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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 SK온은 하이닉스가 될수 있을까

Numbers_ 2024. 7. 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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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 SK온은 하이닉스가 될수 있을까

배터리 ‘정해진 미래’라지만 시장선 비관론도‘캐시카우’될지 ‘애물단지’ 될지 누구도 몰라지난주 삼성전자가 2분기 10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잠정 공시하면서 삼성전자의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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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정해진 미래’라지만 시장선 비관론도
‘캐시카우’될지 ‘애물단지’ 될지 누구도 몰라

 

지난주 삼성전자가 2분기 10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잠정 공시하면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DS) 이익은 최대 6조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이를 감안하면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도 5조~6조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하이닉스는 수익성이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부문에서 삼성전자를 앞서기 때문에 올해 연간으로는 20조~30조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합니다. 일부 증권사는 내년도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이 40조원을 넘을 것이라고까지 전망합니다.

 

SK그룹이 지난달 경영전략회의에서 올해 22조원, 내년 30조원대, 26년 40조원대의 세전이익을 내고 이를 바탕으로 80조원을 확보해 26년까지 미래성장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한 것은 이처럼 하이닉스의 호실적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하이닉스가 위기에 빠진 SK그룹을 살리는 핵심 계열사지만 2011~12년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할 당시만 해도 상황은 달랐습니다.

 

SK그룹이 2011년 하이닉스 인수전 참여를 밝히자 SK그룹 계열사 주가는 폭락했고 외국인들은 투매 수준으로 주식을 팔아 치웠습니다. SK의 주력인 통신 및 에너지 사업과 반도체가 서로 시너지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더욱이 반도체는 경기민감 업종이라 수익 변동성이 심하고 현금흐름의 부침이 큰 데다 계속해서 거액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도 부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게다가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하면 삼성전자와 경쟁해야 하는데 삼성과 치킨게임에 돌입할 경우 과연 버틸 수 있겠냐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숱한 우려에도 최태원 회장은 하이닉스 인수를 결단했고 13년이 흐름 지금 적어도 반도체만 놓고 보면 올해 삼성전자를 앞질러 더 많은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지금 같은 그룹 위기 상황에서 하이닉스가 없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SK는 13년 전 하이닉스 인수를 결단할 때처럼 다시 한번 기로에 섰습니다. 이번에는 배터리 회사 SK온이 고민입니다. 

 

2021년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 분할된 SK온은 그동안 20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투입했지만 10분기 연속 적자입니다. 누적적자만 2조6000억원 정도 되고 올들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3000억원대 손실이 예상됩니다.

 

경쟁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이 2020년 LG화학에서 물적 분할 후 22년 상장을 통해 10조원 이상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경영을 이어가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SK 입장에서는 2019년 4월부터 2년 동안 LG와 ‘배터리 소송’을 하느라 상장의 골든타임을 놓친 게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것입니다.

 

지난해 초만 해도 ‘제2의 반도체 산업’이 될 것이라던 배터리 산업에 갑자기 급반전이 일어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전기차가 예상만큼 안 팔립니다. 이른바 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입니다.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것은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에 비해 20~30% 비싸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친환경 차에 대한 보조금은 줄어들고 전기 요금은 오르니까 전기차 수요는 둔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고금리에 경기도 어렵습니다.

 

특히 유럽에서는 내연기관차 산업 부진을 우려해 친환경차 우대정책을 폐기하면서 올들어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가 전년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중국 전기차의 부상도 한국 배터리 기업들에는 큰 부담입니다. 세계적으로 전기차는 ‘캐즘’이지만 BYD나 화웨이 같은 중국 전기차 회사는 예외입니다. 올들어 BYD는 5월까지 전년동기 대비 22% 성장해 시장 점유율이 20%를 넘어 1위를 기록했습니다.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은 11%에 불과합니다. 

 

중국 전기차가 잘 팔리면서 당연히 세계 최대의 배터리 기업인 CATL 등 중국 배터리 회사들도 호황입니다. 올들어 1~4월 중 CATL은 중국 시장을 제외하고도 LG에너지솔루션을 앞섭니다. 시장 침체도 문제지만 국내 배터리 회사들이 중국 기업들과 경쟁에서 밀린다면 문제는 심각합니다.

 

SK온의 고전은 이런 글로벌 거시 변수 때문 만은 아닙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나 삼성SDI에 비해서도 업력이 짧은 후발주자다 보니 여러 문제가 드러납니다. 

