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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위험한 상상]① 기업대출 명가 재건과 따로 가는 저축은행 인수…당국 시각도 싸늘

Numbers 2023. 11. 8. 22:01

(사진=우리금융그룹)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하겠다는 우리금융지주의 결정을 놓고 내부에서 설정한 목적과 결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이자이익을 비판하는 수위를 높이고 있어 외부 시선도 곱지 않을 수 있다. 저축은행이 비은행 계열사로 분류되긴 하지만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이자 장사를 하는 영향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실사팀을 꾸리고 적정 인수가를 책정 중이다.

우리금융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의사를 밝힌 시점은 약 2주 전이다. 김건호 우리금융 미래사업추진부문 상무는 지난달 26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김건호 상무는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검토 배경을 두고 "우리금융저축은행의 지역 기반이 충청"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기반인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그룹 내 제2금융권 영업구역 확대를 노린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그룹 내 저축은행 계열사의 영업구역을 늘려 시너지를 노리겠다는 전략인데, 그동안 우리금융이 내걸었던 목표와는 상충된다는 점이 전략의 맹점으로 지적된다.

우리금융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43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은 2조9779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우리금융을 앞질렀다. NH농협금융은 2조450억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올려 우리금융 뒤를 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금융이 띄운 승부수는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확대다. 우리은행은 그룹 의지를 보여주듯 오는 2027년까지 기업대출 1위를 탈환하겠다는 목표까지 세웠다.

우리은행의 3분기 기업대출은 대기업 45조원, 중소기업 124조원으로 전년 말 대비 각각 21.0%, 2.1% 늘었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총 172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159조원, 161조원의 기업대출 잔액을 기록해 우리은행과 비슷한 규모를 유지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이 우리은행을 필두로 한 이런 우리금융 실적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올 상반기 기준 상상인저축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2조2697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6300억원에서 약 15% 빠졌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저축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5030억원을 더하더라도 우리금융 전체 기업 대출에는 미미한 수준이다.

금융권의 이자수익 증대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금융당국의 시각도 우리금융의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자수익을 중심으로 금융권, 특히 은행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중산·서민층, 민생은 어려운 상황에 있고 이에 은행을 향한 시선이 굉장히 곱지 않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질타 하루 전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수익 증대는 국민 입장에서 역대급 부담 증대를 의미한다"며 "국가경제의 허리를 지탱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줄여줄 수 있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금융권의 이자수익 증대를 가장 강도 높게 비판한 이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 6일 "올해 은행권의 이자이익이 60조원 수준으로 아마도 역대 최대 수준에 달할 것"이라며 "3분기 영업이익을 비교하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을 다 합친 것보다도 은행권 영업이익이 크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반도체와 자동차산업에서 다양한 혁신 노력을 하고 국제 무대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조차도 영업이익 수준이 이렇다"면서 "(은행들이) 반도체, 자동차와 비교해 어떤 혁신을 했기에 60조원의 이자이익을 거둘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금융권 일각에선 우리금융의 상생금융 동참을 두고 당국의 불편한 심기를 잠재운 뒤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노리겠다는 심산이라는 풀이도 내놓는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 3일 임종룡 회장 주재로 열린 긴급회의에서 상생금융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이틀 뒤인 5일에는 소상공인 대상 이자 면제(우리은행), 상생론 등 취약계층 지원 프로그램 연장(우리카드), 서민금융 서비스 제공(우리금융저축은행), 소상공인 및 취약차주 특화 상품 출시 검토(우리금융캐피탈) 등의 상생금융 확대 방안을 예고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비은행 계열사에 해당하긴 하지만 이자로 수익을 내는 것은 다른 은행과 매한가지"라며 "컨퍼런스콜에서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으니 경영진 판단은 섰을 텐데 당국이 은행의 이자수익 증대를 곱게 보지 않는 분위기라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다른 금융지주사도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하거나 검토 중이긴 하지만 우리금융은 이미 실행 중인 상생금융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며 "이자수익 확대에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시도로 자칫 불편해질 수 있는 당국과의 관계를 완만하게 형성하려는 시도로 읽힌다"고 덧붙였다.

동지훈 기자 jeehoon@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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