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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추진' 리벨리온, '사피온코리아 합병' 기업가치 호재될까

Numbers_ 2024. 6. 15.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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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추진' 리벨리온, '사피온코리아 합병' 기업가치 호재될까

토종 인공지능(AI) 반도체 업체인 리벨리온과 사피온코리아가 합병을 결정했다. 리벨리온이 상장에 나선다고 밝힌 가운데 양사의 합병이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14일 투자은행(I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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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사진 제공=KT


토종 인공지능(AI) 반도체 업체인 리벨리온과 사피온코리아가 합병을 결정했다. 리벨리온이 상장에 나선다고 밝힌 가운데 양사의 합병이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리벨리온은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 제안서 접수를 마감했다. KB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 대부분이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벨리온의 경쟁사 퓨리오사AI의 상장 공동 주관사를 맡은 NH투자증권은 제안서를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리벨리온은 2020년 박성현 대표와 오진욱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이 공동 창업한 AI 반도체 팹리스(설계) 스타트업이다. 리벨리온이 상장을 준비 중인 가운데 지난 12일 리벨리온은 사피온코리아의 합병을 공식화했다. 

리벨리온의 합병 대상인 사피온코리아는 SKT의 계열사인 사피온(SAPEON)의 100% 자회사다. SKT는 2022년 AI 반도체 사업부를 분사하면서 미국에 사피온을 설립했다. 당시 SKT는 미국 사피온을 설립하는 데에 483억원을 투입했다. 동시에 한국에도 사피온코리아를 설립했다. 개발인력 등이 사피온코리아에 집중돼 있어 이번 합병도 사피온코리아와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벨리온과 SKT는 실사와 주주동의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올해 3분기 중 합병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하고 통합법인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리벨리온 관계자는 합병 시너지에 대해 "국내 AI 반도체 개발 전문 인력 풀은 제한적이고 여러 업체로 분산된 상태"라며 "합병법인이 인력 개발 역량을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향후 합병이 완료되면 합병법인의 최대주주는 SKT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피온코리아의 모회사인 사피온의 지분 절반 이상을 SKT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합병 후 경영권은 리벨리온이 맡는다.

리벨리온이 기업공개(IPO)를 본격화한 만큼 이번 합병이 상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리벨리온은 2022년 시리즈A 투자 당시 3500억원의 몸값을 인정받았다. 올초 시리즈B 투자에는 88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지난해 7월 사피온코리아는 4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주주배정증자 방식으로 신주 22만5000주를 주당 20만원에 발행했다. 증자 후 발행 주식은 58만7500주로 주당 발행가액과 총발행 주식을 감안하면 기업가치는 1175억원으로 추정된다. 

만약 리벨리온과 사피온코리아가 합병하면 단순 계산으로 기대할 수 있는 합병법인의 기업가치는 약 1조원 수준이다.

리벨리온에 앞서 경쟁사인 퓨리오사AI가 상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퓨리오사AI는 리벨리온, 사피온과 함께 토종 AI 반도체 3총사로 거론되는 곳이다. 

퓨리오사AI는 지난 4월 대표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삼성증권을 각각 선정했다. 하지만 삼성증권이 공동 주관사 자리를 반납했고 그 자리를 NH투자증권이 차지했다. 퓨리오사AI는 지난해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할 때 기업가치 6800억원을 인정받은 바 있다. 상장 후에는 기업가치가 2조원을 웃돌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만약 리벨리온이 사피온코리아와의 합병을 마무리 짓고 상장에 성공하면 퓨리오사AI와 마찬가지로 기업가치 2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세 기업 모두 파두와 마찬가지로 팹리스 업체인 점이 우려로 꼽힌다. 지난해 8월 코스닥에 입성한 팹리스 업체 파두는 상장 전 제시한 예상 실적과 실제 실적의 괴리가 크게 발생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퓨리오사AI의 실적을 보면 매출이 36억원을 기록한 반면 영업손실이 601억원에 달했다. 2022년에도 매출액 3억원, 영업손실 501억원을 기록했다.

리벨리온은 지난해 매출액 27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 159억원을 기록했다. 사피온코리아도 지난해 25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2년 102억원 손실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유망 팹리스 업체에 투자를 멈추면 한국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뒤저질 수 있다는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반도체 업계에서 큰 두각을 내지 못했던 엔비디아의 성장을 보면 알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AI 반도체 업체 양성이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의 매출이 작을 수 있지만 퓨리오사AI, 파두 등 신생 반도체 업체들 투자가 원활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뒤쳐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리벨리온 측은 이번 합병이 상장 후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에 도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벨리온 관계자는 "사피온코리아와의 합병으로 국내 대표 AI 반도체 업체로 재탄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IPO 절차를 밟을 때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에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상장 목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한새 sa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