년 5월 1335억원 규모로 결성한 PEF ‘알에스지’의 특수목적법인(SPC)이다. 같은 해 10월 설립된 케이머스원은 2015년 2월 처음으로 계양전기의 지분을 인수했다. 당시 확보한 지분은 160만7667주(4.93%)로 약 65억원이 투입됐다.
케이머스원은 이후에도 계양전기 지분을 꾸준히 사들였다. 첫 매입 이후 8월까지 총 42차례에 걸쳐 보통주 136만1795주를 장내에서 매입했는데, 이때 들어간 투자금은 60억원 정도로 파악된다. 총 125억원이 계양전기 지분 인수에 투입된 셈이다. 이를 통해 케이머스원은 계양전기 지분율을 9.11%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루터PE 입장에선 상당히 아쉬운 성적표다. 케이머스원이 현재 보유 중인 계양전기 잔여지분은 2.29% 정도인데, 이를 현재 주가(10일 종가 2200원)에 모두 팔아도 14억원밖에 얻지 못한다. 125억원을 투자하고 그 절반도 안 되는 47억원만 회수하는 셈이다. 원금이라도 건지기 위해선 계양전기의 주가가 지금보다 6.7배가량 뛰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9년간 자금을 제공해주고도 사실상 손실을 보는 구조다.
실제 루터PE가 지분을 인수한 이후 계양전기의 본질가치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전동공구와 자동차용 모터 제조에 주력하는 계양전기는 지난해 -13억원의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를 기록했다. 2018년까지 200억원대 흑자였던 회사의 EBITDA는 꾸준히 하락하다가 2022년 -1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 기간 계양전기가 속한 해성그룹에는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2020년 4월을 기점으로 지주회사 전환 작업에 나서면서 핵심 계열사간 분할·합병이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계양전기는 지주회사인 해성산업 아래로 편입되기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해성산업은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를 발행하고, 이 신주에 대한 납입금 대신 계양전기 주식을 현물로 출자받는 작업이다.
이를 통해 단재완 해성그룹 회장 일가는 계양전기 주식을 해성산업의 신주로 바꾸면서 ‘단 회장 일가→해성산업→계양전기’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는 데 성공했다. 당시 계영전기의 주가는 3000~4000원대로 소폭 오르긴 했지만, 루터PE가 최초 지분을 취득했을 당시와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결정적으로 계양전기의 기업가치가 하락한 계기는 지난해 2월 246억원의 횡령사건이 일어나면서다. 당시 회사의 한 재무팀 직원이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총 195회에 걸쳐 246억여원을 자기 계좌로 이체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을 빚었다. 이 사고로 인해 계양전기는 주가가 2000원 초반대로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약 5개월 동안 주식 거래가 정지되는 불운을 맛봤다.
루터PE의 알에스지 또한 청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알에스지의 펀드 만기일은 2022년 4월이었다. 루터PE는 만기를 1년 연장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계양전기가 횡령사건으로 곤혹을 치룬 것이다. 이에 루터PE는 펀드 만기를 2024년 5월 23일로 한 차례 더 늘렸으나, 투자자산의 엑시트가 요원해지자 손실을 감내하고 계양전기 지분을 처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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