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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선물 사외이사에 또 중앙회人…농협 지배구조 혁신 '지지부진'

Numbers_ 2024. 6. 18.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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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선물 사외이사에 또 중앙회人…농협 지배구조 혁신 '지지부진'

NH투자증권 자회사 NH선물 사외이사로 농협 출신 인사가 선임됐다. 이상철 전 남해화학 부사장이 그 주인공으로, 이 전 부사장은 농협중앙회에서 주로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현재 금융감독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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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초롱 기자


NH투자증권 자회사 NH선물 사외이사로 농협 출신 인사가 선임됐다. 이상철 전 남해화학 부사장이 그 주인공으로, 이 전 부사장은 농협중앙회에서 주로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현재 금융감독원이 농협중앙회를 정점으로 한 농협금융지주 지배구조에 대한 정기 검사에 돌입한 가운데 지배구조 혁신 프로젝트가 사실상 '제자리 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전 부사장은 NH선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돼 이달 1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임기는 2년을 부여 받았다. 이 전 부사장은 NH선물 이사회에서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다.

이에 따라 NH선물 이사회는 다시 5명에서 6명으로 늘었다. NH선물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6명의 이사회 멤버 중 임기가 끝난 3명을 재선임하지 않고 이현애 대표와 윤승한 사외이사만 신규 선임했다. 정기 주총에서 정원을 다 채우지 않은 채 이사진을 꾸렸다가 이번에 이 전 부사장을 신규 선임하면서 기존 정원인 6명을 채우게 된 것이다.

이 전 부사장은 1956년생으로 춘천고와 강원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농협에서 주로 경력을 쌓았다. 농협중앙회 강원지역본부장과 소비자유통본부장을 지낸 뒤 농협경제지주 산하 남해화학으로 이동할 때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전 부사장은 전임 NH선물 사외이사이자 감사위원이었던 박종원 서울시립대 경영대학 교수 자리를 대신한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최대주주 법인 및 계열사 상근 임직원은 3년 동안 금융사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 또 자본시장법에 따라 설립된 회사는 최근 사업연도 말 자산 총액이 2조원 이상이어야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적용 받는다.

NH선물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 총액은 8081억원으로 자산 규모가 작아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적용받진 않는다. 이 전 부사장이 남해화학을 떠난 시점도 2016년 3월이어서 공소시효가 끝났기 때문에 사외이사 결격사유는 없다.

다만, 사외이사는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 대학 교수 등 회사와 무관한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야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해 운영되는 제도인 만큼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농협은행 금융사고와 더불어 지난해 6조5000억원 대에 달하는 NH선물 외환 송금 사고에 대해 금융당국은 농협중앙회를 중심으로 한 계열사 지배구조를 문제로 보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인선이기 때문이다.

농협은 지역농·축업협동조합 1111개, 조합원 207만명을 대표해 농협중앙회를 출범시켰다. 농협중앙회는 하나로마트·사료·목우촌 등의 계열사를 가진 농협경제지주와 은행·보험·증권·캐피털 등 금융 계열사를 거느리는 농협금융지주를 각각 100% 지분율로 소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78조5000억원 규모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국내 대규모기업집단 10위권 조직이다.

NH선물 이사회는 이 전 부사장뿐 아니라 김성훈·김수공 사외이사도 농협중앙회 출신으로 구성됐다. 김성훈 이사는 농협중앙회 회원종합지원본부장, NH개발 대표이사를 지냈다. 김수공 이사는 농협중앙회 상무, 농협중앙회 농업경제 대표를 역임했다. 

NH선물을 포함해 농협금융그룹 전 계열사 사외이사진들을 보면 전현직 범농협 조직에 몸 담았던 인물들이 대거 포진한 상태다. 실제로 올 초 주총에서 NH농협캐피탈이 신규 선임한 정명화 사외이사는 전 옥종농협조합장이었다. 정 이사는 이병택 전 이사가 임기를 마치면서 발탁됐다. 이 전 이사 역시 전 농협중앙회 안성시지부 지부장이다.

자산총액 287억원에 불과한 NH농협리츠운용도 이윤배 전 농협손해보험 대표를 사외이사로 뒀다. 이 전 대표는 1979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농협은행과 농협증권, 농협생명 등 계열사를 두루 거친 인물이다. 마찬가지로 이 전 대표가 농협을 떠난 시점은 2017년 말이어서 유예기간도 지났다. 이 전 대표가 NH농협리츠운용 사외이사 임기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8월이다.

이밖에 NH벤처투자·NH헤지자산운용 등에서도 농협 출신이 비상근 감사로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렸다. NH벤처투자의 자산총액은 536억원, NH헤지자산운용은 699억원 정도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상근 감사는 사내이사, 비상근 감사는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돼야 하지만 별도 재무제표상 자산총액이 기준에 미달하면 마찬가지로 예외를 허용한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임원 요건을 충족하는 후보군 중 사외이사 요건에 결격사유가 없는지까지 크로스체크해 선임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임초롱 기자 twinkl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