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그룹의 굵직굵직한 M&A와 IPO를 주도한 '회계통' 강영 부사장이 HD현대중공업을 떠난다. 그는 이달 10일 사장으로 승진했다. 승진과 함께 주어진 임무는 STX중공업의 성공적인 인수 마무리다.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7월 STX중공업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달 들어 강영 신임 사장은 HD현대 STX중공업 인수추진 태스크포스(TF)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남은 과제는 약 400억원의 추가출자와 공정위의 기업 결합 심사, 조직 간 융화 작업 등이 꼽힌다.
경영관리능력 '시험대',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최전선도 경험
이번 인사는 강영 신임 사장의 경영능력을 판가름 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인수 선결과제인 공정위의 기업 결합 심사는 현재 진행 중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조선업체 인수와 달리 STX중공업은 해외 당국의 기업 결함 심사가 필요치 않다"며 "국내 공정거래위원회 승인만 받으면 되는데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금 지원 전략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STX중공업 인수금액 391억원을 지불한 이후 422억원 규모의 추가 출자도 예정돼 있다. 인수 이후에도 이중연료엔진, 디젤엔진 생산을 위한 설비 투자도 병행해야 한다. HD현대와 STX중공업 두 조직 간 융화를 유도해야 하는 과제도 남았다. STX중공업 인수 마무리 결과가 강 신임 사장의 CEO 영전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 신임사장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도전 당시 최전선에 서있던 경험이 있다. 전무 직급이었던 강 사장은 2019년 현장 실사단장으로 노조와 직접 접촉하기도 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 노조 측의 강경한 입장에 "노조의 정문 봉쇄는 유감"이라며 "노조가 막고 있어 현장실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추후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인수가 '줄다리기' 끝에 본계약 체결…최대주주 등극
앞서 HD현대의 조선 중간지주사 HD현대조선해양은 STX중공업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파인트리파트너스와 STX중공업 인수를 놓고 협상을 이어왔다. 하지만 인수 가격을 둘러싼 입장 차이가 워낙 커 협상은 답보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가장 큰 이유는 협상 시작 당시인 올 3월 기준 STX중공업의 지분가치는 800억원에 불과했으나 이후 주가가 큰 폭 상승하며 1100억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영 프리미엄을 더한다면 1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결국 양사는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당초 매각 대상인 지분율을 낮추는 것으로 합의했다. 오랜 협상 끝에 HD한국조선해양은 올 7월 STX중공업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고 지분 35%를 가져오면서 최대 주주에 올랐다.
STX중공업 인수를 둘러싼 한화그룹과의 경쟁구도가 마련되기도 했다. 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해 12월 먼저 인수전에 참전한 후 한화가 예비입찰에 도전했다. 양쪽 모두 실사까지 진행할 만큼 STX중공업 인수 의지가 강했으나 한화가 전략을 HSD엔진 인수로 선회하면서 HD한국조선해야의 단독 본입찰로 이어졌다.
HD현대는 이미 대형엔진 생산능력은 확보한 상태다. 특히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의 글로벌 대형 엔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35%에 달한다. 다만 중소형 선박 엔진 기술력은 대형에 비해 보강해야할 부분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STX중공업 인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STX중공업은 중소형 선박 엔진을 주로 생산하는 업체다. 선박용 디젤엔진과 DF엔진,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 엔진 부문에서 고도의 기술력을 보유했다.
실제로 텐배거퀀트의 기술지표에 따르면 조선기자재 관련주인 STX중공업의 기술력점수(TSS)는 7.97점, 기술투자지수는 325.8, 기업가치추정은 '고평가'로 조사됐다. HD현대가 STX중공업의 엔진 기술력을 토대로 추후 글로벌 엔진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HD현대는 STX중공업 인수를 통해 대형부터 중소형 엔진까지 아우르는 선박 엔진 포트폴리오를 갖출 전망이다.
조재훈 기자 cjh@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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