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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인 리벨리온과 사피온이 합병을 추진한다. 이들은 낮은 전력소모라는 강점에 더해 AI 연산에 특화된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개발해 세계 시장을 독점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경쟁해왔다. 합병으로 역량을 한데 모아 급변하는 시장에 더욱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사피온의 지분을 가진 SK텔레콤, SK하이닉스와 리벨리온을 지원해온 삼성전자, KT 등 국내 대형 정보기술(IT) 기업 역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AI 반도체 원팀' 출범에 공감대를 이뤘다.
리벨리온과 SKT는 실사와 주주동의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올해 3분기 중 합병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하고 연내 리벨리온·사피온 통합법인을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향후 2~3년이 대한민국이 세계 AI 반도체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골든타임'이라고 보고 빠른 합병을 추진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합병이 국내 AI 반도체 기업 간 대승적 통합으로 세계 AI 전쟁에 나설 국가대표 기업을 만드는 데 합의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현재 AI 작업을 위한 NPU 시장은 산업 전반에 AI가 접목되며 빠른 성장세를 보여 기업 간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합병법인의 경영은 리벨리온이 책임진다. 빠르게 변화하는 AI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결정이다. SKT 역시 그동안 신속하게 신제품을 개발, 양산해온 리벨리온의 경영성과를 높이 평가해 경영을 양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SKT는 전략적투자자(SI)로서 합병법인의 경영활동을 후방에서 지원할 계획이다.
리벨리온은 지난 2020년 설립된 뒤 3년간 2개의 신제품을 출시하며 빠르게 성장해왔다. 두 번째 제품인 '아톰'은 지난해 국내 NPU 최초로 데이터센터에 상용화됐다. 리벨리온은 올해 아톰 양산에 돌입했다.
리벨리온은 삼성전자, KT와 관계가 깊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협력하고 있으며 주요 고객은 KT다. KT는 리벨리온의 SI이기도 하며 현재는 지분 13%를 가진 2대 주주다. 차세대 제품인 '리벨' 역시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활용해 생산을 담당한다.
사피온은 2016년 SKT에서 분사해 출발했다. 2020년 국내 처음으로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를 선보였고 지난해 11월에는 차세대 제품인 'X330'을 공개했다.
SKT 관계자는 "합병으로 규모를 더 키우면서도 속도감 있는 기존의 경영방식을 이어가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KT는 기술주권 확보와 세계적 수준의 AI 반도체 기업 탄생을 위해 이번 합병에 뜻을 모았다. 리벨리온과 삼성전자의 협력관계 역시 합병 이후에도 이어질 여지가 크다.
이진솔 기자 jinsol@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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