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캐피탈이 고금리 한파가 거세진 가운데 자금조달에 나선다. 수익성과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선제적으로 리스크 대비에 나서 채권 발행은 흥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기업들이 제때 빚을 갚지 못해 만기를 연장할 경우 자금재조달에 따른 위험은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캐피탈시장, 금리 이상과 은행채 발행한도 폐지 '여파'
7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IBK캐피탈이 자금 조달에 나선다. 채권발행 규모는 미정이다. 나이스신용평가 측은 “일괄신고서를 제출한 후 일정 한도내에서 시장이나 자금 상황을 고려해 원하는 금액을 기재한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 발행 규모가 확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IBK캐피탈은 여신전문채권 자금조달 환경이 악화됐지만 큰 무리없이 채권을 발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신전문채권이란 제2금융권인 카드사나 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에서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통상 여전사는 같은 등급의 회사채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의 금리가 책정된다.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기에는 다른 금융회사보다 자금을 조달하기 더 어려워진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 2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줄면서 시중 금리가 전반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10월 이후 AA- 3년물 기준 여전채 발행금리는 연 5% 수준을 넘어섰다.
은행채 발행한도 제한 폐지도 조달환경 악화에 일조했다. 금융당국은 분기별 만기도래액의 125%까지 허용하던 은행채 발행한도를 지난 10월 폐지했다. 저축은행을 포함한 예금금융기관들이 과도한 수신 경쟁으로 예수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목적이다. 이에 따라 은행채 발행량이 급증했고, 신용도가 열위한 여전채 발행량과 차환율이 크게 줄었다.
캐피탈사는 예적금과 같은 별도의 수신기반이 없다. 자금조달 수단의 대부분을 채권시장에 의존하는 이유다. 조달환경 악화는 조달비용을 높여 수익성과 유동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유효신용등급을 가진 업체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A)과 자산/부채 비율은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주요 영업자산인 가계대출과 부동산PF의 잠재부실위험도 더욱 높다는 평가다. 올해 들어 가계 대출 연체율이 증가하는 가운데, 돈을 갚을 여력이 없는 고객을 많이 보유한 캐피탈사의 연체율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PF는 만기 연장으로 부실화를 피하고 있지만 그만큼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선제적 리스크 대비 '양호', 대출채권 만기 연장은 위험
IBK캐피탈은 중소기업은행의 정책목적에 따라 설립된 여전사로 이같은 고금리 한파에서도 비교적 안전하다는 평가다. 우량 차주를 대상으로 여신 자산을 계속 확대해 기업금융관련 회사의 시장지위가 우수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나이스신용평가는 분석했다.
IBK캐피탈은 기업운영자금대출과 신기술투자 등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운용금리가 높은 반면 조달비용 부담이 낮아 수익성과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투자금융은 수익 기반이 다양하고 투자조합에 대한 출자지분으로 구성돼 수익저하를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경기 변동에 따라 중소기업 여신을 중심으로 연체가 늘면서 대손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지만, 부실자산 상각·매각 등 선제적인 대비로 건전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IBK기업은행은 자산규모 확대에 따라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장기간 연체율은 1% 미만을, 충당금 커버리지는 연체채권대비 250% 이상을 유지 중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높은 자본시장 접근력, 풍부한 유동성 등을 고려 시 향후 조달비용의 추가적인 증가 가능성은 낮다”며 “거액여신 중심의 자산구성상, 경기 변동에 따른 대손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상존하나 낮은 판관비율과 선제적인 리스크관리 등을 고려할 때 대손비용 증가에 대해서는 회사가 일정수준 이상의 대응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부동산PF 부실에 따른 위험도 높지 않다. 담보부 대출 등의 비중이 높고 PF대출의 상당 부분이 대형건설사의 책임준공, 수도권 위주의 사업장 등으로 구성돼 여신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따라 수익성 지표 추이를 보면 피어그룹에 비해 올해 상반기 조정총자산수익률은 0.7%포인트 높고 조정대손비용률은 -0.5%포인트, 조정판관비용률은 -0.5%포인트, 조달비용률은 -0.1%포인트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는 실적에도 잘 나타난다. 금융지주 산하의 캐피탈사 9곳(하나·신한·KB·우리금융·JB우리·IBK·BNK·DGB·NH농협) 중 올해 3분기 순익이 늘어난 곳은 IBK·신한·DGB 세 곳 뿐이다. 신한캐피탈은 전년 동기대비 3.7% 오른 2929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IBK캐피탈 3.1% 오른 1606억원, DGB는 0.79% 오른 636억원을 기록했다.
송기종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IBK캐피탈은 국책은행 계열로 캐피탈사 중에서 신뢰도가 가장 높은 곳”이라며 “지난해 금리 급등으로 한 차례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다른 캐피탈사 대비 상당히 빠른 회복력을 보였다. 이번 자금 조달도 순탄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IBK캐피탈은 큰 돈을 빌린 중소기업 위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이 대출 채권의 만기를 연장하면 IBK캐피탈은 자금을 다시 조달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할부나 리스의 경우 분할상환 구조로 비교적 현금 유입이 일정하다. 반면 대출 채권은 만기가 늦어지면 현금 유입도 늦어진다. 차주가 돈을 갚지 못하고 만기를 연장할 경우 건전성 관리가 어려워 질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중소기업금융 중심의 여신취급 및 높은 거액여신 비중을 감안해, 차주의 채무상환능력 저하로 인한 건전성 관리부담 증가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아라 기자 archo@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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