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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과 움직이는 남자, 삼성 '2인자' 정현호 부회장

Numbers 2023. 11. 30.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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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 부회장은 '이재용 시대'를 대표하는 핵심 인물로 꼽힌다. 비서실,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 등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조직을 두루 거치며 이학수 전 전략기획실장 부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부회장의 궤적을 그대로 따라왔다. 이 때문에 정 부회장에게는 삼성 '2인자'라는 타이틀이 자연스레 따라붙었다. 정 부회장은 최근 단행한 삼성 정기인사를 통해 유임이 확정되며 삼성전자 컨트롤 타워 수장 자리를 그대로 지키게 됐다.  


미래전략실 중심에…이재용급 초고속 승진 


정 부회장은 수많은 삼성 임원진 가운데서도 이재용 회장의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다. 

1960년생인 정 부회장은 덕수상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1983년 삼성전자 국제금융과에 입사해 미래전략실의 전신인 삼성비서실 재무팀을 거쳐 삼성전자 국제회계그룹장, 국제금융그룹장, 경영지원총괄 IR그룹장 등을 지냈다. 재무·전략기획 부문에서 역량을 드러냈지만 카메라·캠코더 사업을 총괄한 디지털이미징사업부장을 지내는 등 사업부 경영 능력도 인정받았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정 부회장은 그룹 컨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에서 경영진단팀과 인사지원팀 2개 팀의 팀장을 모두 역임한 유일한 경영진이다. 미래전략실과의 인연은 2011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삼성은 정 부회장에 대해 "국제금융, IR 등 다양한 경영관리 업무를 경험해 사업전반에 대한 이해와 경영감각이 뛰어나다"고 평가하며 미래전략실 신임 경영지원진단팀장으로 임명했다. 2014년 초에는 총장추천제로 지역차별 등 논란을 일으키며 삼성 채용제도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직후인 같은 해 5월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에 임명됐다.

한편 이 회장은 2011년 사장, 2013년 부회장에 오르며 본격적인 승계 수순에 접어들었다. 정 부회장 역시 비슷한 시기인 2014년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 보직 이동과 함께 사장으로 승진했다. 정 부회장이 오너 일가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최고 속도의 승진 코스를 밟은 셈이다. 과거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실장은 정 부회장에 대해 "숫자에 탁월하고 열심히 일한다"고 평가한 바 있다. 

 

미전실 무너져도…신뢰는 여전했다

 

'재계의 청와대'

삼성 미래전략실을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평가가 뒤따랐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삼성은 미래전략실 해체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미래전략실 수뇌부는 고문과 같은 예우 없이 전원 퇴사가 결정됐다. 당시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이던 정 부회장도 2017년 2월 조직이 해체되며 삼성을 떠났지만, 그해 11월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으로 복귀했다. 정 부회장에 대한 삼성의 신임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블로터DB)


사업지원TF는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들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이다. 삼성전자는 미전실 해체로 각 회사와 사업 간 공통 이슈에 대한 대응이 원활하지 않다는 판단에 해당 조직을 설치했다. 강력한 권한을 가진 기존 미래전략실과 비교해 권한은 대폭 축소돼 '미니 미래전략실'로 불리지만, 오너 최측근 인사들이 포진하며 삼성전자를 비롯한 각 계열사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사업지원TF를 이끌던 정 부회장은 2021년 12월 발표한 사장단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지 6년 만의 승진이다. 당초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서 큰 개편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2021년 11월 미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이 회장이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와 마음이 무겁다"며 위기론을 내비친 뒤 큰 폭의 인사가 이뤄졌다.

정 부회장의 승진과 함께 2022년 1월 삼성전자 사업지원TF는 수원사업장에서 서초사옥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과거 미래전략실이 사용하던 서초사옥 40∼41층에 입주해 위상이 더욱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신설조직 '미래사업기획단' 시너지는?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대표이사 직속 조직인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했다. 미래사업기획단은 기존 사업의 연장 선상에 있지 않은 10년 후 그룹 미래 신사업 발굴을 위해 설치됐다. 초대 이사회 이장으로는 전영현 삼성SDI 부회장이 발탁됐다. 삼성전자 측은 "미래사업기획단은 과거 미래전략실과는 업무도, 역할도 모두 다르다"고 강조했다.

전략·인사 등 2개 기능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및 전자 계열사의 미래사업 발굴을 수행하는 사업지원TF팀과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부회장급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한 것은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대표이사가 가진 힘을 다소 분산시켜 미래 먹거리 사업 발굴을 위한 핵심 엔진을 새로 단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미래사업기획단은 향후 삼성전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오 소장은 "미래사업기획단은 앞으로 정 부회장이 이끄는 사업지원TF팀과의 직간접적인 협력을 통해 신수종 사업을 발굴하고 인수합병(M&A)을 추진력 있게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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