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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그룹 보험 포트폴리오 다각화 중심축
실사과정은 인수기업 실질가치 검증 시간
영업권보다 염가매수차익 확보 집중해야
2023년 5대 금융지주(KB 신한 하나 우리 농협) 중 이자이익 감소폭이 크지 않았음에도 당기순이익이 크게 감소한 곳은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이다. 큰 폭의 이자이익 감소에도 KB금융 농협은 당기순이익이 오히려 증가했고 가장 큰 이자이익 하락을 경험한 신한금융도 순이익 감소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모두 비이자이익 특히 보험손익 영향이 컸다. 참고로 2023년 KB금융은 전년대비 이자이익이 5% 감소했지만 보험손익이 2% 늘어 당기순이익은 5% 증가했다. 우리금융은 이자이익이 0.3% 상승했지만 당기순이익은 20% 감소했고, 하나금융 역시 이자이익이 0.3% 소폭 감소했지만 보험손익이 18%로 대폭 줄어 당기순이익이 4% 가까이 감소했다.
수년 전부터 우리금융과 하나금융 모두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그룹 성장을 이끌 사업분야로 증권 보험을 최우선으로 두고 거래 대상 기업을 물색해왔다. 그럼에도 M&A시장에 나와 있는 증권사는 많지 않고 보험사는 다수 있지만 거래 성사가 잘 되지 않고 있다. 인수 금융그룹의 성장전략과 핏(Feat)이 맞지 않거나 거래가격에 대한 기대가 서로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전략적 핏이 맞지 않으면 가격이 아무리 좋아도 인수의지가 떨어진다. M&A에서 ‘저렴한 가격‘이 반드시 ‘좋은 가격’은 아니다. 싼 게 비지떡일수도 있고 가격이 합리적이어야 거래가 성사된다. 현재 매수자 우위 시장인 보험사 M&A에서 합리적 가격은 인수자의 ‘주관적 판단’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치밀한 실사를 통해 최대한 객관적 판단 근거를 확보하고 매도자를 설득해 가격을 낮추면 ‘좋은 가격’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인수자가 추정한 ‘공정가치(Fair Value)'보다 월등히 높은 가격을 요구해서는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것이다.
현재 매물로 나온 보험사(동양생명 롯데손보 ABL생명 KDB생명 MG손보) 중 금융그룹의 성장전략, 비즈니스 적합도(Feat), 인수 후 자본 추가투입 부담 등을 고려하여 동양생명과 롯데손보 두 회사에 매수자 눈길이 모아진다. 우리금융 역시 롯데손보 본입찰을 보류하고 중국 다자그룹이 추진중인 ‘동양생명 ABL생명 패키지 딜’ 참여로 입장을 선회했다고 공시했다. 견고한 과점상태인 손보시장에서 3%대 시장지배력의 롯데손보는 그룹 사업포트폴리오 개선에 기여할 여지가 작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룹차원에서 의미있는 규모의 경제 확보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되는 회사를 거액의 ‘영업권’ 까지 지불하는 것은 부담일 수 있다. 손보 주도 영역인 장기보험시장에서 나름 경쟁할 수 있는 상품개발역량 판매망 등을 어느 정도 갖췄다고 평가되는 생보업계 6위 회사를 ‘염가매수차익’을 기대하며 인수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
우리나라 금융사들 대부분은 시장거래가격이 회계장부에 기록돼 있는 순자산(자본)가치보다 낮다. 소위PBR이 1배에 미치지 못하는 금융사가 많다. 공시돼 있는 순자산이 적정한 수준인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특히 복잡한 가정을 바탕으로 장기간에 걸친 현금흐름 추정을 통해 산출되는 보험사 재무정보는 이해가 쉽지 않다. M&A 추진시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실질 순자산가치(공정가치, Fair Value)를 다시 산정하고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시가총액)의 적정성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는 이유다. 더구나 최근 도입된 보험사 신회계제도(IFRS17)가 안정화되지 않아 더욱 세심히 살펴야 한다. 인수자가 추정한 회사 순자산의 ‘공정가치’ 보다 인수가격이 낮으면 ‘염가매수차익’이 생긴다. 반대로 인수가격이 공정가치보다 높다면 ‘영업권(프리미엄)’을 지불하게 된다. 보험사 공정가치는 회사마다 계리적 가정이 다르고 상품특성이 천차만별이라 산출도 어렵고 상대비교도 힘들다. 내부 실사과정에서 보다 정확한 실체를 파악할 수밖에 없다.
