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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대 오른 SK케미칼]③ 제약부 매각 쓰나미…SK바이오사이언스까지 불똥 튀나?

Numbers 2023. 11. 9. 21:18

SK바이오사이언스본사 전경(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기업소개서)


SK케미칼 제약사업부 매각 이슈가 핵심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까지 연결될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상 '버린 손가락'이라고 평가받았던 SK케미칼 제약사업부의 매각 이슈는 잠재적 부실 예방을 위한 선택이라는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반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SK케미칼 제약사업부 매각 기조와 반대로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신성장동력 확보에 나서려는 모양새다. 하지만 SK케미칼의 제약사업부처럼 SK바이오사이언스도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존재한다. 


엔데믹으로 활용도가 떨어진 코로나19 백신…매출 감소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8년 7월 1일 SK케미칼의 VAX사업부문을 물적분할 해 설립됐다. 

백신 및 바이오의약품의 연구개발, 생산, 판매 및 관련된 지식재산권의 임대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으며, 현재 SK케미칼이 68.18%(2023년 반기 보고서 기준)의 주식을 소유하면서 대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물적분할 이후에는 매출이 2019년 1839억원, 2020년 2256억원으로 지속 성장했고 2021년 3월 18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매출의 방점을 찍은 건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이뤄진 2021년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 백신 원액과 완제품 생산·공급 그리고 노바백스와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등으로 코로나 특수를 제대로 누렸다. 

SK바이오사이언스 최근 5년 매출 및 영업이익(자료=SK바이오사이언서 감사보고 및 실적발표 재구성)


2021년 매출은 9290억원으로 2020년 2256억원의 매출과 비교하면 급상승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역시 4742억원, 3551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행보는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나섰다는 점이다. 정부의 지원과 자체 투자를 통해 지난해 6월 국내 기술로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멀티주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처음으로 받으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문제는 이러한 성과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실적을 지속적으로 확대시킬 수 없었다는 점이다. 이미 화이자와 모더나의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이 대세로 자리잡은데다가 코로나 변이에 대응까지 요구되면서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해외시장에서도 지난 9월 1일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온(GBP510)의 유럽의약품청(EMA) 조건부허가(CMA) 신청의 자진철회를 공시하면서 힘을 잃는 모양새다. 이유는 엔데믹 전환과 WHO가 변이 백신 균주로 XBB 계통 조성을 권고해 오리지널(우한주) 백신 접종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잘나가던 독감백신 생산을 중단하면서까지 토종 코로나 백신 개발에 열을 올렸던 SK바이오사이언스 입장에선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 

SK바이오사이언스의 2022년 매출은 4567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 토막이 났으며, 영업이익은 1150억원(2021년 4742억원)으로 급감했다. 

여기에 2023년 1분기와 2분기 노바백스 CMO 매출 미발생과 연구개발(R&D)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292억원, -353억원 등 마이너스 지표를 기록했다. 다만 노바백스 위탁생산(CMO) 정산금, 독감백신 매출 증가 등 호재를 바탕으로 3분기 매출액 2318억원, 영업이익 609억원을 기록하여 분기 흑자전환을 달성하며 실적 정상화에 힘을 내는 모습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주요 사업 현황(자료=2023년 3분기 SK바이오사이언스 실적발표)


'글로벌 진출, 프리미엄 백신' 쉽지 않은 승부수 

 

매출 감소라는 현실을 맞닥뜨린 SK바이오사이언스는 단기적으로는 기존의 독감백신 사업의 재개와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의 약진으로 매출 감소를 상쇄하려고 구상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기존 사업에 더해 차세대 대상포진, 폐렴구균 백신 등을 개발해 글로벌 제약사들이 차지하고 있는 프리미엄 백신 시장을 키우기 위해 향후 5년간 2조4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종료됨에 따라 매출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를 감수,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신산업을 창출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SK바이오사이언스 안재용 사장이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적극적인 투자를 꾀하겠다고 언급했다는 점이다.

안 사장은 간담회를 통해 "향후 3년간은 집중적인 투자를 하는 시기다. 안정적인 성장보다 매출이나 이익 측면에서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옵션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또 5개년 성장계획 중 하나는 백신 인프라가 미흡한 해외 국가에 빠르게 R&D 및 생산 기반을 구축하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사업을 구상하는 등 태국을 시작으로 아세안 지역에서 다수의 자체 개발 백신들의 생산 기술 이전 및 공급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밖에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의 일환으로 노바백스의 주식 650만주를 8450만 달러(약 1100억원)에 사들이면서 글로벌 영향력 확장도 도모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자체 백신 개발과 글로벌에서 개발된 백신의 공급이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급변하는 방역 상황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주요 파이프라인 현황(자료=2023년 3분기 SK바이오사이언스 실적발표)


다만, 여기에는 프리미엄 백신 개발의 성공이라는 변수도 존재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공개한 파이프라인 리스트를 살펴보면 사노피 파스퇴르와 공동 개발 중인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2상)과 자궁경부암 4가백신(1/2상)을 제외하면 대부분 기초연구/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 

단 자궁경부암백신이 현재 4가를 넘어 9가백신 접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사실상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제품으로 21가 백신인 차세대 폐렴구균백신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현재 폐렴구균 백신 중 가장 최근에 허가를 받은 백신은 화이자의 20가 백신이 존재한다. 여기에 2025년 허가를 목표로 MSD가 폐렴구균21가 백신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요소 중 하나다.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프리미엄백신 시장을 특정 다국적제약사가 양분하고 있어 SK바이오사이언스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매출 반전을 꾀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업에 더해 새로운 캐시카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맞다"며 "SK케미칼 제약사업부 매각 이슈가 있는 상황에서 장기간 대규모 투자가 어떻게 보여질지는 두고봐야할 것으로 생각이다"고 말했다.

황병우 기자 tuai@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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