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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 6위의 에어인천이 2위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부의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일부에서는 에어인천이 다른 저비용항공사(LCC) 대비 열악한 자금력으로 거래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무리한 자금 조달로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다. 화물사업이 높은 유가 등으로 불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에어인천이 통합 항공사 출범 전부터 막중한 과제를 떠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투자은행(IB) 및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부 매각주관사인 UBS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에어인천을 선정하고 후속 협의를 벌이고 있다. 양측은 향후 2~3주간 추가 실사를 이어가고 매각 대상 자산과 지상조업 계약 등 세부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양측은 오는 7월 중 계약(MA·Master Agreement)을 체결한 뒤 유럽경쟁당국의 심사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기업결합심사 및 외국 항공당국의 인허가는 약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양사는 분할·합병 계약 체결 및 주주총회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은 두 달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거래종결 시점은 내년 1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에어인천은 국내 2위 화물 운송 항공사로 올라서게 된다.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부의 화물사업 운송량 기준 국내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연간 기준 19.4%로 대한항공(39.1%)에 이은 2위다.
같은 기간 에어인천의 국내 시장 점유율(1.05%)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 이은 6위에 그쳐 업계에서는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에어인천의 자산 규모는 291억원인 반면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부 자산은 7000억원이다. 매출액 기준으로도 큰 차이가 난다. 지난해 기준으로 에어인천의 매출액은 707억원인 데 비해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부 매출 규모는 1조6071억원에 달한다.
에어인천이 스무 배가량 몸집이 큰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부의 새 주인이 되면서 일부에서는 ‘승자의 저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화물사업 자체가 업황 악화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덩치가 큰 기업을 인수한 만큼 비용 부담 등으로 인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에어인천은 지난해 156억원 가량의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냈다.
에어인천은 몸집 대비 외부 자금을 크게 조달했다. 에어인천은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부 구주 인수가격으로 45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에어인천의 지난해 현금성자산인 99억원 대비 45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밖에 에어인천은 자본 확충을 위해 증자 대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규모는 최소 2000억~3000억원이 거론되고 있다. 이 때문에 에어인천이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부 인수에만 들여야하는 자금 규모가 약 1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에어인천은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부 인수를 위해 전략적투자자(SI)인 인화정공을 재무적투자자(FI)로 한국투자파트너스 PE본부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인수금융 주선단인 한국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 등에서도 투자금을 확보했다.
현재 화물 사업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가가 상승 국면에 있어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구조다. 실제로 화물사업만 하는 에어인천의 지난해 EBITDA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사실상 영업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비우호적 경영 환경 속에서 소시어스와 에어인천이 통합 항공사를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수많은 FI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재무 및 밸류업(기업가치 상승) 부담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세한 출자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현재 통상적인 인수금융 금리가 연 5~8%대로 고금리에 형성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자 비용 부담도 있다. 이에 따라 소시어스와 에어인천의 경영 및 운용 능력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매각 대상에 직원 약 800명이 포함됐으나 격납고, 지상조업 서비스 등 화물사업 운영에 필수적인 자산들이 제외돼 거래 당사자의 자본력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화물사업이 기본적으로 성수기도 짧고 여객 부문 대비 수익성을 내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에어인천의 자생력에 대한 물음표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에어인천이 화물 전문 항공사로서 화주 확보, 현지 운항 허가, 노하우 측면에서 유리한 부분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벌써 자산 매각 관련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적자 등 에어인천 내부적으로도 어려운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부까지 인수해서 경영을 ‘잘’ 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인천 측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부가 영업이익을 내는 등 펀더멘탈(기초체력)이 큰 회사인 데다 합병 법인이 무차입회사이기에 자금 부담을 감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향후 자금 조달 가능성도 열려있다. 에어인천 최대주주 소시어스 측은 통합 항공사의 기업공개(IPO) 등 인수합병 후 자금 조달 계획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부의 몸집 덕에 통합 항공사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은 수조원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상장 항공사의 에비타멀티플(EV/EBITDA)은 2.23~4.47배에 형성돼 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부의 최근 4개 분기 기준(2022년 4분기~2023년 3분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300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기업가치는 6690억원~1조3410억원으로 추산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승자의 저주’라는 것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과대하게 책정해서 향후 인수 자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번 딜의 경우 인수 후보자가 LCC로 제한되면서 저렴하게 인수하는 거래”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래가 새우를 삼켰다와 같은 우려가 나올 수는 있으나 PEF 운용사 자체가 투자자를 유치해서 대규모 자금을 굴리고 기업가치를 상승시키는 일을 하는 곳”이라며 “또한 회사채 발행, IPO 다양한 자금 조달 기회가 있어 ‘승자의 저주’는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인천 측은 화물사업의 전문성을 토대로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끌겠다는 방침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에어인천은 화물사업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밸류업(기업가치) 전략이 확실히 마련돼 있다”며 “기단 효율화 등의 비용 효율화 작업과 인수후통합(PMI) 전략을 통해 수익이 지속될 수 있는 영업 환경을 만든 뒤 추후 굴지의 대기업이 인수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갖춰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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