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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익 통산 이월결산 등 불만 개선돼도 반대 여전
징세의 원초적 거부감 합리적 디테일로 극복해야
금투세 시행 정치적 프레임 벗어나야 정착 가능
4월 총선이 끝나자 그동안 미뤄뒀던 이슈들이 봇물 터지듯 분출한다. 시장투자자들 관심이 집중된 부동산PF, 공매도 금지, 밸류업 후속책 등과 함께 하반기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는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논란도 빼놓을 수 없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금투세 폐지를 공언했지만 반대하는 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며 뜻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2020년 12월 제정되어 2년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금투세는 국회 차원에서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정해진 수순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다.
금투세는 대주주 여부를 불문하고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으로 ‘실현(Realized)’된 모든 금융소득(이자와 배당 제외)이 과세대상이다. 국내 상장주식 국내 주식형공모펀드(ETF포함)는 5000만원, 해외주식 채권 비상장주식 파생결합증권(ELS,ETN 등) 파생상품(선물 옵션 등)은 250만원 기본공제된다. 세율(지방세 포함)은 과표 3억원 이하 22% 3억원 초과시 27.5%이다. 금투세가 도입되면 국내 상장주식 양도소득세를 부담하는 투자자들이 지금보다 10배 이상인 15만명으로 늘어나고 2025~2027년 세수가 약 4조원 이상 걷힐 것으로 정부 당국은 예상했다. 그동안 빠져 있던 채권 파생상품 등이 금투세 대상에 포함되면서 실제 과세대상은 이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
금투세는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증권과 파생상품 등을 통해 ‘실현’된 금융손익(이자, 배당 제외)을 통합 계산해 부과하고 향후 5년 동안 손실을 이월공제 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금투세 도입은 소득세가 지닌 열거주의식 조세법률주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금융상품 발달로 새로운 소득원이 발생할 때마다 과세항목이 추가됐다. 세법체계가 누더기처럼 복잡하고 불합리해 통일성과 합리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전체 투자손익을 합산하면 손해를 본 투자자에게 일부 이익이 난 상품만 골라 과세하는 현행 금융소득세제는 누가 봐도 불합리하다. 손실과 이익을 통산 과세해야 조세저항을 줄일 수 있다. 또 주식 양도차익 비과세는 전문가를 통한 간접투자보다 개인투자자의 직접투자 유인으로 자본시장 저변확대에 부정적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시장 참여자들 요구를 반영해 ‘선한 의도’로 추진된 금투세가 시행되기도 전에 존폐를 논하는 지경에 이른 이유가 뭘까?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대원칙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고액 소득자 뿐 아니라 직접 영향이 크지 않는 다수의 소액투자자들까지 금투세 시행에 거부감이 큰 것 같다. 최근 갤럽 조사에서 주식투자자들간에도 금투세 시행 찬성(49%)과 반대(47%)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2020년 세법 제정 이후 유예 논란을 거치며 경제적 실질이 아닌 정치적 상황론이 금투세의 부정적 인식을 부각시켰다는 지적이다. 내년 1월로 시행이 다가오면서 최근 국회 반대 청원까지 등장하는 등 이해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느낌이다. 손익 통산 손실 이월공제 등 그동안 지적돼 온 불합리한 점들이 나름 개선됐지만 투자자 불만은 여전히 크다. 15만여명의 금투세 과세 대상자 뿐 아니라 언젠가 대상이 될지도 모르는 잠재적 납세자들의 불편한 생각도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비과세되던 소득에 세금이 부과되면 당연히 세후실질수익율이 떨어진다. 특히 금투세 과세대상 가능성이 높은 사모펀드 투자자는 실현소득의 22% 내지 27.5%의 기대수익률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운용수수료(대략 20% 내외)와 세금으로 40~50% 비용을 부담하는 투자자를 만족시킬 수준의 수익율을 낼 수 있는 사모펀드는 많지 않다. 국내 주식형펀드 환매시 기본공제도 공모 5000만원, 사모 250만원으로 사모펀드가 불리하다. 금투법 시행으로 자본시장 간접투자 환경이 상당한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사모펀드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또 지금도 상당한 수준인 미국 등 해외투자 비중이 더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정보 접근의 한계, 물리적 거래시간 제약, 불리한 세제(20% 과세) 등 해외 주식거래가 국내보다 불리하지만 장기적 투자수익 향유 경험(track record)과 낙관적 경제전망 기대 등으로 해외 투자비중이 증가해 왔다. 2023년말(한국은행) 개인의 해외투자 잔액이 771억달러(102조7000천억원)로 민간부문 해외투자의 20%에 달한다. 국내 투자와 세금부담이 무차별해지면 사모펀드 뿐 아니라 고액 전문투자자 중심으로 자금 해외이탈이 더 빨라질 수도 있다.
