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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영업 돌입' 시스코·스플렁크, 진정한 자동화 구현한다

Numbers 2024. 5. 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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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영업 돌입' 시스코·스플렁크, 진정한 자동화 구현한다

최지희 시스코코리아 대표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 시스코시스템즈(이하 시스코)지난 2023년 9월 데이터플랫폼 전문 기업 스플렁크(Splunk)를 인수한다고 발표하자 인수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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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희 시스코코리아 대표

 

최지희 시스코코리아 대표가 최근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 시스코코리아 사무실에서 진행된 블로터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시스코코리아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 시스코시스템즈(이하 시스코)지난 2023년 9월 데이터플랫폼 전문 기업 스플렁크(Splunk)를 인수한다고 발표하자 인수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렸다. 하드웨어(HW)에서 소프트웨어(SW) 중심으로 체질 개선 중인 시스코가 이번 인수로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 파트너사뿐만 아니라 경쟁사들도 궁금해했다. IT업계뿐만 아니라 전 산업군으로 확대해도 보기 드문 대형 M&A이기도 했다. 시스코는 스플렁크를 사들이는데 280억달러(약 37조원)를 쏟았다. 당시 시스코는 스플렁크를 인수하며 조직이 위협을 탐지하고 대응하는 것을 넘어서 예측하고 방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소개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보안과 가시성(Observability, 옵저버빌리티) 시장에서 보다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스코는 M&A 발표 이후 약 6개월이 지난 올해 3월 스플렁크의 인수절차를 마무리했다. 공식적으로 하나가 된 양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관심이 집중됐다. <블로터>는 시스코가 스플렁크와 함께 어떤 시장을 노릴지,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듣기 위해 최근 최지희 시스코코리아 대표를 만났다. 최 대표는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시스코코리아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스플렁크 M&A뿐만 아니라 회사의 구독사업 확장의 의미와 회사가 한국에 어떻게 기여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스플렁크가 데이터분석하면 시스코가 움직인다

 

시스코가 스플렁크 인수에 대규모의 자금을 투입한 것은 스플렁크의 데이터 수집·정제 능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스플렁크의 데이터 수집·정제 능력과 시스코가 보유한 장비 및 SW를 결합하면 진정한 업무 자동화를 구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AI의 경쟁력은 데이터에서 비롯된다. 얼마나 좋은 품질의 데이터로 학습하는가에 따라 AI의 품질도 판가름난다. 시스코는 제조·금융·통신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에게 네트워크 장비와 관련 SW를 공급하고 있다. 각종 장비와 SW에서 발생되는 데이터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SW도 갖췄다. 시스코가 지난 2022년 네트워크 인텔리전스 SW 기업 사우전드 아이즈(Thousand eyes)를 인수하며 동명의 솔루션 사우전드 아이즈를 보유하게 됐기 때문이다. 사우전드 아이즈는 기업 서비스의 복잡한 네트워크의 트래픽을 관찰해 문제가 생길 징후가 감지되면 미리 IT 담당자에게 알려준다. 시스코는 자사의 △다이내믹스 애플리케이션 △SD-WAN △웹엑스 △머라키(Meraki) 등의 제품에 사우전드 아이즈를 접목해 네트워크와 클라우드의 가시성을 더욱 높였다. 

 

 
시스코의 스플렁크 인수 절차가 올해 3월 마무리됐다. 이미지는 시스코와 스플렁크의 로고. /사진 제공=시스코코리아
최 대표는 영업 현장을 뛰어다니며 AI 경쟁력을 높일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수많은 기업 고객들을 만났다. 그가 만난 기업들중 시스코의 장비 및 SW와 스플렁크의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모두 쓰는 곳도 많았다. 특히 금융사들은 SIEM(통합보안관제)과 장애관련 로그(Log, 활동기록)를 분석하는 용도로 스플렁크의 데이터 플랫폼을 주로 이용하고 있었다. 금융사들은 시스코의 네트워크 장비 고객사이기도 하다. 시스코는 오랫동안 네트워크 장비 사업을 하면서 각 장비들이 쏟아내는 로그들이 왜 나왔는지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시스코는 스플렁크를 인수하면서 데이터 수집·정제·분석부터 데이터 기반의 서비스 실행까지 모두 가능한 역량을 갖추게 됐다. 최 대표는 "스플렁크의 플랫폼이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면 시스코의 장비와 기술이 행동을 하게 된다"며 "기업 고객 입장에서는 진정한 자동화가 가능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플렁크는 한국에도 법인을 두고 있었다. 최 대표는 M&A 절차가 완료된 가운데 하반기부터 시스코와 스플렁크의 공동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최 대표도 데이터 수집·분석부터 결과에 이은 HW 및 SW의 사후 실행까지 가능한 서비스를 고객사에 제안할 수 있게 됐다. 기업 및 생산시설의 자동화를 위해서는 데이터 분석 및 장비의 실행 역량과 함께 사물인터넷(IoT)과 네트워크 장비의 경쟁력도 필수적이다. 특정 건물 및 지역 전용 네트워크망과 데이터를 수집하는 IoT 기기가 제대로 갖춰져야 양질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스코는 IoT에서는 산업용 스위치와 각종 장비를 연결할 수 있는 모바일 기술력을 갖췄다. 주요 기업들이 이용하고 있는 네트워크 장비에서는 이미 오랜 업력을 보유했다. 

