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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한온시스템 인수] 한국타이어는 왜 밑지는 거래를 했나

Numbers 2024. 5. 10.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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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한온시스템 인수] 한국타이어는 왜 밑지는 거래를 했나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는 2015년 한온시스템 지분을 인수하면서 서로 주주간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에 따르면 한앤코는 한온시스템 지분 매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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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한온시스템 홈페이지 캡처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는 2015년 한온시스템 지분을 인수하면서 서로 주주간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에 따르면 한앤코는 한온시스템 지분 매각시 한국타이어와 먼저 협상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타이어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계약은 2021년 6월 효력을 잃었다.

이를 토대로 짐작하면 한온시스템은 최소 3년간 매물로 떠돌았다는 얘기다. 3년간 한온시스템의 주가는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앤코와 한국타이어에 피인수된 한온시스템은 무리한 투자로 재무구조가 취약해졌다. 투자 대비 이익창출력 제고 시점은 뒤로 밀리면서 신용도 하향 압박까지 받고 있다.

제 3자에게 넘기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타이어가 울며 겨자 먹기로 한온시스템 지분을 받아내 최대주주로 올라선 것으로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한온시스템 매각을 한앤코와 한국타이어가 서로 절반을 내주고 절반을 얻어낸 거래라고 평했다. 한앤코는 최초 투자한 원금을 그대로 회수하고 한국타이어는 프리미엄이 반영되지 않는 신주를 인수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3년전 매각 기회 놓쳐...원금 전 회수 


한앤코는 2021년 한온시스템 투자금을 회수할 기회가 있었다. 2015년 한국타이어와 함께 한온시스템을 인수하면서 주주간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한앤코가 한온시스템 지분 매각을 원할 때 한국타이어가 우선적으로 매수할 수 있다는 조항이 붙었다. 행사 기한은 2021년 6월까지였다.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시 시세로 환산하면 한앤코의 지분 가치는 4조7000억원에 육박했다. 한국타이어는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았으며 주주간 계약도 흐지부지됐다.

3년이 지난 2024년 5월 한국타이어는 한앤코와 한 번 더 협상에 나섰다. 한앤코 보유 지분 25%와 신주 12.2%를 더해 총 50.53%를 확보하는 것을 조건을 내걸었다.

한앤코가 보유한 구주 가격은 주당 1만250원이다. 2015년 한앤코는 주당 5만1030원에 한온시스템 지분 50%를 취득했다. 이후 한온시스템이 주당 500원에서 100원으로 액면가를 낮춘 점을 감안하면 한앤코는 주당 1만206원에 주식을 취득한 셈이다. 현재 구주 매각 가격과 별차이가 없다.

재무적투자자(FI)들은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차익을 남기는 게 정석이다. 안전 장치 차원에서 각종 옵션을 추가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IB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들은 LP로부터 운용 수수료를 받고 자금 회수시 보수를 챙기는 수익 구조를 갖췄다"며 "투자금이 묶이는 기간 동안 금리까지 감안할 경우  원금 그대로 팔았다면 사실상 손해를 본 셈이다"고 설명했다. 

 

한국타이어는 왜 시세 보다 비싸게 샀나


한앤코의 이번 거래가 실패한 딜로 비춰지지만 한온시스템의 재무 체력과 기업가치가 떨어진 점을 따지면 얘기는 달라진다.

한온시스템은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부품 시장 확대를 위해 과감하게 자본을 투입했다. 2019년 캐나다 마그나 그룹의 FP&C 사업부 인수를 위해 1조3212억원을 지출한 게 대표적이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 영업활동 순현금과 맞먹는 수준인 6000억원 안팎의 현금을 투자활동에 썼다.

반면 연간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15년 3596억원에서 작년 2773억원으로 감소했다. 투자에도 수익성 제고를 통한 현금 유입이 지연되면서 신용도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은 작년부터 차례로 한온시스템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정정했다. 

한온시스템의 기업가치도 떨어졌다. 이번 매각 대상인 한앤코가 보유한 한온시스템 지분 25%의 평가액은 7593억원(9일 종가 기준)이다. 한국타이어의 구주 인수가격은 1조3679억원으로 시세와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한앤코 입장에선 거래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또한 한앤코가 지난 10년간 한온시스템을 통해 수취한 누적 배당금은 7300억원 이상이다. 배당금 명목으로 연간 700억원 이상을 챙겼다는 얘기다. 이를 감안할 때 한앤코는 이번 딜 종료시 유입되는 원금까지 더해 약 2조원을 회수하게 된다.

한앤코는 한온시스템 인수 당시 '한앤컴퍼니 제2의 3호 사모투자전문회사' 펀드를 통해 자금을 모았다. 펀드의 만기일이 2025년 4월로 1년 앞으로 다가온 만큼 원매자를 빨리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바꿔 말하면 한국타이어는 시세보다 비싼 값을 치르고 한온시스템을 인수한 셈이다. 시세를 반영한 거래가격을 관철시키기도 현실적으로 제약이 있고 관례상 투자자의 원금을 보전해줘야 한다는 판단으로 구주를 인수했을 개연성이 높다. 또한 유상증자 신주 가격은 시세를 반영해 한국타이어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협상 결과를 얻었다는 평가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