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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복귀' 김창태 LG전자 CFO…'신사업·재무건전성' 특명

Numbers 2023. 11. 3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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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태 LG전자 신임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 (사진=LG전자)


LG전자가 새로운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자회사 LG이노텍의 CFO를 지내던 김창태 부사장을 불러들였다. LG전자가 2030년까지 기업 가치를 지금의 5배 이상으로 높이는 전략을 추진하는 가운데, LG이노텍에서 우수한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김 부사장을 CFO로 앉혀 투자와 조달을 추진한다.


'재무통' 김창태, LG이노텍 신화 주역


LG전자는 2024년 임원 인사를 통해 LG이노텍의 김 부사장을 LG전자의 CFO로 보직 발령했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로 퇴임하는 전임 CFO인 배두용 부사장과 마찬가지로 김 부사장은 CFO 직책과 최고리스크책임자(CRO) 역할을 겸하게 된다.

김 부사장은 1967년생으로 대구 영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학사·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 LG전자에 입사한 뒤 경력 대부분은 앞서 LG의 선배 CFO가 거쳤던 길을 그대로 따랐다.  2003년에는 지주사 ㈜LG로 옮겨 감사와 경영진단을 수행하는 정도경영테스크포스팀(TFT), 재무와 회계 업무를 맡은 재경팀에서 일했다.

김 부사장이 LG이노텍과 연을 맺은 시점은 2010년 재경실장으로 이동하면서다. 이후 재무팀장(2011년), 경영진단담당(2012년) 등 재무 관련 조직에 몸담았다. 2016년에는 LG경영개발원 진단1담당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2019년 말 LG이노텍에 돌아와 CFO에 올랐다.

LG의 핵심 계열사 LG전자의 요직인 CFO로 자회사 CFO가 이동하는 사례는 이례적이다. 김 부사장에 앞서 LG전자의 CFO를 지낸 정도현 전 사장과 배 부사장은 이력 대부분이 지주사나 LG전자로 채워져 있다. 그만큼 LG이노텍에서 돌아온 김 부사장의 경영 능력을 LG 내부에서 높게 평가한다는 의미다.

김 부사장은 2019년 말부터 정철동 최고경영자(CEO) 사장과 함께 LG이노텍의 4년 연속 연간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기록을 세웠다. 2019년 매출 7조9754억원, 영업이익 4764억원이었던 경영 실적은 매년 성장해 지난해에는 매출 19조5894억원, 영업이익 1조2718억원으로 확대됐다.

 


김 부사장은 회사의 재무구조를 안정화하는 동시에 체질 개선을 위한 미래 사업 투자를 조율하는 역할을 전담했다. 김 부사장 부임 이후 2019년 말 162%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지속적인 재무구조 개선 노력에 따라 점차 개선되며 2020년 149%, 2021년 134%, 2022년에는 130%까지 줄었다.

체질 개선을 위해 2020년 LG이노텍은 수익성이 악화한 발광다이오드(LED) 사업을 정리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인 차량용 조명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적자 사업 철수 결정은 LG이노텍이 수익성을 대폭 개선하는 발판이 됐다.

2022년에는 LG이노텍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시설 투자가 본격화됐다. 김 부사장은 CFO로서 수조원 규모 투자금을 조달하고 관리하는 데 힘썼다. LG이노텍은 4130억원을 FC-BGA 생산라인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카메라 모듈과 FC-BGA 생산 기지 추가 확보를 위한 구미4공장 인수에 1조4000억원 규모를 집행했다.

김 부사장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활동에도 주력했다. 2021년 LG이노텍이 신설한 'ESG 위원회'에 의장으로 참여하며 회사의 ESG 추진전략과 중점 추진 과제 점검, 글로벌 이슈 대응 방향 등을 총괄했다.


재무 과제 '777'…매출·영업이익·기업가치 모두 잡아야 


20여 년 만에 친정인 LG전자로 돌아온 김 부사장에게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LG전자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2030년까지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변모하겠다는 미래 비전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회사는 재무적 지향점으로 2030년 매출 100조원 목표와 함께 '트리플세븐(777)'을 제시했다. 모두 2030년까지 연평균 매출성장률 7%, 영업이익률 7%, 기업가치(EV/EBITDA) 멀티플 7배를 달성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를 달성하려면 단순히 실적이 상승하는데 더해 주가가 오르며 시가총액이 현재의 다섯 배 수준인 100조원 규모로 커져야 한다. 기업의 본연의 경쟁력이 개선돼야 한다는 얘기다.

LG전자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LG이노텍을 제외하면 65조원 수준이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연간 기준 4% 정도다. 기업가치(EV)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배수는 5년 전부터 3배에서 4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LG전자는 정체된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콘텐츠 등 '비하드웨어' 영역과 전장(자동차 전자부품), 신사업 등에 2030년까지 5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사업의 무게추 역시 현재 주력인 가전제품과 TV에서 전장사업과 콘텐츠, 전기자동차 충전 등으로 분산한다.

김 부사장은 신규사업 추진을 위해 매년 조단위 실탄을 마련해 자금 여력 등을 조율해 가며 집행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 다만 신사업 투자를 위한 LG전자의 곳간 여력은 우수하다. 2018년 연결재무제표 기준 4조2704억을 기록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매년 증가해 올해 3분기에는 8조1122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진솔 기자 jinsol@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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