시스코의 협업툴 웹엑스도 스플렁크와의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웹엑스는 영상 기술에 AI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향후 AI 기능 고도화에 스플렁크의 데이터 플랫폼이 역할을 할 수 있다. 

시스코의 협업툴 웹엑스의 'AI 어시스턴트' 기능. 단체 대화방에서 이용자가 읽지 않은 부분의 내용을 AI가 요약해준다. /사진 제공=시스코코리아


매출 절반이 '구독'


장비에서 SW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한 시스코는 비즈니스 모델(BM)도 바꿨다. 한 번 판매하고 끝나는 것이 아닌 구독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고객과의 관계를 지속 유지하며 고정적인 매출도 확보할 수 있다. 보안 장비 및 SW의 경우 지속 변동되는 각 국가의 보안 정책이 반영되어야 한다. 시스코는 최신 보안 정책을 서비스에 반영하며 고객이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고객은 보안 정책이 변경되더라도 장비 및 SW의 업그레이드는 시스코에 맡기고 본 사업에 집중할 수 있다. 

시스코는 고객이 어떤 목적으로 장비나 SW를 도입하려고 하는지 파악한 후 고객의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추천한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전문 인력들이 모인 조직이 CX다. 시스코코리아는 300여명의 직원 중 100여명을 CX 조직에 배치했다. 구독 서비스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상태를 파악하고 지속 관리하는 전문 인력을 일정 규모 이상으로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영업 현장에서 고객들이 이러한 서비스에 목말라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장비를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구독형 서비스를 활용하면 기업 입장에서 초기의 대규모 투자를 줄일 수 있다. 이에 최 대표는 영업 현장에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뿐만 아니라 최고재무책임자(CFO)도 함께 만난다. 고객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최적의 장비와 SW 조합을 구독형으로 제시하며 전략과 비용 측면에서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시스코는 이러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회계연도 2024년 2분기(2023년 11월~2024년 1월)에 전체 매출에서 구독 사업이 차지한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구독 사업의 매출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시스코는 한국 시장에서도 △하이테크 제조사 △IT서비스 기업 △통신사 △금융사 등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30년간 한국 통신과 동행…IT교육으로 기여하고파

 

최 대표는 지난 1988년 데이콤(현재 LG유플러스)에서 네트워크 기획·설계와 관련 SW 개발을 맡으며 IT 업계에 발을 들였다. 그는 2000년 시스코코리아에 첫 여성 SE(System Engineer)로 입사한 후 △시스템 엔지니어 △마케팅 △협업 솔루션 △통신 사업 △파트너 조직 등을 거치며 전문성을 쌓았다.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마켓(CGEM) 부문에서 삼성 및 LG 그룹 계열사 등으로부터 SW 라이선스 계약(EA: Enterprise Agreement)과 웹엑스, BCS(Business Critical Services) 3.0 계약 등을 이끌며 회사의 성장에 기여했다. 

20년 이상 시스코에 몸 담았던 그는 시스코코리아의 설립 30주년을 맞이한 2024년에 대한 느낌이 남다르다. 한국이 지난 30년간 인터넷 강국으로 발돋움하는데 시스코도 한 몫했다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사들이 전국망을 구축하며 전국민에게 유·무선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장비와 SW를 제공한 시스코의 역할도 작지 않았다. 최 대표는 "시스코 본사에서도 한국은 새로운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로 브랜드화돼있다"며 "한국의 성장의 기틀을 마련한 인터넷 인프라 구축에 시스코가 역할을 했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심각한 인구감소를 겪고 있는 가운데 생산인력 감소와 여성인력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하는데 시스코도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예를들면 정부에서 무상교육 사업을 한다면 시스코는 네트워크와 보안 등의 분야와 관련된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시스코는 이미 '시스코 네트워킹 아카데미'를 통해 주로 대학생을 대상으로 IT 교육을 실시했다. 교육 과목은 네트워크에서 보안으로 확대됐다. 그는 "유능한 젊은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겪으며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며 "여성이나 은퇴자가 더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시스코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hj@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