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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익 변동성 클수록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중요
불확실성 대응 ‘회복탄력성(Resilience)’으로 차별화
개인이든 조직이든 살다 보면 고난과 역경을 만나는 것은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란재이 굴라티(Ranjay Gulati) 교수는 외부환경이 좋지 않게 바뀌어도 회복탄력성(Resilience)를 갖춘 기업은 좋은 성과를 유지하고 지속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회복탄력성은 예기치 못한 상황 변화로 피해를 입은 조직이 이전상태로 단순한 복원을 넘어 더 강한 경쟁력을 갖춘 모습으로 변해가는 힘을 말한다.
올해 금융지주 실적은 금리 경기 등 거시적 요인 뿐 아니라 상생금융, ELS 배상 등 일회성 정책적 요인이 어느 때 보다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중앙은행 금리정책과 경기사이클 변동은 내수산업인 은행의 경영성과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은행계 금융지주는 태생적으로 예금대출에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은행 손익 변동성이 커지면 금융지주의 안정적 손익관리가 어렵고 미래 지향적인 경영전략 추진 동력이 떨어진다.
금융지주 경영자의 중요한 미션이 조직의 회복탄력성 확보를 통해 손익 변동성은 줄이면서 지속가능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금융지주 장점은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성장 수익 위험을 전략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지주의 회복탄력성은 손익변동을 축소하기 위해 사업 사이클이 긴 보험이나 수수료 기반 비즈니스 비중 등을 확대, 경영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올해처럼 거시경제 변수 뿐 아니라 예기치 못한 일회성 요인이 난무할 때일수록 사업 다각화를 통한 회복탄력성 확보가 더 큰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2024년 1분기 4대 금융지주 당기순이익이 4조292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886억원(-1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7조136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691억원(11%)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일회성 요인인 ELS 충당금 1조3234억원이 일시에 반영되어 많이 줄었다. 같은 기간 금융지주별 영업이익은 신한금융과 KB금융이 각각 17.8%, 10.1% 증가한 반면 하나금융은 2.9% 소폭 증가하고 우리금융은 마이너스 8.2%로 크게 감소해 대조를 보였다. 당기순이익은 신한금융 -4.7% 하나금융 -6.1% 우리금융 -11.3% KB금융 -29.6%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ELS 충당금 적립 규모가 8620억원으로 가장 많았던 KB금융의 당기순이익 감소율이 높았다. 반면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영업이익 성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ELS 충당금 적립규모가 각각 75억원, 1799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적었음에도 당기순이익 감소를 벗어나지 못했다.
주력 자회사인 4대 은행의 전체 당기순이익이 20.3% 감소해 금융지주 순이익을 역성장시킨 주범이 됐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의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각각 21.9%, 13.6%로 크게 증가했지만 ELS 충당금 전입 영향으로 당기순이익 성장율이 각각 -0.3%, -59.1%로 뒷걸음질쳤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모두 영업이익이 각각 -2.7%, -5.7% 감소하고 당기순이익 역시 -13.2%, -8.4% 줄어 대조를 보였다.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되어 손익 변동성이 비교적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영업이익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승추세를 보인다. 특히 KB금융은 은행의 대규모 일회성 손익감소 요인을 증권, 보험 등 비은행부분이 보완해 순이익 변동성이 당초 예상보다 축소됐다는 평가다. 반면 우리금융은 그룹의 경영성과가 은행 손익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이익의 규모 못지 않게 이익의 변동성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변동성이 작으면 경영의 미래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고 투자위험이 낮아져 투자자들은 좋아한다. KB금융은 올해부터 연간 현금배당 수준을 미리 제시하고 ‘총액기준 분기 균등배당’을 약속했다. 시장의 투자자들이 주주환원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호평하는 배당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은 향후 자본과 손익 변동성을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할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2024년 1분기 4대 금융그룹의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은행부문 비중은 KB금융 39%, 신한금융 28%, 하나금융 17%, 우리금융 6%로 큰 차이를 보인다.
지난 10년 동안 금융지주의 손익 변동성(ROE 표준편차, 리스크)은 지속적으로 레벨(level)이 낮아져왔다. 전반부(2014~2018)에 비해 후반부(2019~2023)로 넘어올수록 금융지주 손익변동성이 전체적으로 하향 안정화됐다. 특히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금융지주의 손익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개선되는 등 금융사별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 전반부 대비 후반부에 손익 변동성 개선폭이 가장 큰 회사는 KB금융이다. KB금융의 ROE평균이 7.53%에서 9.02%로 전반부 대비 상승했음에도 ROE변동성은 1.99%에서 0.52%로 1.47%포인트 크게 개선됐다. 2016년 이후 집중 추진한 KB금융의 사업 다각화 전략이 효과를 발휘한 결과로 보인다.
신한금융 ROE평균은 8.54%에서 8.81%로 소폭 개선되고 ROE변동성 역시 0.87%에서 0.61%로 개선됐다. 하나금융도 ROE평균이 6.46%에서 9.52%로 크게 상승하고 ROE변동성은 2.25%에서 0.93%로 좋아졌지만 상대적 레벨은 여전히 높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19년 재출발한 우리금융은 지난 5년동안 ROE평균이 9.11%로 낮은 편은 아니지만 ROE변동성은 2.20%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여 사업 다각화 필요성이 크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올해 1분기 금융지주 이익 실적은 구조적인 펀더멘탈 요인이 아닌 일회성 비용 증가 영향으로 매우 이례적인 변동성을 보였다. 일회성 여부에 상관없이 변동성은 투자자들이 싫어하는 리스크 정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다. 금융지주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돼 안정적으로 구축될수록 이익변동성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예기치 못한 일시적 충격을 감당할 수 있는 역량도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균형에서 나온다. 올해 한해는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금융사들을 중심으로 회복탄력성(resilience)의 위력이 돋보이는 한해가 될 전망이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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