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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앤컴퍼니는 2015년 인수했던 한온시스템의 경영권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에 넘기기로 했다. 그간 재무 건전성 악화의 영향으로 기대만 못한 몸값으로 내놓게 됐다. 9년전 인수 당시 기업가치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9년간 투자가 사실상 원금 회수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한앤컴퍼니도 크게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는 않았다. 한온시스템은 인수 이후 매년 1000억~2000억원 규모의 배당을 집행했는데 절반은 최대주주인 한앤컴퍼니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순환을 가능하게 만든 배경에는 한온시스템의 독특한 이사회 구조가 있다.
한온시스템은 2015년 최대주주 변경 이후 이사회에 변화를 줬다. 9명의 이사회 구성원과 별도의 집행임원을 두는 이원화 체제를 구축했다. 최대주주에 오른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 관련 인사들이 이사회를 꿰찼다.
인수 당시 주주총회를 개최해 소니코리아 사장을 지낸 윤여을 한앤컴퍼니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또 한상원 한앤컴퍼니 사장, 김경구 한앤컴퍼니 전무와 조현범 한국타이어 당시 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조 회장을 비롯한 일부 이사들은 교체됐지만 윤 회장과 한 사장은 지금까지도 이사회를 지키고 있다. 현재는 한앤컴퍼니 배민규, 서정호 부사장이 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이와 함께 집행임원 제도를 도입했다. 이사회와 별도로 집행임원을 선임해 실질적인 경영을 맡겼다. 2011년 상법 개정과 함께 제도화된 집행임원 제도는 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이사회가 담당하는 업무집행 및 감독 기능을 분화했다. 집행임원은 이사회로부터 업무 관련 의사결정권과 집행권을 수행하고 이사회가 이를 감독한다.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는 이처럼 한온시스템의 이사회를 장악하고 실질적 경영에 관한 결정과 판단을 내렸다. 한앤컴퍼니는 당초 인수 초기에 재무적투자자(FI) 입장을 보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전략적투자자(SI) 역할을 수행했다.
그간 한온시스템의 대대적인 사업 확장 역시 이사회의 결정 사항이었다. 실제로 2018년 9월 12일 개최한 이사회에서 마그나 그룹의 ‘유압제어(FP&C) 사업’ 인수를 논의하는 안건에서도 윤 의장을 포함한 9명의 이사 전원이 승인 결정을 내렸음을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이사회가 사업 확장 과정에서 대규모 차입에 따른 재무 악화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앤컴퍼니가 장악한 이사회의 영향력은 배당 정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현금배당성향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인수 첫해인 2015년 결산 총 배당금은 전년과 동일한 1036억원이었지만 이후 2016년 결산 1201억원, 2017년 결산 1628억원, 2018년 결산 1708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순이익이 감소하는 가운데에서도 배당성향 상승은 이어졌다.
한온시스템은 2022년과 2023년 실적 부진으로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줄었지만 이사회의 배당 기조는 바꾸지 않았다. 이에 순이익보다 많은 금액을 배당으로 집행했고, 배당성향은 각각 940.02%, 330.76%를 기록했다. 한온시스템 지분 50.5%를 보유하던 한앤컴퍼니와 19.49%를 보유하던 한국타이어는 70%에 달하는 배당을 매년 챙겼다. 이들은 2022년 결산 배당으로 1344억원, 2023년 결산으로는 1180억원을 가져갔다.
한온시스템은 2021년 매물로 나왔을 당시 7조~8조원의 몸값으로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재무 악화 등으로 결국 기업가치는 5조원대로 책정됐다. 한앤컴퍼니의 투자는 원금 수준에서 회수하는 셈이다. 다만 그간 매년 한온시스템의 배당 절반을 챙겼고 이번 인수합병(M&A)에서도 23% 규모의 잔여 지분을 남겨 향후 수익성을 더욱 높일 여지를 남겼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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