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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돌파 간절한 롯데건설, 박은병·김태완 힘겨운 어깨

Numbers_ 2023. 12. 1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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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은 레고랜드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불이행 사태로 가장 타격을 입은 회사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자금 조달 및 차환이 어려워지면서 계열사 지원 등을 통해 유동성 위기에 대응해 왔다.

롯데건설은 경영지원본부 아래 재경 부문을 두고 투입 자금의 성격과 자금 규모, 자금 일정, 자금관리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재무 업무는 김태완 재경부문장(CFO·상무)이 담당한다. 다만 경영지원본부 아래 재경부문이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실질적으로 CFO 역할을 수행하는 임원은 박은병 경영지원본부장(전무)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비상경영 타개 경험 '강점'

 

박 전무는 오랜 기간 자금 운용 부서인 경리팀에서 근무하며 경리팀장, 재경팀장, 경리 담당 임원 등을 역임한 재무통이다. 신고 담당 업무도 겸하며 그룹의 안살림을 책임지는 역할을 오랜 기간 수행해 왔다.

박 전무가 경리 담당 팀장으로 지낼 당시 팀원으로 함께 근무하던 인물이 김 상무다. 두 사람은 오랜 기간 경리 담당 업무를 하며 고락을 함께해 온 사이다. 김 상무는 회계팀장, 회계팀 담당 임원 등을 거치며 롯데건설에서 28년 가까이 재직 중이다.

두 사람은 경리 담당 업무를 하면서 롯데건설이 어려웠던 시기를 헤쳐나온 경험이 있다. 2006년 주택 사업 환경 악화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롯데건설도 20009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박은병 경영지원본부장(좌)과 김태완 재경부문장(우)


비상경영체제 돌입 당시 박 본부장은 재무담당과 회계담당을 겸하고 있었다. 당시 롯데그룹 계열사였던 롯데기공이 어려워지면서 건설사업 부문을 떼어내 롯데건설이 인수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이 과정에서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 부동산 매각 등이 진행됐다. 당시 재무담당이었던 박 본부장이 해당 업무를 담당하며 자금 조달에 대한 다양한 노하우를 쌓았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은 2009년 당시 롯데기공 건설사업 부문을 25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상환우선주(RCPS)를 발행했고 이후 300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단행해 RCPS 상환 등에 활용했다. 당시 마포구 공덕동 '롯데캐슬프레지던트' 숙박시설 부문을 호텔롯데에 매각하기도 했다.

과거의 자금 조달 경험이 레고랜드 발 자금 경색 상황에서 십분 발휘된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1782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외에도 2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 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더욱이 메리츠금융그룹과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 협약을 체결하면서 PF 대출 등 차환 부담을 덜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높은 부채 비율, 유동비율 관리 과제


롯데건설의 부채비율은 건설사 중에서도 높은 축에 속한다. 올해 3분기 기준 롯데건설 부채비율은 233.5%다. 지난해에는 265%에 육박하기도 했다.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100%대였던 부채비율이 2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롯데건설의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부채 총액은 6조4247억원이다. 이 가운데 82%인 5조3291억원이 만기가 1년 안쪽으로 남은 유동부채다.

롯데건설 부채비율 추이


업계에서는 롯데건설이 지난해 자금 조달을 통해 단기 유동성 대응능력을 키운 점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만기 1년 내 유동부채가 많은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선 유동비율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롯데건설의 유동비율은 2023년 3분기 기준 121.5%를 기록 중이다. 통상적으로 유동비율이 200%를 웃돌면 건전한 경영 상태로 본다. 100%를 밑돌 경우 유동성 리스크 발생 확률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롯데건설의 유동비율은 꾸준히 우하향 추세를 보여왔다. 2021년 177.8%에서 2020년 118.3%로 낮아졌고 올해는 120%대로 들어서면서 유동부채가 유동자산과 비등해졌다. 두 재무담당 임원은 유동부채를 줄여 유동비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상황이다.

건축 자재비 및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용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점은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이다. 롯데건설은 꾸준히 수주를 늘리고 있지만 공사비 증가로 인해 사업성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원가 절감 방안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 역시 두 사람의 해결 과제 중 하나다.


김진현 기자 jin@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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