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汎) 삼성가로 분류되는 한솔그룹에 변화가 진행 중이다. 최근 3세 경영승계 준비에 들어간 모습이다. 그동안 한솔그룹은 조동길 회장을 중심으로 20년 넘는 기간 안정적인 지배체제를 구축해 운영했다. 이제는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책임질 신규 체제를 갖추기 위해 기반 다지기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23년차’ 조동길 체제, 위기 넘기고 지주사 전환
한솔그룹의 기원을 따지면 1993년까지 거슬러간다. 이는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녀인 고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 삼성그룹에서 한솔제지(옛 전주제지)를 분리·독립하면서 시작했다. 이 고문은 국내 대표적 1세대 여성 경영인으로서 초창기 한솔그룹 성장을 이끌었다. 제지에서 물류, 정보기술(IT) 분야로 확장하면서 계열사를 늘렸다.
이 고문은 2001년 한솔제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첫째 아들인 조동혁 한솔제지 부회장도 명예회장에 오르며 경영 일선에서 뒤로 빠졌다. 둘째 아들인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은 한솔PCS 사업 비리에 연루되면서 후계 구도에서 멀어진 이후 계열분리를 진행해 한솔텔레콤, 한솔아이글로브 등 4개 계열사를 가지고 독자경영에 나섰다. 이와 함께 3남인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이 그룹의 총수 자리에 올랐다.
한솔그룹은 크게 조동길 회장이 한솔홀딩스, 조동혁 회장이 한솔케미칼을 각각 경영하는 이원화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조동길 회장은 취임 이후 20년 넘는 세월동안 한솔그룹을 이끌었다. 임기 초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등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이었다. 한솔그룹도 무리한 확장 투자 후유증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조동길 회장은 부실 사업은 매각하는 등 그룹 전반의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 혁신에 나섰다.
그는 삼성물산과 JP모건을 거쳐 1987년 한솔의 모태인 전주제지로 옮겼다. 이후 1995년 부사장을 거쳐 1997년 제지부문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 과정에서 제지 전문가로 자리를 잡으며 실적 회복을 이끌었다.
아울러 조 회장은 2010년대 들어 오랜 기간 걸쳐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했다. 당초 2013년 한솔제지와 한솔로지스틱스를 각각 인적분할해 지주회사를 만들고자 했지만 실패했다. 이듬해 한솔제지 투자부문을 인적분할해 지주회사 한솔홀딩스를 설립했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주회사 기준도 충족했다. 이어 한솔로지스틱스와 한솔라이팅, 한솔PNS에서 투자부문을 분리해 한솔홀딩스에 합병시켰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상호출자 관계를 해소하고 지주사 체제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한솔그룹은 조 회장이 지배구조 정점에서 한솔홀딩스를 통해 한솔제지와 한솔테크닉스, 한솔홈데코, 한솔PNS 등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조동혁 회장이 이끄는 한솔케미칼을 중심으로 테이팩스, 솔머티리얼즈 등 계열사가 포진했다.
지주사 돌아온 ‘조성민 부사장’, 승계 준비 작업
한솔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한 이후 안정화를 가졌다. 최근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솔그룹 총수 조동길 회장의 아들인 조성민 한솔제지 상무가 지주사 사업지원팀장(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인 승계 작업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다만 한솔그룹은 이에 대해 특별한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조 부사장은 1988년생으로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자산운용사(KYNIKOS ASSOCIATES)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이후 2016년 9월 한솔홀딩스에 입사하며 정식으로 그룹에 합류했다. 한솔제지 기획부서 과장으로 근무하다 2019년 핵심계열사 한솔제지로 이동해 2020년 수석, 2021년 상무로 승진했다. 최근 지주사 한솔홀딩스 부사장에 오르면서 그룹 전반의 전략 기획을 담당할 전망이다.
다만 아직 젊은 조 부사장이 그룹내 중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경험과 시간이 필요하다. 한솔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지주사의 대표까지 교체하며 조 부사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한솔홀딩스 신임 대표로 선임된 이명길 전 한솔제지 경영지원본부장(CSO)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도 겸임하는 재무통으로 알려졌다.
한솔그룹의 또 다른 주축인 한솔케미칼도 승계를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의 장녀인 조연주 부회장은 그간 사내에서 중책을 맡아 경영수업을 받으며 경험을 쌓았다. 1979년생인 조 부회장은 1979년생인 조 부회장은 미국 웰즐리 대학교(Wellesley College)에서 컴퓨터과학과 일본어 석사 과정을 마친 후 2007년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조 부회장은 보스턴컨설팅그룹, 빅토리아 시크릿을 거쳐 2014년 한솔케미칼 부사장으로 입사하며 후계자로서 자리를 굳건히 다졌다. 조 회장이 2015년 등기임원에서 내려오고 자연스럽게 조 부회장이 이사회 자리를 꿰차면서 사실상 경영 승계의 시작을 알렸다. 조 부회장은 이듬해 테이팩스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존재감을 알렸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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