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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형제의 난'을 일으킨 차남 조현문 동륭실업 이사에게 유류분을 웃도는 재산을 물려주라는 내용의 유언장을 남긴 가운데 조 이사는 형제들을 향해 야속한 마음을 드러났다. 형제 간 우애를 당부한 고인의 유언에도 상속 재산을 둘러싼 형제의 갈등은 쉽사리 봉합되지 않을 분위기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은 지난해 변호사 입회하에 유언장을 작성했다. 고인은 유언장에서 "부모형제의 인연은 천륜(天倫)"이라며 "형은 형이고 동생은 동생이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형제 간 우애를 지켜달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언장에는 조 이사에게도 주요 계열사 주식 등 유류분 이상의 재산을 물려주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10년 넘게 형제들과 법정다툼 중인 차남이 상속 재산을 두고 또다시 싸우는 것을 원치 않았던 고인의 뜻으로 풀이된다. 유언장 작성 사실은 고인 별세 이후 삼형제에게 통보됐다.
조 명예회장이 유언장에서 차남을 언급하지 않았다면 조 이사는 유류분 청구소송으로 법정상속 재산을 요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 명예회장의 유언장 내용이 공개되며 조 이사가 유류분 청구소송을 낼 명분이 퇴색됐다.
유류분은 피상속인 의사와 상관없이 법에 따라 배우자나 자녀 등 상속인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이다. 조 명예회장의 유산은 7000억원가량으로 추정되며 유류분 소송 제기 시 조 이사가 청구 가능한 유산은 상장사 지분 기준으로 1000억원 이상에 달한다.
이에 조 이사는 대리인단을 통해 "최근 유언장을 입수해 필요한 법률적 검토 및 확인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언장 입수, 형식, 내용 등 여러 측면에서 불분명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상당한 확인 및 검토가 필요하다"며 "현재로서는 어떠한 입장도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조 이사는 "다만 선친께서 형제 간 우애를 강조했음에도 (형제들이) 아직 고발을 취하하지 않은 채 형사재판에서 부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며 "장례 때 상주로서 아버님을 보내드리지 못하게 내쫓은 형제들의 행위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로 생각된다"고 형과 동생에 대한 유감을 내비쳤다.
조 이사는 지난 2014년 형 조현준 회장과 주요 임원진을 횡령·배임 의혹으로 고발했다. 이후 형제 간 고발 등 법정공방으로 이어졌고 효성그룹 압수수색과 함께 조 회장이 실형 선고를 받는 등 오너 일가에 상처를 남겼다. 조 이사 역시 보유했던 주요 계열사 지분을 대부분 처분하고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조 이사는 올해 3월 상주가 아닌 조문객 신분으로 부친의 마지막을 배웅하기도 했다. 삼형제가 공개적으로 만난 것은 약 10년 만이지만 조 이사가 빈소에 머문 시간은 5분에 불과했다.
조 이사가 유류분 청구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조 명예회장이 보유한 효성그룹 계열사 지분은 ㈜효성 10.14%, 효성중공업 10.55%, 효성첨단소재 10.32%, 효성티앤씨 9.09% 등이다. 이에 따라 조 이사가 유류분 청구소송을 내 승소하더라도 경영권과는 무관한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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