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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금리 변화나 인플레이션 문제와 같은 경제 문제부터 지정학적 이슈, 그리고 환경 문제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변화가 나타나는 모습이지요. 전문가들은 변화의 요인을 크게 탈세계화(Deglobalization), 탈탄소화(Decarbonization), 인구통계(Demographics)의 세 가지 구조적 트렌드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3D 지각변동의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3D는 국가 간 경제 관계와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전환을 촉진합니다. 기업들은 여기에 맞춰 혁신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고 있지요. 애플은 탈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중국에 집중된 생산라인을 다변화해 베트남과 인도 등지로 생산 기지를 확대했습니다. 또 아마존은 전 세계적인 공급망 재편에 맞추어 자율 로봇과 AI를 활용해 물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글로벌 자본시장의 대대적인 변화 속에서 자산운용사의 분석과 대응 전략을 이야기합니다.
3高 ‘올드 노멀’ 회귀…글로벌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3D 변화’
3D는 단순한 변화가 아닌 전 세계 경제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합니다. 여기에는 쉽지 않은 과제들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무역 질서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배출 감소 노력, 인구 구조의 변화로 인한 경제 역학의 전환은 자본시장에게 새로운 기회와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지요.
최근 몇 년간 테슬라를 비롯해 아우디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중국을 떠나 미국 내수 시장에 인접한 멕시코 등으로 전기차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사례는 3D라는 세 가지 구조적 트렌드가 어떻게 경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며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만들어내는지 보여줍니다.
3D 시대를 맞이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작금의 변화를 투자 의사결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투자 전략과 포트폴리오 관리를 위한 미래 경제 지형에 적응하는 준비에 나섰습니다. 실제로 영국계 자산운용사 슈로더(Schroders)가 전세계 36개 지역에서 34조70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770명의 주요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향후 12개월 동안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상승이 포트폴리오 성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응답했습니다. 또 절반 이상의 응답자들(52%)은 탈세계화에 대응하기 위해 더욱 현지화 된 공급망을 가진 회사에 투자하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마크 나흐만 골드만삭스자산운용 글로벌 자산관리 책임자는 3D를 포함해 디지털화, 지정학적 불안의 심화 등과 같은 구조적 트렌드를 주의깊게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투자자들에게 “선별적 투자 전략 활용을 권고한다”며 “탈세계화, 고령화, 인공지능 등 구조적인 사회 변화와 관련된 수혜주에 투자하기를 추천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자본시장이 고금리·고물가·고성장으로 진행되는 ‘올드 노멀’(Old Normal)의 시대로 회귀하고 있어 향방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올드 노멀은 세계 금융 위기와 경기 침체를 겪었던 2007년경 등장한 ‘뉴 노멀’(New Normal)과 반대되는 개념이지요. 그간 뉴 노멀은 저성장·저금리·저물가가 지속되는 경제적 변화, 즉 새로운 흐름의 기준을 의미하는 단어였습니다.
자본시장의 ‘큰 손’인 초대형 금융사들이 3D로 인한 올드 노멀로의 회귀를 거듭 언급하는 이유도 이처럼 구조적 요인에서 기인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가치사슬의 붕괴와 함께 공급망과 재고관리 등 가치사슬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지요. 자본시장의 단순한 비용 증가 측면이 아닌, 물가 상승 압력을 높여 ‘장기 인플레이션의 공포’를 촉발하는 불확실성의 시대가 열린 셈입니다.
다만 슈로더는 이러한 구조적 트렌드로 발생하는 변동성이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슈로더 관계자는 “3D를 이해하는 것이 향후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과 금리 변화를 헷지하기 위해 포트폴리오의 다양화를 꾀하고 주기 전반에 걸친 수익 창출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전략을 취하는 투자자가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겨우 허문 국경, 다시 쌓자고?”…산업 생태계 재편하는 ‘탈세계화’
그동안 세계화는 세계 경제를 함께 성장시키고 운영하는 공통된 가치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이 같은 기조는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과정에는 크게 두가지 상징적인 사건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선 2018년부터 본격화된 미·중 무역분쟁이 있고 또 하나는 2020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가 있습니다.
탈세계화 현상은 우리의 일상과 세계 경제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시작된 봉쇄 조치는 세계 공급망을 마비시켰고 각종 문제를 야기했지요. 팬데믹 이후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격해지자 전 세계 국가들은 자국 중심의 경제 전략을 다시금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던 중국의 생산 차질은 산업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지요. 각국의 기업들은 생산 기지를 다변화하거나 본국으로 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 전략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또 다른 충격을 일으켰습니다. 에너지 공급 불안정과 함께 식량 가격의 급상승 등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부각시켰지요. 또 전 세계 국가들이 자국 내 에너지 안보와 식량 자급자족의 필요성을 절실히 체감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실제로 독일은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가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재생 에너지와 액화천연가스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지요.
같은 해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발표하며 세계화로 형성된 국제 분업 체제는 본격적으로 어긋나기 시작했습니다. IRA는 자국 내 인플레이션 완화와 산업의 발전을 취지를 담고 있지요. 전세계 국가들의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견고히 했습니다. 중국은 곧바로 핵심 광물의 수출을 통제하며 대응에 나섰지요. 유럽연합(EU)은 ‘유럽판 IRA’라고 일컬어지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잠정 합의하며 일종의 무역장벽을 강화했습니다.
탈세계화는 이제 단순한 경제적 현상이 아닌 정치적, 사회적, 환경적 변화를 동반하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진화했습니다. 투자자들은 다양한 도전과 기회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슈로더는 "탈세계화는 단순히 생산 기지의 이동이나 공급망의 재편에 그치지 않습니다. 기업들이 위험을 분산시키고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핵심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요. 점차 지역별 경제 블록의 형성과 이에 따른 새로운 투자 기회가 창출될 것입니다"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증시 흔들리는데… ‘투자 기회’ 어디에 있을까
3D는 올 하반기에도 국제 증시를 변동성의 늪에 빠뜨리면서 지속적으로 투자자들을 시험에 들게 만들 것입니다. 그동안 미국과 세계 주요국 간의 통화정책 사이에 탈동조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앞으로도 영국과 미국의 총선 등 변동성을 초래할 수 있는 다양한 정치·사회적 요인들이 곳곳에 잠복해 있기 때문이지요.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은 3D 지각 변동에 대비해 인프라·부동산 등 실물자산과 사모주식, 사모대출을 포괄하는 사모자산에 초점을 맞추며 자산을 재배치하고 있습니다. 아담 파스트럽 슈로더 미국 멀티에셋 대표는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라 기관 투자자들은 과제 해결에 도움이 될 분야를 살펴보기 마련이다”며 “이 가운데 하나는 인플레이션을 장기적으로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기술에 투자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공모 시장에서 사모자산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경향"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개인 투자자들 또한 3D로 맞이한 새로운 시장에 맞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투기보다는 밸류에이션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세계화의 시계가 거꾸로 맞춰진 만큼, 3D로 수혜를 볼 업종이나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을 분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지요. 지난해 ‘M7’으로 알려진 미국 주식이 상당한 관심을 받았지만, 지난 10년 동안 매년 가장 실적이 좋은 글로벌 주식 상위 10개 중 평균 9개가 비미국 주식이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요한나 키클룬드 슈로더 그룹 최고투자책임자는 "현재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의 위험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교차하며 밸류에이션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인플레이션 상승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지정학적 갈등 등 다양한 이슈들을 동시에 고려하며 분별력을 갖춰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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