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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는 전자제품의 핵심 부품인 디스플레이를 생산한다.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시기적절한 투자와 신기술 개발이 필요한 디스플레이 사업 특성상 막대한 비용 관리를 맡은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이 적지 않다.
LG디스플레이의 CFO에는 전통적으로 계열사, 특히 LG전자에서 시작해 LG유플러스, LG화학 등 핵심 계열사에서 재무 업무를 경험한 인물이 선임됐다. 이들은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이사회 내 경영위원회에 참여해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함께 하며 임기를 마친 뒤에도 계열사로 자리를 옮겨 핵심 요직을 차지하는 사례가 많았다.
CEO로 금의환향, 적자 구원투수 정호영
역대 LG디스플레이의 CFO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현재 CEO를 맡고 있는 정호영 사장이다. LG디스플레이의 CFO를 거친 이후 여러 계열사의 CFO로 재무 경험을 키운 뒤, 약 7년 만에 실적 부진에 빠져 있는 LG디스플레이에 CEO로 돌아왔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LG디스플레이를 거쳐 간 CFO 중 계열사 CFO로 자리를 옮기거나, 대표이사로 영전한 사례는 정 사장이 유일하다.
정 사장은 1961년생이다.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LG전자에 입사했다. 2000년 LG전자 전략기획팀장으로 임원을 시작해 영국법인장, 경영관리팀장을 거쳐 2007년에는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CFO에 올랐다. 주로 경영 관리와 기획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정 사장은 LG전자 이후 LG디스플레이, LG생활건강, LG화학 등 계열사 CFO를 역임하며 재무 전문가로 거듭난다.
정 사장은 LG디스플레이의 CFO로 재직하며 회사가 전사적으로 추진하는 공급망관리(SCM) 체계 개선을 총괄했다. SCM 혁신은 기업의 원가관리와 안정적인 자원 조달을 위한 중요한 과제다. 정 사장은 당시 SCM 체계 설계 단계부터 정기적으로 회의에 참여하며 경쟁력 향상을 이끌었다고 평가받는다. 또 2012년 정 사장은 안정적인 자금 조달 방안을 고안해 LG디스플레이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힘을 보탰다.
정 사장은 지난 2019년 한상범 부회장에 이어 LG디스플레이의 CEO로 부임했다. 전임인 한 전 부회장이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사업구조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적 악화의 책임을 지고자 자진 사퇴하면서 갑작스럽게 자리를 이동했다.
전략 및 재무전문가인 정 사장은 과거 LG디스플레이에서 CFO를 지내며 디스플레이 산업의 대규모 투자와 비용 관리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LG디스플레이가 OLED로 사업구조 변화로 불가피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무 전문가 출신 CEO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OLED 전환, 커지는 '재무통' 존재감
정 사장 이후 LG디스플레이의 CFO를 지낸 인물은 모두 '재무통'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김상돈 전 부사장과 서동희 부사장, 현재 CFO인 김성현 전무까지 대학교에서 경영학과를 나왔거나 석사학위(MBA)를 땄다. LG에 입사해 자금관리와 감사 등 CFO 업무의 양분이 되는 경험을 쌓았다.
1962년생인 김 전 부사장은 정 사장과 같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LG전자에 입사했다. 이후 LG경영개발원 진단2팀장과 LG유플러스 경영관리실장 등을 거쳤다. 2014년 정 사장에 이어 LG디스플레이 CFO로 이동하기 직전에는 서브원의 CFO로 있었다.
