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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ABL’ K-ICS기준 ‘위험조정순자산’ 2조1000억원
자본비율 감안 인수가 1조5000억원~2조1000억원
우리금융 다자그룹 실행 의지에 성사 여부 달려
요즘 보험사 M&A시장이 뜨겁다. 2020년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한 이후 올해가 열기가 가장 높은 듯 싶다. 하지만 아직 소문만 무성하고 성사된 거래는 없다. 국내 M&A 시장에서 가장 믿음직한 큰 손은 우리금융이다. 넘어야 할 장벽(hurdle)인 자본비율이 좀 빠듯하지만 아직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나름 매력적인 M&A 파트너인 것은 확실하다. 우리금융은 규모는 작지만 증권업 확장을 추진중이고 보험사 인수도 한창 저울질한다. 우리금융은 롯데손보 최종 본입찰에 불참을 선언하는 대신 ‘동양생명+ABL생명’ 패키지 딜 참여에 방점을 두고 실사를 진행 중이다. 우리금융이 이번엔 보험사 인수에 성공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높다.
현재 보험사 M&A 시장은 매수자 우위 시장이다. 그렇다고 M&A 과정에서 매수자가 모든 것을 쥐고 흔들 수는 없다. 상대가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사고 싶은 사람과 팔고 싶은 사람 어느 편이든 간절함이 큰 쪽이 딜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동양생명 ABL생명’ 묶음 거래에서 우리금융지주와 다자보험그룹 중 누가 더 간절할까?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가격이다. 우리금융은 이번 딜에서 과연 얼마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을까? 상장사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자본)과 일치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시장가격이 왜곡되거나 순자산 장부가치 산출이 미덥지 못할 수도 있다. IFRS17, K-ICS 등 변경된 보험업 관련 제도 안정성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 더 조심스럽다. M&A 과정에서 현장과 장부를 꼼꼼히 살피는 실사 과정이 그만큼 중요하다. 실사를 통해 산출된 적정거래가격에 매수·매도인이 모두 동의해야 거래가 성사된다. 거래성사 가능성은 우리금융과 다자그룹이 처한 상황과 경영진의 거래 의지에 달려있다.
2023년 ROE 8.3%인 우리금융이 역시 같은 수준의 수익성을 보이는 동양생명을 인수하는 것은 좀 아쉽지만 나쁘지 만은 않다. 그룹의 사업포트폴리오 안정화에 도움되면 주저할 이유는 없다. 우리금융의 출자여력은 100% 이하로 넉넉하고 부채비율 등 차입여력도 충분하다. 다만 보통주자본비율(CET1, Common Equity Tier1)이 시장 기대와 경쟁 금융그룹에 비해 낮은 것이 걸림돌이다. 요즘 유행하는 밸류업(Value Up) 관련 주주환원 확대, 증권사 추가인수, 건전성 선제적 대응 등을 고려하면 자본비율이 낮은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보수적으로 M&A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
2024년 3월 기준 우리금융 CET1비율은 11.99%로 그룹의 장기관리목표 13%는 물론 단기목표 12%에도 미달한다. 케이뱅크(K-Bank) 롯데카드 연합자산 등 기존 출자액 7700억원을 감안하면 보통주자본 10%를 넘지 않는 추가 출자여력은 1조8000억원 남짓이다. 보통주자본 10%의 250%만큼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하므로 염가매수차익을 고려하지 않으면 1조8000억원 투자시 CET1비율이 지금보다 하락한다.
2023년 12월말 K-ICS 순자산기준으로 ‘동양생명+ABL생명’의 리스크를 반영해 추정한 ‘위험조정순자산’은 2조1000억원이다. 우리금융이 CET1비율 11.5%를 지키려면 최대 인수가격이 2조1000억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우리금융이 IR에서 밝힌 출자여력 1조8000억원으로 인수해도 CET1비율이 11.8% 수준으로 하락한다. CET1비율 12%를 유지하려면 인수가격을 1조5000억원 이하로 낮춰야 한다. 대주주 지분율 75.37%를 감안하면 우리금융의 인수시점 투자규모는 그만큼 더 줄어들 것이다. 아울러 재산출된 ‘위험조정순자산’은 K-ICS 할인율 인하, 계리적 가정 수정 등 향후 변동요인이 많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또 인수시점 자본비율 훼손을 최소화하려고 염가매수차익을 과도하게 인식할 경우 인수 이후 장기간에 걸쳐 PPA(Purchase Price Allocation, 기업인수가격배분) 조정에 따른 수익관리 부담에 시달릴 수 있다. 정확한 공정가격 산정을 통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염가매수차익을 인식하고 관리 가능한 자본비율 범위 내에서 인수가격이 제시돼야 한다.
누구나 물건을 비싸게 팔고 싸게 사고 싶어 한다. 동양생명과 ABL생명 대주주인 다자보험그룹(안방보험 모기업)은 당연히 지금까지 들어간 본전을 생각하며 거래를 시작할 것이다. 2015년 이후 안방보험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에 각 1조6602억원, 4036억원 합계 2조736억원을 투자했다. 다자그룹은 동양생명 경영을 통해 지난 7년간 연평균 배당수익률 5% 수준으로 2600억원을 이미 챙겨갔다. 다자그룹은 적어도 최초 인수시 투자원금 이하로 거래하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이다. 매년 이익을 내고 적지 않은 배당을 하는 회사를 긴급한 사유가 없다면 조급하게 팔 이유가 없다. 다만 다자그룹과 중국 금융당국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해외 비즈니스 정리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격 수준만 맞으면 언제든지 거래가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M&A는 서로 필요한 상대가 있어야 이루어지는 게임이다. 적합한 매물이 없으면 공염불이 된다. 좋은 매물이 있어도 매수할 형편과 의지가 없으면 거래는 불발된다. 우리금융의 오랜 숙원은 민영화 과정에서 해체돼 팔려 나간 알짜 사업들을 재건해 그룹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번 우리금융의 보험사 M&A는 3년 임기 중 거의 절반을 채운 전문경영인 임종룡 회장의 의지를 가늠해보는 계기가 될 것 같다. 또 부실 금융그룹의 방만한 경영을 효율화하기 위해 중국정부와 다자그룹이 추진하는 구조조정 의지도 이번 딜 과정에서 확인될 것이다.
이번 동양생명과 ABL생명 M&A를 놓고 사고 싶은 쪽과 팔고 싶은 쪽 중 누가 더 간절하고 절실할까?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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