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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구조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이마트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신세계그룹과 핀테크 기업 토스(비바리퍼블리카)가 1년여간 진행해 온 SSG페이(쓱페이)·스마일페이 매각 협상이 결렬되면서다. 내부적으로 이마트는 올해 실적 개선이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지만 '계륵'으로 전락한 두 간편결제서비스의 운영 방안을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24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쓱페이와 스마일페이의 매각이 최종 무산됐다. 지난해 6월 신세계그룹은 토스를 우선협상권대상자로 선정하고 협상을 벌여 왔지만, 두 사업부의 시너지 방안을 두고 양사 간 의견이 좁혀지지 않은 데 따른 결과다.
쓱페이와 스마일페이는 이마트 이커머스 자회사인 쓱닷컴과 지마켓이 각각 운영하는 간편결제서비스다. 쓱페이는 지난 2020년 신세계I&C로부터 쓱닷컴이 양도받았고, 스마일페이는 지난 2021년 이마트가 지마켓을 인수하면서 산하에 포함됐다.
이마트 관계자는 "사업 시너지 창출을 목적으로 매각을 추진했으나, 이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양사 간 의견 차이가 있었다”며 “현재로서 매각은 고려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마트로선 아쉬운 결과다. 협상 과정에서 쓱페이와 스마일페이는 7000억원 규모의 사업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10%는 현금, 나머지 90%는 토스 지분을 넘겨받는 조건으로 거래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지난해 이마트는 469억원(연결기준)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도 강등이 잇달았고 이에 따라 상환, 차환 등 이마트의 자금조달 부담은 커졌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사채만 1조9000억원(연결기준 1분기 포함)규모로, 지난해말 기준 이마트가 보유한 현금성자산(1조7712억원)을 웃돈다. 지난달 전사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곧바로 이마트에브리데이 흡수 합병까지 결정한 이마트로선 이번이 단비 같은 협상이었던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간편결제 사업이 비효율 사업부로 분류되는 만큼 이마트는 아쉬운 결과를 받았다"며 "(매각이 성사 됐다면) 이마트가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부실 사업부 정리 실패... 절치부심하나
이마트가 간편결제 사업부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건 회사에 가져다주는 수익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쓱페이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거래액)이익률이 0.5~0.6%에 불과하다. 쓱닷컴(12.4~16.6%)이나 더블유컨셉코리아(16.0~16.4%), 이마트에브리데이(27.7%~28.3%),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에스씨케이컴퍼니(49.6~52.6%) 등 이마트 타 계열사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표다. 매출액이익률이란 매출액에서 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영업활동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여기에 신세계그룹 내에서 공존한 두 사업부의 시너지 효과도 미비했다. 이마트라는 유통 공룡을 두고도 이들 사업부가 ‘카카오페이-카카오톡 선물하기’나 ‘네이버페이-네이버쇼핑’처럼 강력한 시그니처 관계로 발전하지 못한 배경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마트는 추가적인 매각 협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유통 업계 안에서도 쿠팡(쿠페이)을 비롯해 롯데(L페이), 현대백화점(H포인트페이), GS리테일(GS페이), 컬리(컬리페이) 등 저마다 간편 결제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사실상 페이 서비스 자체만으로 수익을 기대하는 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페이 시장을 전체로 확대하면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삼성페이의 3강 구도로 굳혀졌다. 쓱페이·스마일페이 활용 방안에 난항이 예상되는 이유다.
다만 쓱페이와 스마일페이를 합하면 가입자가 2500만명을 웃돌아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고, 쓱페이의 경우 거래액 성장률이 최대 21.8%에 달한다는 점은 희망적인 지표다. 지금은 두 서비스가 각자 운영되고 있으나 사업 효율화의 일환으로 통합 운영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는 게 이마트 입장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양수도 계약이 무산됐지만 각기 운영, 통합 운영 등 가능성을 열어 두고 운영 전략을 고민할 예정"이라며 "토스와 협업 역시 꾸준히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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