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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적자 줄었지만 신용도는 ‘아슬’

Numbers 2023. 11. 7. 16:19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정문.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올 3분기 적자폭을 줄이면서 한시름을 덜었다. 적극적인 감산으로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제품 경쟁력에 힘입어 경쟁사 대비 빠른 회복세를 보인다는 평가다. 다만 투자 확대로 빚이 늘면서 신용평가 주요 지표가 악화된 점은 우려된다는 분석이다.

7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AA·안정적)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9조1000억원과 영업손실 1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24.1% 증가했고 적자폭은 1조1000억원 줄었다. 

하반기부터 반도체 메모리 감산 효과가 나타난 영향이 크다. 상반기 SK하이닉스는 50% 이상의 투자감축을 선언한 데 이어 마이크론(Micron)은 30% 이상의 투자금 축소를 선언했다.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감산규모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인위적인 감산을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한국신용평가 자료

 
앞서 올 4월 한국신용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올 하반기부터 감산 효과가 나타나고 수요가 회복하면서 업황이 조금씩 좋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팔지 못하고 쌓인 메모리 재고규모가 2분기에 고점을 찍은 후 3분기부터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6일 보고서를 통해 “업계의 적극적인 감산을 통한 업황 반등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제품경쟁력에 힘입어 경쟁사 대비 빠른 실적 회복세를 보이는 등 실적 관련 불확실성이 연초 대비 크게 완화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진단했다. 

고수익 제품인 고사양메모리반도체 HBM(High Bandwidth Memory)3와 DDR(Double Data Rate)5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디램(DRAM) 사업 부문이 흑자를 내며 전체 실적을 견인한 결과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DRAM 부문 3분기 출하량과 평균판매가격(ASP, Average Selling Price)은 직전 분기 대비 각각 21%, 12% 가량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신용평가는 “HBM3·DDR5 등 차세대 제품군의 높은 시장 성장세와 SK하이닉스의 제품 경쟁력에 따른 Mix 개선 효과(수익성 높은 제품의 판매 증가)에 힘입어 경쟁사 대비 높은 출하량과 ASP 증가율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재고자산 규모가 감소하고 재고자산회전율이 개선된 점도 고무적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재고자산 17조2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2분기 16조4000억원, 3분기 14조9000억원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른 재고자산회전율은 △1분기 1.2% △2분기 1.8% △3분기 2.4%로 늘고 있다. 

재고자산회전율이란 매출액을 재고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회전율이 높을 수록 재고자산이 빠르게 팔린다는 의미다. 

한국신용평가는 “2024년에도 설비투자 증설보다는 공정 전환에 집중하는 효율적인 집행 기조를 이어갈 계획으로 향후 운전자본 회수 및 투자 속도 조절 등에 따라 차입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낙관했다. 

설비투자(CAPEX) 감축 노력에도 순차입금이 눈에 띄게 줄지 않는 점은 부담이다. 3분기 SK하이닉스의 순차입금 규모는 25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약 3000억원 줄어든 데 그쳤다. 총차입금은 32조8000억원에서 33조5000억원으로 7000억원가량 늘었다. 

 
전반적인 재무지표도 악화됐다. 부채비율은 78.9%에서 84.8%로 5.9%포인트 증가했고, 차입금의존도는 31.9%에서 32.9%로 소폭 늘었다. ‘EBITDA마진율’과 ‘순차입금의존도’는 각각 11.2%, 26.7%를 기록했다. 한국신평가의 하향 가능성 증가 요인인 EBITDA마진율 45% 미만과 순차입금의존도 15%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하향 기준을 충족시켜왔다는 점에서 향후 차입금 규모가 더 불어날 경우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국신용평가 자료


한국신용평가는 세 가지 긍정 요인과 두 가지 모니터 요인을 꼽았다. △반도체 업황이 개선 구간에 진입했고 △SK하이닉스가 HBM 제품에서의 선도적인 시장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단기간 내 중국 외 지역으로 생산기반 조정을 위한 투자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할 가능성이 축소된 점 등을 근거로 SK하이닉스가 현 등급 수준에 맞는 현금창출력과 재무안정성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재고가 여전히 많이 쌓여 있어 기업들이 반도체 공급량을 늘여 가격이 떨어지거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태 확대로 IT수요가 줄어들 경우 업황 회복 속도가 더뎌지거나 둔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신평가는 “중장기적으로 생산기반 조정을 위한 투자부담이 잔존하고 있다”며 “다운사이클 대응 과정에서 확대된 차입부담이 감축되는 지 여부와 재무완충력 확보 수준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아라 기자 archo@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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