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국내 대표 통신사인 KT는 특정 대주주가 없는 소유분산기업 중 하나다. 소유분산기업이란 회사나 그룹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개인주주가 없는 회사를 말한다. 그간 KT는 대표이사(CEO) 선임 과정에서 정치적인 외풍에 꾸준히 시달려왔으며, 이와 합을 맞추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시 CEO의 행보와 궤를 같이 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중 KT에서 유일하게 CEO를 연임한 황창규 전 회장은 취임 이후 비서실 체계를 강화했다. 당시 비서실을 거쳤던 인물들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KT의 CFO를 포함해 요직을 차지했다. 최근 취임한 김영섭 KT 대표는 정통 LG맨이다. KT와 관련이 없었던 김 대표가 그간 KT에 남아있던 비서실 라인의 문화를 바꿀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 출신이 만든 ‘라인’…그룹 요직으로
지난 2010년부터 KT의 역대 CFO를 살펴보면 김연학, 김범준, 김인회, 신광석, 윤경진, 김영진(현직) 등 총 6인이 재직했다. 이들 모두 특별한 학연은 없다. KT 내부 출신이 많지만 꼭 순혈만을 고집하는 문화는 아니었다. 이는 소유분산기업 특성상 회사 자체적으로 CEO를 선임할 수 없었던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2014년 취임한 황 전 회장은 KT에서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해 임기를 채운 인물이다. 황 전 회장은 삼성전자 사장 출신으로 취임 이후 비서실 체계 강화에 나섰다. 당시 업계에선 비서실 강화를 두고 삼성의 ‘미래전략실’을 표방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구현모 전 KT 대표 이후 비서실은 CEO 지원담당으로 바뀌게됐지만 아직까지 비서실 출신들이 그룹의 요직을 맡고 있다.
2014년 KT의 비서실은 이대산 비서실 그룹담당, 차재연 비서실 재무담당으로 구성됐다. 같은해 비서실은 조직개편을 통해 3실 체제로 변경됐다. 1담당이 그룹 전략, 2담당이 재무, 3담당이 대외업무를 담당하게됐다. 비서실장(전무)은 구 전 KT 대표가 맡았다.
2014년 말부터는 당시 구현모 비서실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김인회 CFO가 비서실 2담당(전무)로 이동했다. 당시 비서실은 김형욱 1담당(상무), 윤경근 2담당(상무), 윤종진 3담당(상무) 등으로 구성됐는데, 전무급인 김인회 CFO를 2담당에 함께 배치하면서 재무를 담당하는 2실을 강화했다. 비서실 체계를 강화하는 동안 신광석 전 CFO가 회사의 곳간을 맡았다. 이후 비서실 2담당을 거쳤던 윤경근, 김영진(현 CFO)는 차례로 KT의 CFO를 맡게 된다.
KT 역대 CFO 출신의 또 다른 특이점은 CEO의 행보와 궤를 같이한다는 점이다. CEO가 교체되면 그해 혹은 그 다음해에 CFO가 바뀌는 경향이 있었다. 이석채 전 회장에서 황 전 회장으로 교체될 당시에는 김범준 CFO에서 김인회 CFO로 바뀌었다. 황 전 회장에서 구 전 대표로 바뀔 당시에는 윤경근 CFO에서 김영진 CFO로 교체됐다.
KT CFO는 통상 3년의 임기를 역힘했다. 현직자인 김영진 CFO도 올해가 지나면 3년의 임기가 마무리된다. 여기 김영섭 CEO가 지난 8월 취임했기 때문에 연말 인사에서 교체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영섭 CEO는 LG 출신이자 재무통으로 알려져 있어 본인과 손발을 맞출 새 인물을 영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역대 KT CFO들은 임기를 마치고 계열사 부사장 혹은 사장으로 승진하는 전례가 있었다. 과거 황 전 회장의 그림자로 평가받는 KT의 비서실 인재들 또한 KT 또는 계열사의 요직으로 이동했다. 다만 LG출신 김영섭 CEO의 취임이 김영진 CFO의 거취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김영진 CFO 거취, 김영섭 CEO 취임 변수로 작용할까
김영진 CFO는 1967년생으로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학사를 졸업했다. KT 재무실 자금팀, IR담당 등을 거쳐 2014년 KT 비서실 2담당 마스터PM으로 이동했다. 2담당 산하에 있을 당시에는 김인회, 윤경근 전 CFO와 합을 맞췄다. 이후 KT 비서실 2담당 그룹경영단장, 2019년 KT 비서실 1담당을 거쳐 2020년 연말 인사에서 KT 재무실장(전무)으로 승진해 현재까지 CFO직을 수행하고 있다.