복잡하고 중구난방인 금융소득세법 난맥상이 금투세 도입 이후에도 여전히 해소되지 못해 투자자 수용도를 떨어뜨린다. 주식 보유로 얻는 소득은 배당 아니면 양도차익이다. 동일한 주식을 보유하며 얻는 소득인데 배당은 ‘금융소득종합과세’, 양도차익은 ‘금투세’로 왜 서로 다른 법과 세율로 과세하는지 납득을 못한다. 또 기본공제가 주식투자자(5000만원)보다 채권투자자(250만원)에게 더 불리한 점도 일반인은 쉽게 이해 못할 것 같다. ‘금투세’와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병합해 일원화된 금융투자소득세 체계를 만들어야 세금 재정거래(arbitrage)를 줄이고 당초 취지에 걸맞는 세법 선진화를 이룰 수 있다.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의 경우도 장기간에 걸쳐 근로소득, 사업소득 등에서 금융자산소득을 분리해 별도의 세법 체계로 운영하고 있다.
금투세의 원천징수 역시 현실 정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금융기관이 6개월 단위로 원천징수해 선납하고 다음 연도에 납세자가 사후적으로 다시 신고납부 과정을 통해 정산해야 한다. 복수의 금융기관 거래내역 취합 등 손실 이월결산에 필요한 자료 증빙을 위해 어차피 납세자의 신고납부 절차가 필요하다. 납세자는 물론 원천징수 의무자인 금유기관 모두에게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킨다. 세금을 미리 걷을 수 있어 과세당국은 좋지만 금융기관의 비용증가와 투자자의 재투자 수익률 하락은 불가피하다. 금투세는 원천징수보다 신고납부 방법이 더 합리적이라는 시각이다. 법 제정 이후 4년 동안 지속된 정책 혼선으로 증권사들은 전산시스템 등 원천징수 사전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이다.
우리 가계자산의 부동산 편중(약 65%, 2021년) 비중을 낮추고 현금흐름과 유동성 높은 금융자산 비중을 확대하는데 금투세가 기여해야 한다. 경제성장의 과실을 나누는 매개 자산으로 부동산 보다 금융자산 비중 확대가 유리하도록 세제 설계가 필요하다. 가계자산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주식, 채권, 펀드 등 금융투자자산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야 한다. 단기적인 세수 증대도 중요하지만 가계가 금융자산 비중을 확대하도록 ‘장기투자 특별공제’ 등 세제 인센티브 제공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혼인 유무, 투자기간, 자산규모 등 매우 디테일한 금융소득세제를 운영하는 미국 등 선진국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우리 가계의 금융자산(보험, 연금 등 포함) 비중은 35% 수준으로 미국 72%, 일본 63%, 영국 54% 등 주요국 대비 여전히 매우 낮다.
지금은 금투세 시행을 앞두고 상위 1% 부자감세 등 정치적 프레임을 벗어나 디테일한 준비를 해야 할 상황이다. 소득이 있으면 당연히 세금을 내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 하지만 합리적 기준과 완성도 높은 제도를 만들어 대중의 조세저항과 사회적 갈등을 줄여야 당초 제도도입 취지를 살릴 수 있다. 없던 세금을 내게 되어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제도 강행으로 시장 혼란과 조세 저항을 불러오는 측면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최근의 금투세 논란이 정치 프레임이 아닌 경제적 실질에 근거한 선진화된 금융투자소득 세제의 도입과 정착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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