현재 외부 공시된 자료를 통해 보험사 순자산을 추정해 본다면 K-ICS(Korea Insurance Capital Standard) 지급여력정보가 그나마 가장 실체적 진실에 가까울 것 같다. K-ICS 지급여력은 자산 부채를 동시에 시가평가해 산출한다. K-ICS 기준 ‘순자산’에서 자본성증권(신종자본증권)과 생명/장기보험위험을 제외한 시장위험 신용위험 등 비보험위험량을 차감하여 ‘위험조정순자산’(가칭)을 산출하는 방법으로 보험사 실질가치를 대략 추산해 볼 수 있다.
2023년12월말 K-ICS 기준 동양생명 순자산은 4조521억원이다. 자본성증권 3446억원을 제외하면 3조7075억원이다. 구성내용은 보통주자본 1조2705억원, 이익잉여금 1조3134억원, 조정준비금 1조1481억원 등이다. 조정준비금의 대부분은 보험사가 지금까지 확보한 미래수익 원천인 계약서비스마진(CSM, Contracts Service Margin)이다. CSM 산출시 계리적 가정 등 보험리스크는 거의 반영이 된다. 따라서 비보험위험량(시장 신용 운용)을 차감한 동양생명의 ‘위험조정순자산’은 2조원 내외로 추산된다. 2024년7월2일 동양생명 시가총액 1조2440억원은 추산된 ‘위험조정순자산’의 0.7배 수준이다. 현재 시가 대비 30% 이상 프리미엄을 지불해도 염가매수차익을 기대해 볼만하다. 동일한 방법으로 산출한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합친 위험조정순자산은 2조5천억원 정도 수준이다. 2024년1분기 기준 이익잉여금 적자가 2100억원이 넘는 ABL생명을 패키지로 묶어서 인수해야 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프리미엄 조정을 위한 매도인 설득노력이 중요해 보인다. 물론 공시된 K-ICS 지급여력 산출에 적용되는 계리적 가정의 적정성 리스크 분산효과 등 보다 정확한 정보는 실사과정에서 더 꼼꼼히 확인할 수밖에 없다.
2024년 3월말 우리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자회사 출자여력 = 자회사 출금액/자기자본총액)은 96% 수준으로 규제수준 130%를 감안하면 여유가 있다. 하지만 보통주자본비율은 11.95%로 자체 관리목표 12%를 하회하고 있고 경쟁 금융지주 수준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향후 증권 보험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효과적으로 추진하려면 좀 더 적극적인 자본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특히 비연결 규제대상 금융기관에 해당하는 보험사 보통주 주식 10%를 초과하는 투자는 ‘중대한 투자’로 분류해 그룹 자본비율 산출시 별도 규칙을 따르게 돼 있다. 동양생명 대주주 지분은 75.37%로 인수시 ‘중대한 투자’에 해당한다. 2024년 3월말 동양생명 순자산 2조5852억원, ABL생명 순자산 1조1000억원, 우리금융 보통주자본 26조8922억원, 위험가중자산 225조 등을 반영하여 시산해보면 약 40%포인트(2조5000억원 투자, 염가매수차익 영업권 없다는 가정) 보통주자본비율 하락이 예상된다. 특히 ABL생명 동시 인수와 K-뱅크 투자지분 합산 반영 등 자본비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은 세심한 점검이 필요하다.
지난 1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우리금융 경영진은 ‘적정 자본비율 건전경영 주주이익과 계열사간 시너지 극대화 등 M&A 전략추진 원칙’을 강조하며 순자산가치 이상 지불 의향이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어 과도한 가격경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M&A 거간꾼들과 매도자 의도를 예민하게 살펴 우리금융이 ‘좋은 가격’으로 보험사 인수에 성공해 혼란스러운 보험업계가 한차례 정리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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