 

단적으로 낮은 ‘수율’이 문제입니다. 반도체나 배터리 산업 같은 하이테크 업종에서 투입 대비 완성된 양품(良品) 비율을 나타내는 수율은 생산성과 수익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 들어 국내외 모든 공장에서 SK온의 수율이 90%대로 상승하긴 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외 공장에서는 70~80%의 낮은 수율 때문에 적자 폭이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SK온은 기존의 현대차 포드 폭스바겐 다임러 등 외에 고객사를 다변화하고 가성비 좋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개발 등에서도 하루빨리 성과를 내야 합니다. 

 

그러나 SK온에게 가장 시급한 일은 투자자금을 넉넉하게 확보하고 영업이익을 흑자로 돌리는 것입니다.

 

SK온은 21년 출범 후 올 1분기까지 20조원 가까이 투자했지만 아직은 투자가 더 필요합니다. 지난해 7조원을 투자했고 올해 7조5000억원, 내년에도 최소 2조~3조원은 투자해야 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문제는 투자자금 조달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프리IPO 등을 통해 시장에서 이미 조달할 만큼 한데다 배터리 업황이 어렵고 SK온의 경쟁력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SK온과 SK엔무브 합병, 기타 계열사 지분 매각 등 다양한 ‘리밸런싱’ 방안이 논의되는 것도 결국은 자금난에 빠진 SK온을 구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나마 하이닉스가 역대급 이익을 내고 있어 천만다행이지만 그룹 입장에서는 SK온에서 촉발된 재무위기가 다른 계열사로 확산되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야 합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SK온은 지난해 흑자전환하고 26년에는 IPO를 해야 하지만 모든 게 뒤로 밀렸습니다. 

 

증권가에서는 분기로는 빨라야 올 4분기 흑자전환이 가능하고, 연간으로는 빠르면 내년, 아니면 26년에나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합니다. 따라서 IPO 시기도 27~28년은 돼야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흑자로 돌아선다고 당장 많은 이익을 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SK온은 최소 앞으로 2년간은 지금처럼 자금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SK그룹은 내연기관 차에서 배터리 전기차로의 전환은 논란이 필요 없는 ‘정해진 미래’이고, 반도체처럼 배터리도 시간의 문제일 뿐 결국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는 데 내부적으로 이견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현실적으로 그동안 투자한 돈과 시간을 감안하면 SK가 현시점에서 배터리 사업을 접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시장에서는 소수의견이긴 하지만 무리하게 다른 계열사와 합병해 리스크를 그룹 전체로 확산시키기보다 오너가 SK온을 정리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없지 않습니다.

 

눈앞의 자금조달도 문제지만 설령 돈을 충분히 투자한다고 SK온의 미래가 보장될 수 있냐는 것입니다. SK온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SK가 통제할 수 없는 대외변수들이 너무 많다고 지적합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당선 때 예상되는 보조금 및 세제 혜택 축소, 유럽 국가들의 우경화와 친환경 정책 폐지 등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더 비관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캐즘이 끝나 글로벌 시장에서 배터리 산업이 호황을 보이더라도 태양광처럼 중국 기업들에 밀려 후발주자인 SK온의 설 자리는 없다고 말합니다. 

 

웬만한 기업이면 영업이익률이 20~40%에 이르는 반도체와 달리 배터리 사업은 중국 CATL을 보더라도 겨우 10%를 넘는 수준이어서 애초에 대단한 캐시카우 비즈니스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13년 전 최태원 회장은 비관론이 난무하는 속에서도 하이닉스 인수라는 결단을 내려 SK그룹을 공정위 자산 기준 2위로 올려놓았고, 적어도 반도체 사업에서는 삼성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회사로 키웠습니다.

 

이제 다시 최 회장은 배터리 회사 SK온에 베팅했습니다. SK온이 제2의 하이닉스가 될지 아니면 두고두고 그룹의 발목을 잡는 애물단지가 될지는 현시점에서는 누구도 모릅니다. 5~10년 뒤에는 결론이 나겠지요.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최태원 회장의 이혼 재판과 SK온의 빠른 경영 정상화가 그룹의 최대 난제이고 두 가지가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 SK그룹의 미래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정도입니다.

 

중국 고대 정치서인 고전 ‘서경’에서는 큰 의문이 있을 경우 왕은 먼저 스스로에 물어보고, 다음에는 신하들에게 물어보고, 그다음에는 백성들에게 물어보고, 그래도 의문이 풀리지 않으면 점을 쳐서 하늘의 뜻을 물어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하늘의 뜻과 사람들의 생각이 모두 하나가 되는 ‘대동’(大同)이 되면 당연히 그 일은 잘 풀릴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SK그룹과 최태원 회장의 SK온에 대한 여러 의사결정이 ‘대동’이기를 바랍니다.

 

 
박종면 발행인 myun041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