김 CFO는 구 전 대표와 회사의 플랫폼 기반 디지코 전환을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 기간 KT는 IPTV는 물론 AICC(AI컨택센터),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IDC) 등 B2B(기업간거래)까지 전 부문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또 현대HCN(현 HCN)의 인수합병(M&A), KT의 미디어 컨트롤타워인 스튜디오지니의 설립, KT 시즌과 티빙의 합병 등 미디어 분야에서 다양한 공로를 세웠다. 이밖에도 구 전 대표가 사의를 표한 이후 KT의 경영공백 상황에서, IR을 통해 회사의 지배구조 우려를 잠식시키기기 위해 직접 나서기도 했다.
김 CFO는 현재 3년차 CFO다. 통상 KT의 CFO가 3년 내외로 임기를 마쳤다는 점, CEO가 교체되면 CFO도 바뀐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CFO의 직책도 연말 인사에서 바뀔 가능성이 높다. KT의 역대 CFO가 계열사 또는 회사의 요직으로 이동한 전례를 미뤄볼 때 김 CFO도 계열사로 이동하는 낙관적인 전망을 그려볼 수 있다. 다만 최고 의사 결정자인 김영섭 CEO가 LG출신이라는 점은 변수다.
위기 속 성장 기반 마련한 윤경근 KT is 대표
윤경근 KT is 대표이사는 196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석사를 졸업했다. 1990년 KT의 전신인 한국통신 전임연구원으로 입사해 KT M&S 경영지원본부장을 거쳐 2015년부터 KT 비서실 2담당을 역임했다. 윤 대표는 2015년 비서실 2담당(상무) 시절 구현모 비서실장(부사장), 김인회 비서실 2담당(전무)과 합을 맞췄다.
이후 윤 대표는 KT 비서실 윤리센터장을 거쳐 2018년 KT 재무실장(CFO)을 역임했다. 윤 대표는 황 전 회장과 2년, 구 전 대표와 1년 등 총 3년의 CFO 임기를 마치고 2020년 연말 KT is 부사장으로 이동한다. 후임으로는 비서실 2담당 출신 김영진 CFO가 자리했다.
윤 대표는 시기적으로 중요한 상황에 KT의 CFO를 역임했다. 2019년 5G 상용화 이후 효율적인 설비투자(CAPEX)를 집행해야하는 재무적 부담과 함께 새롭게 캐시카우로 떠오른 5G의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쳐야했다.
2018년 말에는 KT 아현지사 화재에 따른 요금감면 등 일회성비용 증가 등 악재가 있었다. 또 2019년 말에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그룹사의 수익성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KT의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2021년 KT is의 대표이사로 이동했다.
윤 대표의 임기는 2024년 정기주주총회까지다. 올해 초 KT 대표이사의 경영공백으로 인해 한시적으로 1년의 임기가 연장됐다. 다만 임기가 끝남과 동시에 KT의 새 CEO가 부임한 상황에서 거취 향방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K뱅크 출범 지휘한 김인회, 사장까지 승승장구
김인회 전 KT 사장은 1964년생으로 KAIST 경영학과 석사를 졸업했다. 1989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일본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 삼성코닝정밀소재 상무 등을 거쳐 2014년 황창규 전 KT 회장과 함께 KT로 이동해 재무실장(전무)을 맡았다.
김 전 사장은 2015년 KT 비서실 2담당(전무)으로 이동한다. 이 당시 윤경근, 김영진 등 KT의 CFO 라인과 합을 맞췄다. 이후 2016년 KT 비서실장(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KT 경영기획부문장(사장)까지 올라서게 된다.
김 전 사장의 주요 공과로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이 손꼽힌다. 2015년 김인회 전무는 KT 인터넷전문은행 추진TF장으로서 케이뱅크의 출범을 이끌었다. 기자간담회, 사업전략 브리핑에서 직접나서 케이뱅크의 원가경쟁력 등 세부 사업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CFO였던 김 전무가 2015년 비서실 2담당으로 이동한 것도 케이뱅크의 출범을 맡기려는 원포인트 인사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무는 해당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말 비서실장(부사장)으로 승진·이동했다.
김 전 사장은 황 전 회장의 복심으로 KT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때문에 2019년 KT의 차기 회장 선출 당시 김 전 사장도 회장 후보군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당시 김 전 사장이 사내이사로서 지배구조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어 공정성을 위해 회장 후보군에서 제외를 요청했다. 이듬해 당시 구현모 사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됐으며 김 전 사장은 KT를 떠났다. 김 전 사장은 2021년 5월 국내 최대 부동산 회사 엠디엠그룹의 부회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공식적인 행보는 알려진바가 없다.
김수민 기자 k8silverxyz@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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