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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위험한 상상]④'부동산PF의 그늘' 상상인저축은행 '자산 부실' 감당할까

Numbers 2023. 11. 13. 17:08

(사진=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지주가 인수를 검토하는 상상인저축은행이 외형 축소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이 급증하는 등 타저축은행 대비 빠른 속도로 자산 부실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매력도를 놓고 의견이 갈리는 양상이다.


M&A 숨은 변수 '부동산PF'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을 인수하기 위한 실사 과정에서 부동산PF 관련 사업장을 일일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저축은행들이 고금리 지속과 부동산경기 침체 등으로 PF 관련 부실채권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도 부동산PF 대출 리스크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업계 주요 관계자는 “상상인저축은행의 PF 대출이 많은 편”이라면서 “PF 대출을 업계에서는 론파일(Loan file)이라고 하는데 이는 은행이 돈을 빌려준 각 차주들에 대한 모든 중요 정보를 기록하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이어 “얼마를 빌려줬고 상환은 잘 하고 있는지,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등 현재 사업장 하나하나 살펴보는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도권 라이선스만 확보할지 등에 대해서는 실사를 진행하면서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로인해 이번 M&A 성사를 좌우하는 변수가 ‘부동산PF’가 될 전망이다. 매각가 산정과 매각 대상 범주를 정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수협은행의 웰컴캐피탈 인수에서도 ‘부동산PF 등 부실채권의 행방’이 주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금융지주사 전환을 꾀하는 수협은행은 웰컴캐피탈의 부실채권으로 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이 때문에 수협은행 측은 웰컴캐피탈의 부실채권 등을 웰컴저축은행에 이관하고 순자산만 인수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웰컴금융그룹 측이 이에 반대해 한동안 딜이 진전되지 않았다.

 

상상인저축銀, 부동산 침체 속 대출 늘려 


(자료=상상인저축은행 경영공시)

 
현재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도 지난해부터 시작된 급격한 금리 상승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동산 금융 리스크를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타금융사들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동산 관련 대출을 줄인 것과는 반대되는 행보를 보인 탓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의 담보대출 자산(2조9866억원) 가운데 가장 많은 게 부동산 담보대출(1조9978억원, 66.89%)이다. 이는 2021년 말 1조7037억원 대비 약 17.3% 증가한 규모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부동산 담보대출도 2021년 9446억원에서 2022년 9925억원으로 소폭 늘어났다.

PF 대출을 늘려온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은 지난해부터 금리 인상, 부동산 경기 침체로 PF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안정성 문제가 생겼다. 상상인저축은행의 2분기 경영공시에 따르면 부동산PF 대출 잔액(4015억원) 가운데 연체액은 567억원 수준이다. 저축은행 업권에서 OK저축은행 다음으로 가장 높은 연체액이다.

이에 따른 올해 2분기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은 14.12%로 업권에서 가장 높다. 저축은행의 부동산PF 연체율 평균이 4.61%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치다. 2022년 말 5.03% 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반년 만에 연체율이 9.09%포인트 늘어났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연체액은 218억원으로 연체율이 11.05%에 달해 업권 내에서 높은 연체율을 기록하고 있다.

(자료=상상인저축은행 경영공시)


상상인저축은행의 부실채권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67%로 전년 동기대비 8.57%포인트 치솟았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란 총여신 중 3개월 이상 연체돼 앞으로 채권을 제대로 회수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부실채권을 말한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0.68%로, 10%를 웃돌고 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0%를 웃도는 저축은행은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과 대아저축은행(24.35), 대원저축은행(14.58), HB저축은행(14.04), 조흥저축은행(11.99), 아산저축은행(11.19) 뿐이다.

업황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도 크게 악화됐다. 올해 상반기 상상인저축은행은 248억원 ,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91억원의 적자를 각각 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결산 기준으로 한 상상인저축은행의 순이익은 499억원이다. 2021년 결산 당시 651억원을 기록했을 때보다 약 23.35% 감소한 수치다. 상상인저축은행은 2018년 결산 순이익 670억원을 기록한 이후 코로나19 침체기였던 2020년을 제외하고 줄곧 600억원대 순이익을 유지해왔다. 그간 견고한 성장세와 순이익을 유지했던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성적표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도 부진한 실적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2019년까지 463억원의 순익을 내던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2020년 31억원의 순익을 낸 뒤로 200억원대 순이익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7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2017~2018년 당시 446~557억원의 순이익 내던 점을 감안하면 반토막난 수준이다.

우리금융지주가 당장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을 인수하게 된다면 건전성 및 수익성 제고와 부동산PF 리스크 해소 등의 과제를 떠안게 될 전망이다. 


인수 메리트 놓고 시장서 설왕설래


업계 안팎에서는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이 이처럼 건전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우리금융지주의 이번 M&A 추진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룹 비은행을 강화하고 저축은행권 입지 강화를 위한 행보이지만 투자 메리트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 인수 의사를 철회했던 것처럼 딜 드랍(거래 무산)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간 시장에서는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 인수를 포기한 것을 두고 KDB생명의 자본건전성이 좋지 않아 비용 부담이 컸던 만큼 거래가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풀이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의 건전성 등을 감안했을 때 우리금융지주도 이와 유사한 길을 걸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의견이다.

우리금융지주라는 대형 금융지주사에게도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등 건전성 개선 과제는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는 타금융지주사 대비 건전성이 좋은 편에 속하지만 최근 부실채권이 늘고 있는 추세다. 

우리금융지주의 3분기 말 기준 부실채권은 1조4810억원이다. 이는 전년 말(1조820억원) 대비 36.9% 오른 수준이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올 3분기 0.41%로, 전년 말 0.31%보다 0.1%포인트 증가했다.

기업 M&A에 정통한 IB 업계 관계자는 “영업권역 확장이라는 메리트가 있다 해도 부실 등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인수를 추진하는 배경을 두고 업계에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저축은행 인수 제의를 받았으나 거절한 이유는 부동산PF로 인한 부실 자산 때문이었다”면서 “현재 저축은행 매물이 상당히 많지만 M&A가 이뤄지지 않는 까닭도 부동산PF로 인한 리스크가 한 몫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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