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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C] 서원주 CIO, 피같은 국민연금 어떻게 굴렸나?

Numbers 2023. 11. 17. 00:56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본부장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고 있는 서원주 기금이사는 그야말로 지옥과 천국을 오갔다. 작년 말 취임 직후 23년래 최대 손실을 기록하면서 참혹한 성적표를 받아든 서원주 이사는 올 들어 5년 평균 수익률을 넘어서는 성과를 냈다. 서 이사의 강점인 해외투자 부문이 전체 수익을 견인하고 국내 주식이 강세를 보인 결과다. 

서 이사는 어느 때보다 어깨가 무겁다. 국민연금 고갈시점이 2057년에서 2055년으로 2년 앞당겨져 국민적 불안감과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운용수익을 높여 기금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2022년 수익률, 2000년래 최저치 

 

 
서 이사의 국민연금 취임은 ‘독이 든 성배’라 할 만했다. 2022년 12월 취임 당시 국민연금은 11월 말 기준 -4.94%의 운용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당시 수익률은 등락을 거듭하다 차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던터라 부담이 더욱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계속 회복세를 보이면 추세에 따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고 손실이 커지면 서 이사의 운용 실패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었다. 

2022년 국민연금기금 연차보고서 참고


2022년 국민연금의 한해 농사는 참담했다. 국내외 주식·채권, 대체투자, 단기자금으로 구성된 금융부문 수익률은 -8.2%를 기록했다. 200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익률이다. 기금 규모는 890조4657억원, 손실액은 79조5518억원이다. 12월 서원주 이사 취임과 동시에 국민연금은 연중 최저치의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얘기다. 

경기 불안으로 국내외 주식은 두 자릿수 손실을 기록했고 채권은 금리 상승으로 평가손실이 확대됐다. 부동산과 인프라 자산 등 대체투자 평가가치가 올라 실현이익을 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지난해 투자 부문별 수익률은 △국내 주식 -22.8% △해외주식 -12.5% △국내채권 -5.6% △해외채권 -5.9% 순이다. 대체투자는 9.5%의 수익을 냈다. 

1988년 설립 이래 33년간 쌓아온 누적수익금 530조2840억원의 15%를 한 해에 잠식당했다. 수익률은 전년 10.9%대비 19.2%포인트 하락했고 5년 연평균 수익률 4.22%대비로는 12.5%포인트 떨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 긴축 가속화 우려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 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와 원달러 환율 상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등으로 경기가 침체된 데 따른 것이다.


2023년 수익 지속 상승 전환...8월은 연중 최대치  

 

서 이사는 해외·대체 투자에 힘을 줬다. 우선 주요 인력을 뉴욕 사무소에 전진배치했다. 자산배분 체계를 개선하고 다양한 대체투자 전략을 세우고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와 함께 취임 직전 개발된 부동산 섹터 글로벌 지수 활용도를 높였다. 부동산 지수는 미국, 영국, 호주, 벨기에, 캐나다, 싱가포르 등 10개국에 상장된 70개 종목을 편입하고 있다. 해당 지수는 전통 섹터를 제외하고 틈새 및 비핵심(Niche & Non-Core) 부동산 분야로 디자인됐다. 데이터센터, 물품 보관 서비스, 요양시설, 생명과학 연구단지, 삼림, 조립식 주택, 기숙사 등이 그 대상이다.

서 이사가 해외·대체투자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안정적인 수익률에 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해외·대체투자는 각각 9.2%, 10.5%의 수익을 냈다. 지난해 12월 해외통인 서원주 이사가 국민연금 CIO로 낙점된 이유다. 전임 CIO인 안효준 전 이사는 2019년 역대 최대 수익률인 11.31%를 기록했지만 경기 침체로 지난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면서 4년의 최장 임기를 마쳤다. 

국민연금 기금운용현황 공시 참고


효과는 서서히 나타났다. 1월에는 주식이 빛을 봤다. 통화긴축 조절 기대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완화로 주식과 채권이 모두 강세를 보이면서 수익률 2.7%라는 값진 결과를 얻었다. △국내주식 8.37% △해외주식 3.46% △국내채권 2.70% △해외채권 -0.81% △대체 투자 -1.76%를 기록했다. 

4월에는 경기개선과 글로벌 증시 강세효과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외화환산이익이 발생해 자산 가치가 상승하면서 대체투자로 6.4%의 수익을 냈다. 전체 운용수익률은 8.6%를 기록했다.

수익률은 5월 8.3%로 잠시 주춤하다 꾸준히 올라 지난 8월 10.3%로 연중 최대치를 찍었다. 수익은 주식이 견인했다. 금융부문 수익률은 지난해 말 대비 △국내주식 39.5%포인트 △해외주식 32.8%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대체투자는 -3.1%포인트를 감소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현황 공시 참고


특히 해외 투자 규모가 확대되는 동시에 대체투자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진 점이 눈에 띈다. 주식, 채권, 대체 투자 등 해외투자 규모는 지난해 말 426조원에서 올해 8월 511조원으로 증가했다. 전체 투자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7.9%에서 51.3%로 3.4%포인트 늘었다.

