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회사 ‘투믹스홀딩스’가 물류 운반기계 제조기업인 ‘수성샐바시온’을 사들였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이 인수합병(M&A)을 평범한 M&A로 해석하지 않고 있다.인수자 측에서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기업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인수 작업 전반을 주도한 인물은 방송인 클라라 남편으로 알려진 투자자 '사무엘 황'씨로 파악된다. 여기에 빗썸 실소유주로 알려진 사업가 강종현씨의 비덴트 자금까지 유입된 것이 확인되며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수성샐바시온 인수한 투믹스홀딩스…뒷배는?
투믹스홀딩스는 지난 7월 수성샐바시온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투믹스홀딩스는 기존 최대주주인 ‘샐바시온투자조합’의 지분 일부를 195억원에 매입하고, 유상증자 참여와 전환사채(CB) 인수 등의 방식으로 수성샐바시온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했다.
IB 업계에서는 이를 평범한 M&A로 해석하지 않는다. 해당 딜을 진행하면서 수성샐바시온이 역으로 투믹스홀딩스의 사업 자회사인 투믹스 지분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수성샐바시온이 투믹스를 사들이는 데 투입한 돈(552억원)이 투믹스홀딩스의 수성샐바시온 인수가격(345억원)보다 컸다. 투믹스홀딩스는 자회사를 이용해 별도의 현금 유출없이 상장사인 수성샐바시온을 인수한 것이다.
시장은 인수 주체를 주목한다. 투믹스홀딩스는 ‘테라핀스튜디오’라는 업체가 투믹스를 인수하기 위해 지난해 4월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테라핀스튜디오는 K-디지털 콘텐츠 사업을 영위하는 미국 소재 기업으로, 코핀커뮤니케이션즈(현 테라핀)의 주주들이 주식을 현물출자해 설립했다. 코핀커뮤니케이션즈는 한국과 미국 LA에 본사를 둔 글로벌 투자회사 ‘NPX캐피탈’을 최상위 지배회사로 두고 있다.
NPX캐피탈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방송인 클라라 씨의 남편인 한국계 미국인 '사무엘 황' 대표다. NPX캐피탈의 지분 70%를 보유하고 있다.
황 대표도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2009년 중국 상하이에서 에듀테크 스타트업 ‘뉴 패스웨이 에듀케이션’(New Pathway Education)을 설립해 2014년 12월 유럽계 대형 사모투자펀드(PEF) 운용회사인 CVC 캐피탈 파트너스에 매각했다. 뉴 패스웨이 에듀케이션은 이후 CVC 캐피탈의 포트폴리오 기업인 ‘EIC 에듀케이션’에 합병됐는데, 황 대표가 합병기업의 최고기술경영자(CTO)를 맡았다.
이후 2016년 5월 EIC 에듀케이션은 중국 PEF인 NLD인베스트먼트에 매각됐고, 같은 해 황 대표는 NPX캐피탈을 설립했다.
수성샐바시온에 드리워진 선수들의 그림자
수성샐바시온이 사무엘 황 대표의 손에 들어간 경위를 살펴보면 때는 2021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NPX캐피탈은 코핀커뮤니케이션즈에 150억원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그리고 2022년 1월 PEF 법인 NPX프라이빗에쿼티(NPX PE)를 통해 504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이후 코핀커뮤니케이션즈는 미국 법인인 테라핀스튜디오를 설립하고 미국 법인을 모회사로, 기존 한국 법인을 자회사로 하는 플립(Flip·미국 법인 전환)을 추진했다. 이 작업은 지난해 6월 완료됐다. NPX캐피탈→테라핀스튜디오→코핀커뮤니케이션즈로 이뤄지는 지배구조가 구축된 것이다.
NPX캐피탈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코핀커뮤니케이션즈를 산하에 둔지 1개월여만에 투믹스까지 인수한 것이다. 테라핀스튜디오가 투믹스홀딩스를 설립하고, 투믹스홀딩스로 투믹스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투믹스 인수에는 약 2020억원이 투입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투믹스홀딩스가 수성샐바시온을 인수했고, 수성샐바시온은 NPX캐피탈 산하로 편입됐다.
NPX캐피탈의 코핀커뮤니케이션즈, 투믹스 지분 인수와 함께 등장하는 또 다른 기업이 있다. 바로 ‘비덴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비덴트는 지난해 8월 NPX캐피탈의 포트폴리오 기업인 ‘NPX 테라핀 엑세스 유한회사(NPX Terapin Access LLC USA Fund)’에 251억원을 투자해 지분 66.71%를 확보했다. 지분 취득 목적은 '코핀, 투믹스 웹툰IP독점권 확보'다. NPX캐피탈과 공동 경영을 약속한 셈이다.
비덴트는 '빗썸 실소유주' 의혹을 받고 있는 강종현씨가 실소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씨는 초록뱀그룹의 A회장, 쌍방울의 B회장 등과 함께 시장에서 알려진 무자본 M&A 선수이기도 하다. 강씨는 비덴트가 NPX캐피탈에 투자한 이후 올해 2월 빗썸 관계사 주가조작 의혹으로 구속기소됐다. NPX캐피탈의 코핀커뮤니케이션즈, 투믹스 인수부터 투믹스홀딩스의 수성샐바시온 인수까지 투자 선수들의 무대라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NPX캐피탈은 최근 들어 코스닥 시장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반도체 검사 장비 업체 바이옵트로에 147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자회사 NPX홀딩스를 통해 7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77억원어치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내용이다. 유상증자와 CB 모두 내년 1월 5일로 대금 납입이 예정됐다.
바이옵트로 또한 NPX캐피탈 손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유상증자로 발행될 신주와 CB의 전환가능주식수 합계(306만2435주·37.14%)가 최대주주인 김완수 대표의 보유주식수(307만8206주·37.33%)에 근접하기 때문이다. CB의 표면이자율 0%인 것으로 봤을 때 바이옵트로 측에선 이자부담을 지진 않지만, 콜옵션(매도청구권) 등의 지배력 방어 장치가 없다. 투자자인 NPX캐피탈은 향후 보통주 전환으로 지분율 확대를 노릴 수 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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