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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은 될 수 있지만 배임은 아냐"...법원이 민희진 손 들어준 이유는?

Numbers_ 2024. 6. 1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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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은 될 수 있지만 배임은 아냐"...법원이 민희진 손 들어준 이유는?

자본시장 사건파일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제기한 '의결권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의 인용 결정으로 일단락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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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각사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제기한 '의결권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의 인용 결정으로 일단락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5월 30일 "현재까지 제출된 하이브의 주장 및 자료만으로 민 대표에게 해임 및 사임 사유가 존재한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이후 양측 갈등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모양새다. 가처분 결정으로 어도어 임시주주총회에서 민 대표는 유임됐다. 민 대표는 주총이 끝난 뒤 기자회견 열고 "법원 판결로 분기점이 생겼다"며 하이브에 화해 의사를 전하기도 했다.

법원은 이 사안을 어떻게 바라봤던 걸까. 이번 가처분 결정문을 살펴봤다.

 

민 대표 "해임 사유 해당하는 행위 하지 않았다"

 

지난 4월 하이브(어도어 지분 80% 보유)는 민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 일부의 경영권 탈취를 의심하고 감사에 착수했다. 하이브는 민 대표 등이 경영권 탈취 계획을 수립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했고 이들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 용산경찰서에 고발했다. 아울러 하이브는 어도어가 이사회 소집 요구에 불응할 것을 대비해 법원에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신청했다.

이에 대해 민 대표는 "경영권 찬탈을 계획한 적도, 의도한 적도, 실행한 적도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양측 갈등이 깊어지면서 지난달 민 대표는 법원에 하이브를 상대로 의결권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어도어 임시주주총회에서 하이브가 민 대표 해임안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취지였다.

주주간 계약 일부 /자료=이 사건 결정문


민 대표 주장의 근거는 하이브와 체결한 '주주간 계약'이었다. 이 계약은 '민 대표가 상법상 이사 해임 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계약이 해지되지 않는 한, 하이브는 민 대표가 어도어 설립일부터 5년 동안 어도어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 직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어도어 주주총회에서 보유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하이브가 민 대표에게 사임을 요구할 수 있는 4가지 경우도 규정하고 있다. 민 대표가 △고의·중과실로 어도어에 10억원 이상의 손해를 입힌 경우 △주주간 계약을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 △어도어의 운영과 관련해 배임이나 횡령, 기타 위법 행위를 한 경우 △대표이사로서의 업무 수행에 중대한 결격사유가 발생한 경우다.

민 대표는 계약에 규정된 해임·사임 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하이브는 민 대표가 어도어와 걸그룹 뉴진스를 사유화하기 위해 관련 법령과 정관을 위반했다고 반박했다. 

 

"구체적인 실행 행위했다는 점 소명되지 않아"

 

우선 재판부는 "민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의 지배 범위에서 벗어나거나 하이브를 압박해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주식을 매도하게 함으로써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하이브의 주장과 자료만으로 민 대표에게 해임 사유가 존재한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자료=이 사건 결정문

 

재판부는 "민 대표가 계획 수립 등의 단계에서 나아가 구체적인 실행 행위를 했다는 점이 소명되지 않았다"며 "민 대표의 행위가 하이브에 대한 배신적 행위가 될 수 있을지언정 어도어에 손해를 발생시키는 '직무에 관한 부정행위' 또는 '법령에 위반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민 대표가 걸그룹 아일릿의 뉴진스 표절과 관련해 하이브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 어도어에 대한 배임 행위로 볼 수 없다는 판단도 나왔다.

재판부는 "어도어와 뉴진스 구성원이 맺은 전속계약은 제3자가 뉴진스의 연예활동을 침해하거나 방해하는 경우 어도어가 이를 배제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며 "어도어가 이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뉴진스 구성원들이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민 대표는 어도어의 핵심 자산인 뉴진스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취할 선관주의의무 또는 충실의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자료=이 사건 결정문



더불어 재판부는 △민 대표가 외부에 유출했다고 하이브가 주장하는 정보들이 어도어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민 대표가 제3자에게 그와 같은 정보를 발송함으로써 구체적으로 어도어에 어떠한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는 점 등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대한변협 인증 엔터테인먼트 전문 송혜미 변호사(법률사무소 오페스)는 "민 대표가 도의적으로 다른 마음을 가진 것을 배신 행위로 볼 수는 있지만 결과론적으로 어도어에 피해가 발생한 건 아니라는 의미"라며 "배임죄에서 예비 행위를 처벌하지 않기 때문에 민 대표가 하이브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거나 계획을 수립한 행위만으로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약상 비밀 유지 의무, 중대하게 위반하지 않아"

 

재판부는 민 대표에게 계약상 사임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도 따져봤지만 이것 역시 "현재까지 제출된 주장과 자료만으로는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민 대표가 기자회견(2024년 4월 25일)에서 언급한 주주간 계약의 내용과 그 정도 △이후 언론에 보도된 계약 내용의 출처가 민 대표라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춰보면, 민 대표가 주주간 계약상 비밀 유지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어도어의 영업실적 등을 고려하면 하이브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민 대표에게 어도어의 대표이사로서의 업무 수행을 금지시켜야 할 만큼 중대한 결격사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자료=이 사건 결정문

 

재판부는 "주주총회의 개최가 임박해 민 대표가 본안소송으로는 권리구제를 받기 어렵다"며 "민 대표가 주주총회에서 해임되는 경우 잔여 임기 동안 어도어의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기회를 상실하게 되는 손해를 입게 되고 그러한 손해는 금전적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점 등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하이브가 의결권 행사 금지 의무를 어길 경우 민 대표에게 배상금 20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박선우 기자 closel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