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C/CEO

CJ 이선호, K푸드 열풍 타고 글로벌 선전했지만..올리브영 과징금에 승계 '암초'

Numbers 2023. 11. 30. 17:20
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행보에서 투자 인사이트를 얻어가세요.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의 명암이 대내외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이 실장은 2021년부터 식품사업의 외형 확장을 주도하며 글로벌 입지를 다지는 데 성공했으나, 내부적으론 승계 재원 마련의 핵심 계열사인 CJ올리브영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거액의 과징금 철퇴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오너 4세로서 경영 일선 참여에 탄력을 받아야 할 시점에 그야말로 ‘암초’를 맞닥뜨린 것인데, K푸드 열풍을 타고 승계 구도 굳히기에 돌입했던 이 실장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013년 CJ그룹 공채 입사 후 '초고속 승진' 행보

 

(그래픽=박진화 기자)
 

이 실장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CJ가(家) 오너 4세'다. 1990년생으로 컬럼비아대 금융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12년 인턴을 거친 뒤 이듬해 CJ그룹 공채로 입사했다. 이후 2015년 CJ제일제당에서 대리를 달고 2016년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관리팀장 겸 과장, 2017년 CJ그룹 경영전략실 부장, 2019년 CJ제일제당 식품전략기획1팀 부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하지만 2019년 변종 대마 밀반입 및 흡입에 대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2020년 정직처분을 받았다. 이 실장은 1년의 자숙 기간을 가진 뒤 다시 2021년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 담당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복귀 후에는 지난해 CJ제일제당 식품전략기회 1담당에 이름을 올리고 올해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내부 승진했다. 현재 이 실장이 맡고 있는 식품성장추진실은 식품전략기획 1·2 담당을 통합하고 밑으로 △식품인수합병 담당 △뉴프론티어 담당 △카테고리이노베이션 담당을 배치한 식품 전략 컨트롤타워다. 

 

복귀한 이선호 실장 '능력 입증' 과제 안아

 

CJ제일제당 식품 부문 매출 추이 (그래픽=박진화 기자)

 

그동안 CJ그룹은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2019년 이 실장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정직 처분을 받으면서 승계 구도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2019년 말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CJ 신형우선주 184만주를 이 실장과 누나인 이경후 CJ ENM 상무에게 절반씩 증여한 것이다. 당초 해당 신형우선주는 이 실장의 경영승계에 활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CJ그룹의 차기 총수 자리를 놓고 남매가 경쟁 구도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이 실장은 2021년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 담당으로 복귀하면서 자신의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았다. 당시 이 상무가 CJ ENM 브랜드전략실에서 드라마와 영화, 공연, 콘텐츠 등 K컬처 열풍을 일으키며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이 실장의 경영 복귀 무대는 더욱 세간의 기대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 실장의 선택은 ‘비비고(bibigo)’였다.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식품 사업을 총괄하며 ‘비비고’ 브랜딩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 이 과정에서 대표 메뉴인 만두를 필두로 치킨·가공밥·K소스·김치·김·롤 등을 글로벌 7대 전략제품(GSP, Global Strategic Product)으로 선정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코로나19 전후 흥행한 '기생충'과 '오징어게임' 등의 한류 콘텐츠 역시 이 실장을 도왔다. 전 세계가 K컬처를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K푸드도 덩달아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무렵 비비고 제품들은 식품업체들의 꿈의 무대인 북미 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했다. 비비고 만두의 북미 그로서리 만두 점유율은 2019년 26.4%에서 2022년 41.1%로 3년 만에 55.7% 포인트 상승했다. 올해는 3분기를 기점으로 북미 만두 점유율이 과반(52.5%)을 넘어섰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실장은 미국을 넘어 K푸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올해에만 캐나다·호주·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시장에 신규 진입했다.

 

CJ제일제당의 신사업도 비비고의 인기에 편승하며 날아올랐다. 지난해 초 이 실장 주도로 탄생한 '비비고 플랜테이블'이 대표적이다. 플랜테이블은 비비고 제품을 식물성 원료로 재탄생시킨 브랜드로, 가치소비 트렌드가 포장 식품 시장까지 닿을 것을 파악한 이 실장의 선구안이 돋보인 사례다. 비비고 플랜테이블은 출시 10개월 만에 판매량 300만개를 돌파했고, 현재는 전 세계 30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출시 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플랜테이블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성장률 78%를 달성했다.

 

이를 기반으로 CJ제일제당의 해외 사업 매출은 최근 3년간 큰 폭으로 상승했다. CJ제일제당 식품 부문 해외 매출은 2020년 4조 1297억원 → 2021년 4조 3638억원 → 2022년 5조 1811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3분기 누적 3조 999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지난해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측된다.  

 

공정위의 올리브영 과징금 철퇴… '암초' 만나

 

CJ올리브영 실적 추이. (그래픽=박진화 기자)

 

이 실장이 CJ제일제당에서 경영 능력을 입증하면서 '승계 1순위' 자리를 굳히는 분위기지만 예상외의 곳에서 '암초'를 만났다. 이 실장이 승계 관련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올리브영의 기업공개(IPO)가 필연적인데, 공정위가 올리브영에게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혐의로 거액의 과징금 철퇴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현재 올리브영의 주주는 △CJ 주식회사 51.15% △주식회사 코리아에이치앤비홀딩스 22.56% △ 이선호 11.04% △이재환 4.64% △이경후 4.21%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올리브영이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면 이 실장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올리브영 지분을 매각해 얻은 차익으로 CJ지주 지분을 매입해 지배력을 높이거나 상속 및 증여세로 활용할 수 있다. IB업계에서 올리브영의 기업 가치를 4조원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향후 이 실장은 약 4500억원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올리브영은 매년 성장을 거듭하며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왔다. 매출은 2020년 1조 8903억원에서 지난해 2775억원으로 뛰었으며 올해는 3분기(1~3분기 누적 약 2조 7000억원) 만에 지난해 매출에 근접했다. 영업이익도 2020년 1018억원 → 2021년 1390억원 → 2022년 2745억원 → 올해 1~3분기 누적 2742억원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올리브영이 헬스앤뷰티(H&B)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갑질을 일삼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소 납품업체들이 랄라블라, 롭스 등 경쟁 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올리브영은 해당 혐의에 대한 과징금으로 최대 6000억원을 물어낼 위기에 처해 있다. 엎친 데 덮친 격 올리브영은 올 7월 쿠팡에까지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신고당하기도 했다. 만약 이같은 의혹이 모두 사실로 결론 난다면 지난해부터 IPO 타이밍을 물색하던 올리브영으로선 기업 가치 하락 등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올리브영이 CJ그룹의 승계와 관련 있는 만큼 공정위의 판결을 대비한 여러가지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사원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