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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샐바시온 구조개편]① 새주인 만난 뒤 350억대 본사 사옥 매각 '왜'

Numbers 2023. 11. 7. 20:00

 

인천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수성샐바시온 본사 (사진=네이버 지도)


코스닥 상장사 수성샐바시온이 인천 본사 사옥 매각을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매각이 완료되면 수성샐바시온은 351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사측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회사는 불안한 재무상태로 인해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계속기업 가정’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어떤 식으로든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일부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본사 사옥 매각에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란 의구심을 품고 있다. 앞서 이뤄진 인수합병(M&A)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거래 형태의 특이성도 제기된다. 전환사채(CB)가 대량 발행됐기 때문이다. 수성샐바시온도 M&A 과정에서 CB를 잇따라 발행했는데, 이런 CB는 향후 대규모 물량출회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되는 이유다.


본사 사옥 매각 351억원 확보…수혜자는 '투믹스홀딩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물류 운반기계 제조기업 수성샐바시온은 최근 인천 서구의 본사 사옥과 토지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인수자는 목제품 도매업체 ‘유원우드’이며, 매각일은 오는 2024년 5월 15일이다. 매각가는 총 351억원으로 수성샐바시온의 총자산 대비 35.53%에 해당한다.

 


수성샐바시온은 이번 결정이 ‘재무구조 개선 및 유동성 확보’를 위함이라고 밝혔다. 실제 회사가 토지, 건물 등 유형자산을 매각하는 건 대표적인 유동성 확보 정책으로 꼽힌다.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이 좋지 않거나 급전이 필요할 때 보유 자산을 팔아 현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수성샐바시온의 재무구조를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15억원, 순손실 149억원에 영업활동현금흐름 -48억원으로 나타났다. 또한 유동부채가 557억원으로 유동자산 478억원을 웃도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외부감사인(신한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사항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음을 나타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본사 사옥 매각에 재무구조 개선 외의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앞서 수성샐바시온의 경영권을 인수한 투믹스홀딩스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수성샐바시온은 지난 7월 샐바시온투자조합에서 투믹스홀딩스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바 있다. 투믹스홀딩스는 현금 납입(195억원)과 유상증자(150억원), 24·25회 전환사채(CB) 인수(165억원) 등으로 수성샐바시온을 손에 쥐었다.

딜 진행순서를 되짚어 봤을 때 투자자의 주의도 요구된다. 금융감독원이 수차례 지적했던 무자본 M&A 형태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현금 유출 없이 상장사를 인수한 이들이 블록체인, 바이오 사업 등에 진출한다고 발표해 주가를 띄운 후 주식을 모두 처분해 이득을 취하는 것이 대표 사례라고 밝힌 바 있다. 이때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게 CB다.

투믹스홀딩스 또한 수성샐바시온을 인수하는 데 돈이 전혀 들지 않았다. 투믹스홀딩스는 성인 웹툰 플랫폼인 ‘투믹스’를 100% 자회사로 두고 있다. 투믹스홀딩스가 수성샐바시온 인수를 결정한 이후 수성샐바시온은 투믹스홀딩스로부터 투믹스의 지분 41%를 717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해당 금액은 수성샐바시온 인수대금(510억원)을 뛰어넘는 금액이다.

인수구조를 살펴보면 계약금 30억원과 중도금 150억원 등 552억원은 현금으로 지급했으며, 나머지 165억원은 수성샐바시온의 24·25회 CB로 스왑(교환)했다.

이 기간 수성샐바시온에서도 눈에 띄는 자금 거래가 있었다. 수성샐바시온은 7월 31일 2개의 CB(22·23회)를 발행했다. '얼머스성장지원투자조합2호', '바로신기술투자조합4호', '아스톤리버제5차', '2022얼머스세컨더리투자조합' 등 4곳의 재무적투자자(FI)가 등장했다. 수성샐바시온은 본인들이 인수할 투믹스 지분 41%(9288주) 등을 이들에게 담보로 맡기고 202억원을 조달했다.

결과적으로 현금 대신 쓰인 24·25회 CB를 제외하면 수성샐바시온이 투믹스를 인수하는 데 들어간 돈은 552억원이다. 인수를 위해 FI 자금까지 끌어들였다. 반면 투믹스홀딩스가 수성샐바시온을 인수하는 데 투입한 금액은 그보다 적은 345억원(현금 195억원·유상증자 150억원)이다. 투믹스홀딩스 입장에선 돈을 들이지 않고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하면서 207억원(552억원-345억원)의 현금까지 확충한 셈이다.

수성샐바시온 입장만 놓고 보면 이 같이 돈만 나가는 딜에 임할 이유가 없지만, 시장은 이 모든 과정이 투믹스홀딩스 측의 주도 하에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찜찜한 남긴 수성샐바시온 M&A

 

이번 수성샐바시온의 본사 사옥 매각은 경영권 변경 이후 3개월 만의 자금조달 행보다. 내년 매각 절차가 마무리되면 수성샐바시온은 351억원을 수혈 받는다.

자산 매각대금이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다. 현재로선 향후 수성샐바시온의 웹툰 사업 진출을 염두에 둔 실탄 마련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수성샐바시온은 지난 7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웹툰 제작업 등을 신사업으로 추가하기도 했다.

이 경우 수성샐바시온과 투믹스간 합병을 통한 투믹스의 우회상장 시나리오가 떠오른다. 덩치 큰 비상장 자회사(투믹스)가 상장사인 모회사(수성샐바시온)를 발판 삼아 증시에 입성하는 것이다. 

다만 투믹스홀딩스가 수성샐바시온을 투믹스의 단순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할 가능성도 무시 못한다. 이미 투믹스홀딩스는 M&A 과정에서 일정 자금을 확보했는데, 수중에 들어온 수성샐바시온의 자산을 매각해 추가적으로 자금을 조달한다는 분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투믹스홀딩스의 목적이 투믹스를 키우는 데 있다면 수성샐바시온을 인수한 건 사실상 투믹스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봐도 될 것”이라며 “기존에 영위하던 사업 중 돈이 안되는 것들은 정리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비상장사의 상장사 인수, 신사업 진출 등 여러가지 정황을 살펴봤을 때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자본시장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런 거래 행태의 주요 특징 중 하나가 경영권 변동 과정에서 CB를 대거 발행하는 것"이라며 "기업을 인수한 후 신규사업 진출 발표 등으로 주가를 띄우고 전환청구권을 행사해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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