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내부에서 또다시 횡령이 발생했다. 라임펀드 불완전판매와 700억원 규모 횡령 사건 이후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지속해서 조직 쇄신에 나서고 있음에도 그룹 내 내부통제 관련 잡음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현재 그룹 및 저축은행 내 내부통제 자체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불법 대출 등 비리로 얼룩진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시선도 나오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 인수가 전면적인 쇄신과 거리가 멀어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임종룡號 우리금융지주, ‘쇄신’은 어떻게?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우리금융저축은행(전 아주저축은행)의 한 직원이 고객 돈 2억34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하고 ‘기관주의’ 제재를 통보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해당 직원은 대출 모집인에게 지불하는 비용이나 각종 수수료 등을 허위로 발생시키는 방식으로 회삿돈을 빼돌렸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700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가 터진 데 이어 최근까지도 임직원 횡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3월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한 직원이 2012년6월부터 2020년6월까지 8회에 걸쳐 697억30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지난 7월에는 우리은행 전북 소재 지점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외환 금고에 있던 시재금 7만 달러(9000만원)를 빼돌렸다가 적발되는 등 올해에도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연이어 일어났다. 최근에도 우리은행 서울 금천구청지점의 한 직원이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고객 공과금 5200만원 가량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강민국 의원실(국민의힘, 경남 진주시을)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국내 금융업권 임직원 횡령 사건 내역’(2017년~2023년7월)에 따르면, 조사기간 중 우리은행의 횡령 금액(733억3110만원)은 타 은행을 압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조직 분위기 쇄신·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내부통제 시스템 등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윤리경영이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 시점에서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추진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도덕적 해이 사례가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 금융사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개미 외면한 상상인저축銀, 한계기업 대출 영업관행으로 폭리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은 영업관행 측면에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있는 금융사이기 때문이다.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은 그간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한계기업에 대출을 이어가 주식 반대매매로 이익을 내는 등의 영업 형태를 보여 왔다. 주식 반대매매는 대규모 물량 출회(오버행)로 주가가 급락해 결국 개인투자자가 피해를 입게 된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실제로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과 주식 담보계약을 체결한 기업들은 순손실이 증가하면서 결손금이 늘어난 기업이다. 대표적으로,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으로부터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한국테크놀로지의 경우 2018년부터 지속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결손금이 누적돼 상반기 기준 자본잠식률이 49.09%에 이르렀다. 디딤이앤에프는 2020년부터 지속적으로 순손실을 내고 있는 기업이다.
이들 기업 중 한국테크놀로지의 경우 지난해 11월과 6월 두차례 기한이익 상실로 최대주주의 지분이 반대매매됐고 주가가 폭락했다. 올해 초에도 디딤이앤에프(디딤) 등의 기업이 상상인저축은행에서 반대매매를 해 주가가 급락했고, 개인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봤다.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이 재무구조가 좋지 않거나 신용도가 낮은 한계기업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무분별하게 제공해 개인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혀 폭리를 취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셈이다. 한계기업에 대출을 이어가면서 포트폴리오 변화를 꾀한 상상인저축은행의 영업이익은 2015년 6억원의 손실에서 2016년 232억원으로 늘어났다. 그 결과 △2021년 875억원 △2022년 673억원등 600억~8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내는 저축은행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의 영업 관행 탓에 일각에서는 쇄신 등 윤리경영에 나서야할 우리금융지주가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 인수로 발목을 잡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영업 관행으로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은 지난 2019년 담보취득 기업에 부실대출을 진행해 제재받기도 했다. 당시 금감원은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이 주식 등의 담보를 취득했단 이유로 대출 회사에 대한 면밀한 심사 없이 대출을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저축은행 사태가 대주주의 횡령과 배임이 발단되어 촉발된 사태인 것처럼 저축은행에는 도덕적인 문제가 상당히 많은 편”이라면서 “현재 지주사 내부에서도 횡령 등의 사태가 발생되는 상황에서 (상상인 저축은행의) 내부 통제가 잘 이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범동 사모펀드' 연루 낳은 주식담보대출, 우리금융서 재현?
기업사냥꾼이 자기자본 한 푼 들이지 않고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무자본 인수합병(M&A)이라고 일컫는다. 인수할 기업의 주식을 담보로 사채업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상장사를 인수한다. 전환사채(CB)를 찍어 조달한 자금으로 또 다른 회사를 인수한다. 호재가 터지면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차익 실현이 가능하다. 쌍방울과 KH그룹의 계열사 확장이 이런 사례다.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는 무자본 M&A로 그룹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그리고 무자본 M&A 관련해 제도권 금융사 중 처음으로 기소된 인물이기도 하다. 저축은행을 명동 사채업자처럼 운영하면서 무자본 M&A 세력에게 수천억원 규모로 불법 대출을 해준 혐의다. 상상인으로부터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곳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가 투자한 펀드를 운용하고 그의 5촌 조카 조범동 씨가 대표를 지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가 포함돼 있다.
조범동 씨의 코링크PE는 코스닥 상장사 WFM(현 골드앤에스)의 경영권을 사채로 인수하고, 나머지 지분도 사채로 사들여 다시 주식을 사채업자에게 재양도하는 식으로 무자본 M&A해 주가를 조작한 범행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범동 씨는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이 내려졌다.
상상인은 무자본 M&A 세력인 코링크PE에 대출을 해준 것이 조 전 장관 측으로부터 특혜를 얻기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으나, 조범동 씨 범행에 조국 전 장관과 정경심 교수가 연결됐다는 검찰 주장이 재판에서 배척되면서 관련 의혹을 벗게 됐다.
문제는 대주주 적격성을 박탈하게 한 유준원 대표의 법적 이슈에도 상상인계열 저축은행의 주식담보대출 비중은 여전히 유의미하다는 점이다. 올 6월말 상상인저축은행의 유가증권 담보대출액은 구성비가 전년 동기 4.38%에서 3.56%으로 감소했지만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경우 7.17%에서 8.30%으로 상승했다. 부동산 시장 악화로 부동산담보대출에서 다시금 유가증권 담보대출로 방향을 트는 셈이다.
이는 상상인계열 저축은행이 무자본 M&A 세력에 다시금 자금줄 역할을 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한다. 앞서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19년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 1년 간 주식담보대출에 반대매매 총 18건을 실행해 170억원을 회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저축은행업계 회수액의 59.8%를 차지한다. 2018년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 폐지된 기업 11곳 중 9곳이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에서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더욱 문제는 우리금융 산하로 편제된 상상인저축은행이 이런 업태를 유지해도, 탈바꿈을 해도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금융 하에서 앞서 언급한 주식담보대출로 인한 리스크가 터진다면 제1금융사에 요구되는 도덕성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은 자명하다는 지적이다. 대출구조를 전면 개편할 경우 현재 순손실을 내고 있는 상상인계열 저축은행의 턴어라운드 시점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 관행 및 구조상 불법, 부실 대출 등이 많다”면서 “상상인저축은행이 우리금융지주사로 들어가게 되면 토마토저축은행(현 신한저축은행) 사례와 같이 개선될 여지는 충분히 있겠지만 지주 입장에서 과제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
강승혁 기자 ksh@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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