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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훈 부사장, 재무·기획·인사 두루 거친 베테랑

Numbers 2023. 11. 28. 15:34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최근 경영전략실 수장을 8년 만에 교체하는 등 대대적인 컨트롤타워 개편을 단행한 가운데 허병훈 부사장이 지난 9월 이뤄진 정기인사 2개월 만에 경영전략실 경영총괄로 '깜짝 복귀'해 이목이 쏠린다. 정 부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의 의사결정을 보좌하고, 계열사 간 사업을 조율하는 경영전략실 본연의 업무를 강화하기 위해선 재무·기획·인사 보직을 두루 거쳐 온 '베테랑' 허 부사장이 적임자란 판단이 깃든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17일 기존 전략실을 경영전략실로 개편했다. 2015년 선임 후 8년 동안 그룹 전략실을 이끌었던 권혁구 사장 대신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를 전면에 내세우고, 내부 구조 역시 기존 재무본부와 지원본부에서 경영총괄(재무,기획담당)과 경영지원총괄(인사)로 변경했다.  

이번 개편에서 주목할 점은 허병훈 부사장의 복귀다. 전략실 재무본부장을 지내던 허 부사장은 앞서 지난 9월 정기 인사에서 신세계인터내셔날 지원본부장으로 발령이 난 뒤 관련 업무를 위임 받고 있던 차였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이달 후속 인사 조치를 단행하면서 2개월 만에 허 부사장을 경영전략실로 불러들였다. 허 부사장이 임명된 경영총괄은 기존 그룹의 곳간을 관리하던 전략실 재무본부장을 전신으로 하기 때문에 사실상 수행 업무는 기존과 동일하다.  

허 부사장 입장에서 갑작스러운 조직 개편이지만, 한편으론 그를 향한 그룹의 ‘신뢰‘를 방증하기도 한다. 최근 "조직·시스템·업무 방식을 다 바꾸라"며 강도 높은 쇄신을 주문하는 등 경영혁신을 서두르고자 하는 정 부회장에게 허 부사장같은 베테랑 경영인의 합류는 조직에 안정감을 줄 수 있다. 경영전략실이 이마트부문과 신세계 백화점부문의 사업을 연계하고 조율하는 ‘컨트롤타워‘역할을 수행한다는 점도 그룹 내 허 부사장의 입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1962년 경남 김해 태생인 허 부사장은 고려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삼성물산에 입사했다. 삼성물산 경영지원실에서 재무 담당으로 근무한 허 부사장은 이후 상사부문 경영관리담당 상무보·경영지원실장 상무 등을 거쳤다. 2009년에는 삼성물산 미주법인에서 산업소재사업담당 및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냈다. 이듬해 호텔신라로 자리를 옮긴 허 부사장은 2017년까지 경영지원실장 전무·호텔&레저부문장 전무 등을 역임했다. 특히 2013년 호텔사업부장을 맡을 당시에는 비즈니스호텔인 신라스테이를 출범시키고 3년 만에 흑자를 거두는 등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허 부사장은 2006년부터 삼성그룹 내 임원으로만 11년을 지내며 역량을 인정받았다. 

허 부사장은 경영전략실에서 잔뼈가 굵다. 허 부사장은 2018년 7월 당시 권혁구 전략실 사장의 부름에 응답해 신세계그룹으로 적을 옮겼다. 전략실에서 기획총괄 부사장보를 시작으로 지원총괄 부사장·관리총괄 부사장 등을 지냈다. 이직 후 절반 이상의 재직 기간 동안 전략실에 몸담으며 재무와 기획, 인사 등 경영 전반을 아울러 관리했다.  

2021년 이후부터 허 부사장은 소속 조직과 담당업무가 해마다 바뀔 정도로 거취가 유동적이었다. 허 부사장은 최근 1년간 신세계 백화점부문 기획전략본부장, 전략실 재무본부장, 신세계인터내셔날 지원본부장,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등 4번의 보직 변경을 경험했다. 삼성그룹 임원 시절을 포함해 다양한 조직을 이끌며 업무 시스템을 체득한 허 부사장이 7년간 신세계 프라퍼티 한 조직에만 몸담아 온 임영록 신임 경영전략실장과 발휘할 시너지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지점이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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