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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위험한 상상]②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득일까 독일까

Numbers 2023. 11. 9. 21:03

(사진=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지주가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는 가운데 ‘득(得)’이 될지 ‘독(毒)’이 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우리금융의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의 인수는 비은행 강화로 금융지주로서의 입지를 넓히는 득이 될 수도, 브랜드 이미지를 갉아먹는 독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우리금융지주, 비은행 입지 넓힌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금융권에 따르면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대주주인 상상인과 우리금융지주는 각각 인수 및 매각 주관사를 선정한 뒤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실사 이후 매각가, 매각 대상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SPA(주식매매계약) 체결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상상인의 최대주주 유준원 대표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대주주 지분매각 명령을 받아 보유 지분 최소 90%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 대표가 불법 대출 등의 혐의로 중징계를 받아 대주주 적격성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이번 M&A로 업권 내에서 존재감이 미약한 우리저축은행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5대 금융지주 중 가장 낮은 비은행 수익(9월 말 누적 기준 6.1%)을 끌어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전국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우리저축은행의 자산 규모(1조6104억원)는 27위 정도다. 다만, 우리금융지주가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을 인수해 자회사인 우리저축은행과 합병하면 자산 규모는 6조7114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 인수로 단숨에 업계 4위에 올라설 수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M&A는 저축은행의 영업망 확충과 더불어 지주 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차원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축은행권 관계자는 “지방에 영업점이 여러 곳 있는 것보다, 수도권에 1개 있는 것이 수익 측면에서 더 나은 편”이라면서 “우리저축은행은 경기도에 영업권이 없기 때문에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로) 영업권역 확장 측면에서 메리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사냥 파트너’ 꼬리표는 독


그러나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 걸어온 길에 잡음이 많았던 만큼 일각에서는 득이 아닌 독이 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이 ‘기업사냥꾼’에 고금리 주식담보대출을 하는 등 무자본 M&A(인수합병)에 가담해 몸집을 불려왔기 때문이다.

무자본 M&A는 인수자가 자기자금 없이 차입한 자금으로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세력은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한 후 주가를 띄우기 위해 분식회계와 공시의무 위반 등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일삼는다. 대체로 세력들은 주가 조작 행위를 통해 이익을 취한 후 상장폐지 수순을 밟기 때문에 일반 개인 투자자들은 피해를 보게 되는 구조다.

저축은행이 무자본 M&A 세력에게 고금리 대출을 무분별하게 제공하는 것은 불공정거래를 조장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서민과 중소기업의 금융지원을 위해 설립된 상호저축은행이 불공정거래를 조장해 폭리를 취한 셈이기 때문이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은 텍셀네트컴(현 상상인)에 인수된 직후인 2016~2018년 당시 1조9000억원가량 규모의 주담대를 20%의 고금리로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상적인 기업의 자금조달 금리가 아니었기에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이 무자본 M&A 세력들에게 자금줄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로 2018년 당시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무자본 M&A로 의심되는 42개의 인수건(39개 기업) 중 20개 기업이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고금리 주식담보대출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은 2018년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 폐지된 11곳 가운데 9곳(파티게임즈, C&S자산관리, 스틸플라워 등)에 주식담보로 돈을 대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적을 받았다. ‘무자본 M&A 자금줄’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 셈이다.

이 시기에 상상인저축은행의 영업이익은 매년마다 크게 늘었다. 2016년 232억원에서 2018년 881억원으로 279.74% 증가했다. 2015년 6억원의 영업손실을 시현하던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이다.

결국 2019년 검찰 측은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이 무자본 M&A나 주가조작 등 세력에게 자금을 지원해 사실상 ‘사채업’을 했다고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진행했다. 이후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은 불법 대출, 의무 대출 비율 미준수 등의 혐의로 중징계를 받았다. 상상인 측은 징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2·3심 법원은 "징계에 위법이 없다"며 금융위의 손을 들어줬다.

이러한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의 이미지 탓에 일각에서는 내부 통제로 쇄신에 나서야 할 우리금융지주가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인수로 하나의 오점을 남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4대 금융지주(KB‧신한‧우리‧하나금융) 중 한 곳으로서 정도(正道) 경영에 앞장서고 있는 우리금융지주와 무자본 M&A의 자금통로라는 이미지를 지닌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은 강한 거리감이 있다는 의견이다.

물론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 인수가 우리금융에 독이 될지, 득이 될지는 속단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금융지주는 상상인저축은행의 역사에서 비롯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해야 하는 큰 숙제를 안게 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뢰에 기반한 영업을 해야 하는 금융사에게 있어 큰 사건 사고가 있었던 타 금융사에 대한 인수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다만, 과거 저축은행의 피인수 전례 감안 시 이후 인수 금융사의 경영 방향성 공유 여부, 정도 등에 따라 인수 효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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