국내 대체투자는 부동산·인프라·사모투자에 국한된 반면 해외 대체투자는 사모대출(Private Debt)·다양한 자산군에 투자하는 멀티에셋·최저수익률이 보장돼 우량 자산으로 꼽히는 슈퍼코어(Super-Core) 인프라까지 확대됐다.

 
35년 투자통, 해외 이력 강점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을 담당하는 부서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가 만든 기금운용지침과 계획을 기금운용위원회가 심의·의결하면 이에 따라 월간 및 일간 자금운용계획을 수립해 운용한다.

자료 :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기금운용은 중기 자산배분 계획이라는 큰 틀에서 이뤄진다.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향후 5년 동안의 목표수익률과 위험한도,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제시하면 기금운용본부가 세부적인 집행 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이다. 이는 △리스크관리위원회 △투자위원회 △대체투자소위원회 △투자관리위원회 등 4개의 기금운용 관련 내부 위원회의 회의를 통해 결정된다.

기금운용본부장인 기금이사는 투자위원회와 대체투자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기금운용본부의 책임자로 운용 전략을 짜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등 기금운용의 실질적·핵심적 역할을 담당한다. 기금이사 아래로 △전략부문장 △리스크관리부문장 △지원부문장 등 3명의 부문장이 위치한다. 이와 함께 13실과 대외협력단, 뉴욕·런던·싱가포르 등 해외사무소가 있다. 

기금운용본부의 9번째 수장인 서원주 이사는 1965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삼성생명보험에 입사해 해외투자와 자산운용 경험을 익혔다. 뉴욕법인과 싱가포르법인에서 해외 투자를 담당했고 변액계정운용부장과 자산운용본부장을 지냈다. 이후 2014년부터 현 미래에셋생명인 PCA생명보험에서 자산운용본부장을 역임했다. 2019년부터 최근까지는 8조원에 달하는 공무원연금을 운용했다.

서 이사의 능력은 공무원연금 수익률에서도 부각됐다. 취임 당시 공무원연금은 -2.7%의 수익률을 내고 있었다. 취임 후 공무원연금은 △2019년 9.56% △2020년 11.41% △2021년 9.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서원주 이사의 해외·대체투자 확대 전략이 통한 덕이다. 성과를 인정받은 서 이사는 2년 임기를 마친 후 1년 연임에 성공했다.
 

대체 투자·인력 운영 과제...의사결정 균형 유지도 숙제


위험은 남아있다. 고금리 지속으로 부동산과 인프라 등 자산 가격이 떨어지면서 대체투자에서 올 상반기 수준의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 경영권을 인수하는 사모펀드 시장에서도 인수금융 조달금리가 높아져 빅딜 거래가 줄어든 것도 유의할 점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현황 공시 참고. 공정가치 평가가 반영되지 않음.

 
이는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수익률과 투자비중에서 잘 나타난다. 수익률은 지난해 말 9.5%에서 지난 8월 6.4%로 3.1%포인트 감소했다. 투자부문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국민연금 기금운용현황 공시 참고


서 이사가 대체투자 규모를 줄인 것도 수익률 감소에 따른 결정으로 해석된다. 대체투자 금액은 지난해 말 146조원에서 지난 8월 160조원으로 늘었지만 투자 비중은 16.4%에서 16.1%로 0.3%포인트 줄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기금규모를 오는 2028년까지 1280조원, 대체투자는 196조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대체투자 분야 인력을 내년부터 확충하고, 사모대출 등 중위험·중수익의 성격을 가지는 신규 투자 자산을 다양화할 방침이다.

또 미국 서부 금융중심지인 샌프란시스코에 해외 사무소를 1개소 추가 설치하고 투자 결정과 관련한 책임자급 인력을 파견하는 등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뉴욕 사무소의 물리적 한계를 보완하는 한편 IT·바이오·신재생에너지 등 핵심 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기회를 확보한다는 목표다. 

서 이사는 앞으로 해외·대체투자 전략에 따라 기금을 운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리스크관리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핵심 인력 이탈을 막는 한편 전문 인재를 영입하는 등 조직 운용을 개선해야 한다. 
 

2022년 국민연금기금 연차보고서 참고


복잡한 지배구조에 따라 균형잡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숙제도 있다. 일찍이 업계에서는 기금운용위원회, 보건복지부, 기금운용본부간의 역할 분담과 임무가 모호해 혼란과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국민연금 측은 “해외·대체투자를 확대한다는 건 오래 전부터 이어왔던 기금운용본부의 기조”라며 “단기적으로 규모가 줄수도 있으나 중장기 관점에선 투자 확대에 중점을 두고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금운용본부는 말 그대로 기금을 운용하는 기관이고 나머지 예산 편성과 정책 등에 대한 부분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며 “의사결정에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건 일부의 시각일 뿐”이라고 했다.

조아라 기자 archo@bloter.net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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