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다. 아시아나항공 이사진이 화물사업부 매각안이 담긴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 제출을 승인하면서 넉넉한 실탄을 확보하는 한편, 영구채전환사채(CB)의 금리를 낮추게 됐다.
주요 매출처인 화물사업부 매각 절차가 진행되면서 장기적으로는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기업결합이 무산될 경우 지원금 대부분이 빚으로 바뀌어 이자 비용을 늘어날 수 있는 점도 부담이다.
아시아나항공 확정 몫, 7000억 중 1500억
지난 2일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단기 성과는 7000억원에 달하는 운영자금 확보다. 아시아나항공의 올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181억원, 이자 비용은 2345억원이다. 벌어들이는 돈의 74%를 이자로 내고 있는 셈이다. 이번 대한항공의 지원으로 다소 원활하게 회사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을 유럽연합 집행위윈회(EC)에 제출키로 승인하면서 신주인수계약에 따른 계약금 3000억원과 중도금 40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 운영비로 승인했다. 앞서 2020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에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행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조치다.
당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이 자금을 활용하지 못하게 제한을 뒀다. 이번 이사회에서 조치안이 가결되면서 EC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을 때까지 운영자금으로 쓸 수 있도록 했다.
EC가 기업결합을 승인하면 계약금 중 1500억원은 이행보증금으로 전환된다. 이행보증금이란 합병이 무산돼 신주인수계약이 취소돼도 아시아나항공에 완전히 귀속되는 자금이다.
EC가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거나 미국 또는 일본이 기업결합을 반대해도 아시아나항공은 1500억원을 보유하게 된다. 나머지 5500억원은 토해내야 한다. 이 중 2200억원 한도로 영구채로 전환되며, 나머지는 대여금으로 바뀐다.
대한항공, 산은이 준 2조로 아시아나항공 1.8조 지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투입하는 자금은 총 1조8000억원이다. 제3자 유상증자 방식의 신주인수자금 1조5000억원, 신규 영구채전환사채(CB) 3000억원 규모다.
계약금과 중도금을 제외한 나머지 8000억원의 신주인수금은 오는 2024년 12월 10일에 납부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이 공시에서 언급한 ‘거래종결기한’에 해당하는 날짜다. 만약 거래종결기한까지 기업결합 승인이 나지 않으면 기한을 3개월 연장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 참여로 1억3157만8947주의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취득할 예정이다. 신주발행으로 대한항공이 보유할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은 63.7%다.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건설의 지분율은 30.8%에서 11.1%로 줄어든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발행주식 총수는 2억2323만5294주, 상장주식 총수는 7441만1764주다. 아시아나항공이 2020년 12월 24일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1억4882만3530주를 소각하면서 발행주식 총수 대비 33%의 주식만 상장된 상태다.
감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자본금은 1조1162억원에서 3721억원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자본잠식률 50%를 벗어나 관리종목 지정을 피할 수 있었다.
대한항공의 지원금은 모두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산업은행은 2020년 5월 수출입은행과 함께 대한항공에 CB 3000억원을 포함해 총 1조2000억원을 지원했다.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인 한진칼에는 EB를 포함해 8000억원을 투입했다. 총 2조원 규모다. 업계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두고 ‘무자본 M&A’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CB 금리 인하 효과는 최소 3%포인트
대한항공의 또 다른 지원책은 금리인하다. 금리 인하 폭은 최소 3%포인트로 계산된다.
대한항공은 2020년 12월 아시아나항공을 대상으로 30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금리는 12.5%다. 최초금리 7.2%에 발행 후 스텝업(step-up) 금리 2.5%를 가산한 후 조정 금리를 더한 값이다. 스텝업 금리란 최초 중도상환이 가능한 날부터 일정 연도마다 가산되는 금리다. 채무 상환을 강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에 아시아나항공은 같은 금액의 CB 발행을 결정했다. 금리가 낮은 CB를 새로 발행해 금리가 높은 CB를 상환하는 식이다. 마찬가지로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시정조치안 제출을 승인한 데 따른 조치다.
최초금리는 4.7%, 발행일로부터 2년이 경과하면 ‘조정금리+3%’를 가산한다. 발행일로부터 5년이 경과하면 매년 0.5%를 추가 가산한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이 2025년 11월까지 영구채를 갚지 못하면 금리는 최소 7.7%, 5년 후인 2028년 11월에는 8.2%로 올라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당장 자금 수혈로 숨통이 트이게 됐지만, 화물사업부 매각 결정에 따른 실적 감소와 기업결합 불승인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 확대 위험이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안정적인 현금흐름으로 운영비를 부담할 수 있는 만큼 당장 5500억원의 자금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올 상반기 연결기준 아시아나항공의 현금성자산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해 2조3000억원이다. 영업 현금흐름을 나타내는 EBITDA(에비타·상각전영업이익)는 8040억원이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5500억원은 합병이 결렬되면 다시 대한항공에 돌려줘야 하는 돈”이라면서도 “아시아나항공이 지금 당장 5500억원을 운영비로 활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화물사업부 매각 결정으로 화주가 줄어 실적이 감소할 가능성이 큰 점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조아라 기자 archo@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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