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자회사 리스크'로 적자 낸 무신사, 조만호·박준모 투톱 체제로 조직 쇄신할까

Numbers_ 2024. 7. 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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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리스크'로 적자 낸 무신사, 조만호·박준모 투톱 체제로 조직 쇄신할까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연결적자를 낸 무신사가 체제 개편을 단행했다. 한문일 무신사 대표가 지난 3월 중임이 결정된 지 3개월 만에 물러나면서 같은 달 경영일선에 복귀한 창업주 조만호 총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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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한문일 전 무신사 대표가 서울 홍대 무신사 테라스에서 오프라인 확장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재형 기자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연결적자를 낸 무신사가 체제 개편을 단행했다. 한문일 무신사 대표가 지난 3월 중임이 결정된 지 3개월 만에 물러나면서 같은 달 경영일선에 복귀한 창업주 조만호 총괄대표와 박준모 무신사 대표 2인 대표 체제가 공식 출범했다. 의사결정 효율화를 바탕으로 자회사 부진 등 사업 위기에 대응하는 한편 자체브랜드(PB)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이 시급하다는 평가다.  

8일 무신사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았다. 그는 이달 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6월30일 기준으로 무신사를 그만둡니다”라며 “생각보다 대표로 일하는 게,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게 빡셉디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3년간 무신사 고문으로 일하기로 했습니다“라고 언급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한 전 대표의 사임이 “건강상 이유”라고 말했지만, 업계는 무신사의 수익성 악화에 따른 쇄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  

 

무신사, 자회사 적자로 골머리 

 

무신사는 꾸준히 외형성장을 이뤘지만 지난해 내실을 다지는 데 실패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9931억원으로 전년의 7085억원 대비 40.2% 성장했으나, 8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법인 설립 이후 첫 적자전환했다. 주요 원인으로는 자회사 부진이 꼽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무신사의 17개 종속회사 중 지난해 적자를 낸 회사는 12개다. 한정판 패션 아이템을 판매하는 플랫폼 '솔드아웃'을 운영하는 에스엘디티(SLDT)를 비롯해 무신사로지스틱스와 무신사트레이딩, 어바웃앤블랭크앤코, 무신사랩 등 주요 종속회사의 순손실 규모는 517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가장 출혈이 큰 계열사는 에스엘디티다. 이곳의 주력인 솔드아웃은 한 전 대표가 무신사 성장전략본부장을 지낸 2020년에 출시한 신사업이기도 하다. 론칭 이듬해 분사한 뒤 유상증자를 거쳐 2022년 초 32억원이던 자본총계를 지난해 말 255억원까지 늘렸다. 무신사는 동종 업계 네이버 크림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유상증자에 꾸준히 참여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에스엘디티는 전사 차원의 기대와 달리 2020년 158억원을 시작으로 2022년 427억원, 지난해 281억원가량의 영업적자를 거듭했다. 3년간 누적손실은 866억원 규모다. 

에스엘디티 외에도 같은 기간 무신사의 물류 자회사 무신사로지스틱스와 의류 브랜딩 자회사 어바웃블랭크앤코 역시 부진에 빠졌다. 무신사로지스틱스는 2021년 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이듬해 -56억원으로 돌아선 뒤 지난해 -91억원으로 적자가 불어났다. 어바웃블랭크앤코 역시 2021년 -3억원으로 시작해 2022년 -31억원, 지난해 -36억원으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다.  

 

수익성 극복은 PB가 답

 

이번 조직쇄신으로 두 공동대표에게는 자회사 위기를 돌파하고, 회사 전체의 수익성을 극대화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한 전 대표가 맡던 글로벌&브랜드 사업은 조 총괄대표에게 이관됐으며 박 대표는 무신사스토어와 29CM 등 플랫폼사업부에 주력한다.

특히 무신사스탠다드를 앞세워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PB사업 강화가 절실하다. 가격 경쟁력을 등에 업고 규모와 수익성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서다. 무신사에 입점한 디자이너 브랜드는 입점수수료와 광고선전비 등이 최종 소비자가격에 포함되는 반면 무신사스탠다드는 무신사 자체 유통채널에서만 판매되는 만큼 가격을 최저가로 유지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무신사스탠다드는 효자사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 무신사의 PB가 포함된 제품 매출은 2605억원 규모로 전년의 1794억원보다 45.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수료 매출이 3017억원에서 3904억원으로 29.4%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기존 무신사의 사업 모델이 수수료 매출인 만큼 PB사업의 비중은 곧 전통 수익 모델을 능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신사는 연내 오프라인 매장을 총 30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해 단독매장을 시작으로 올해부터는 백화점과 아웃렛 등에 숍인숍 형태로 공격적으로 출점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무신사가 자회사의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라며 "외형확대를 위해서는 이들의 투자손실이 불가피한 만큼 무신사스탠다드 등 내실을 잡아주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