후임인 서 부사장은 1964년생으로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와 1987년 LG에 입사했다. 2008년 LG경영개발원 진단2담당, 2012년 LG전자 HE경영관리담당, 2014년 LG CNS 정도경영부문장, 2017년 LG생활건강에서 정도경영부문장을 역임하고 2019년부터 LG디스플레이 CFO를 맡았다. LG에서 정도경영 조직은 주로 경영관리와 감사를 수행한다. 통상 회계에 밝은 재무 전문가가 담당한다. 서 부사장은 CFO에 오르기 전 주로 정도경영 관련 요직을 거쳤다. CEO에 대한 견제와 균형, 위기관리 영역에서 경험이 풍부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 전 부사장과 서 부사장은 LG디스플레이의 CFO를 거친 이후 정도경영 관련 조직으로 영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 전 부사장은 2019년 LG전자 정도경영센터장으로, 서 부사장은 LG경영개발원 정도경영TFT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21년부터 현재까지 LG디스플레이의 CFO로 있는 김 전무는 1967년생으로 전임인 서 부사장보다 3살 어리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나와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MBA를 땄다. 1994년 LG전자에 발을 들이고 2010년 LG유플러스 금융담당, 2019년 LG디스플레이 금융담당을 거쳤다. 입사 이후 자금 관련 업무에 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 전문가 출신 CFO가 LG디스플레이의 안살림을 꾸리게 된 배경에는 OLED 전환 투자로 재무적 체질 개선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어서다.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세계 LCD 패널 시장을 장악하면서 실적이 악화한 가운데 OLED 사업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면서도 꼭 필요한 분야에 적절하게 금액을 배분하는 CFO 역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LCD의 호황이 저물고 OLED 패널이라는 도전적인 상황에 재무를 총괄하게 된 만큼 CFO의 어깨가 무겁다.
대형 OLED 투자 부담 속 중소형 경쟁 가중
LG디스플레이는 세계 최초로 2013년 TV용 대형 OLED 패널 양산을 시작하며 시장을 주도해 왔다. TV 시장에서 OLED 패널을 탑재한 제품 비중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패널 공급 물량을 지속 확대하고 원가경쟁력을 갖춰 TV 시장의 대세를 LCD 중심에서 OLED로 바꾸는 데 집중하고 있다.
OLED 비중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투자 부담이 크게 늘었다. LG디스플레이는 2017년 7월 국내 파주에 있는 대형 및 중소형 OLED 생산시설에 2019년 7월까지 2년간 총 7조8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2019년 7월 회사는 기존에 발표한 파주 대형 OLED 생산시설에 3조원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다. 2021년 8월에는 3조3000억원을 들여 파주 중소형 OLED 시설 증설을 시작했다.
2010년 이후 매년 2조원에서 4조원 사이였던 LG디스플레이의 시설 투자 규모는 2017년 6조5920억원, 2018년 7조942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후 △ 6조9270억원(2019년) △ 2조5950억원(2020년) △ 3조1410억원(2021년) △ 5조790억원(2022년) 등 변동은 있지만 투자 규모 자체는 감소하는 추세다.
투자 규모 확대로 감가상각비가 늘며 수익성이 감소한 상황에서 LCD 패널 가격이 중국발 물량 공세로 떨어지면서 LG디스플레이의 실적에 비상등이 들어왔다. 2018년 영업이익이 9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 감소했고 이듬해 1조3590억원의 적자를 봤다. 2020년 적자는 360억원으로 줄었고, 2021년 영업이익 2조2310억원을 기록하며 코로나19에 따른 짧은 호황을 만난 뒤 곧바로 2022년 2조85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올해에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2조6410억원에 달한다.
LG디스플레이는 국내 LCD 생산을 접는 등 비용 효율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수익성이 높은 중소형 OLED 패널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스마트폰용 OLED 패널 시장은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과 삼성전자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를 고객사로 확보하며 독점적인 점유율을 구축한 상태다. LG디스플레이는 2019년을 시작으로 애플 내 OLED 패널 공급망 점유율을 점차 키워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츠(DSCC)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애플 스마트폰용 OLED 패널 점유율은 삼성디스플레이가 70%, LG디스플레이와 중국 BOE가 각각 10% 중반대를 확보하고 있다.
이진솔 기자 jinsol@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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