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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영업 확대 수익력 강화 불확실
비은행계열사 수익 시너지 강화해야
시대흐름 반영 은행본업 경쟁력 확보도
성공한 경영자는 모두 전략가이다. 다수의 사람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에 속지 않고 새로운 시장과 기회를 만드는 사람이다. 관점을 달리해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해야 할 일’을 가려 지속적으로 ‘실행’해야 성공한 전략이 될 수 있다.
DGB금융은 올해 5월16일 32년만에 처음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시중은행 전환을 승인받았다. 지방경제 장기침체로 은행 자산성장이 한계에 이르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궁여지책이었다. 지난달 24일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iM뱅크의 시중은행 전환 이유와 향후 사업추진 계획 등을 설명하며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이해를 구하는 기업설명회(IR) 자리도 마련했다.
전국영업을 통해 수익성과 건전성을 확보하고 은행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앞으로 3~4년 중기 전략으로 은행 원화대출금을 현재 55조원에서 70조원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또 1분기 11.07%로 전년대비 크게 하락한 보통주자본(CET1) 비율을 올해 말까지 11.5%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장기적으로 그 이상 유지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아울러 증권부문 자산을 줄이고 리스크가 낮은 은행 중심으로 성장을 추진해 그룹의 위험가중자산을 관리한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DGB금융의 전략에 대해 시장 투자자들은 아직 충분히 납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시중은행 전환 전략만으로는 2021년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경영실적을 반전시키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다.
24일 IR 직후 다수의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DGB금융 2분기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Consensus)를 밑돌 것으로 예상하며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 전망했다. 상반기 밸류업 열풍에서 한참 비켜나 있는 DGB금융의 주가는 은행업종 평균과 당분간 더 멀어질 것 같다. 올해 초 대비 7월 14일 기준 은행업종 지수상승율이 27%로 고공행진을 하는 동안 DGB금융은 오히려 6.4% 하락했다. 시중은행 전환 승인 직후인 5월 28일 황병우 회장이 매입했던 자기주식 투자수익율도 아직은 마이너스 상태다.
올해 1분기 DGB금융 지배주주 당기순이익은 111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3.5% 감소했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ROE는 7.56%로 5년 전인 2020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2023년 3분기부터 순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자회사 iM투자증권의 부동산PF 부실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리하락으로 유가증권 평가이익이 증가했음에도 2분기 DGB금융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다수 애널리스트들이 전망했다.
올해 1분기 iM뱅크의 NIM(순이자마진)도 2.02%로 전년동기대비 5bp 하락했으며 추세적 하락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또 다수의 애널리스트들은 부동산PF 부실영향이 2분기에도 이어져 충당금 적립액이 1500억~20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1분기 iM뱅크 시중은행 전환을 앞두고 은행 중심으로 부동산 담보대출이 1조6000억원 이상 늘어 위험가중자산(RWA)이 증가했다. 2분기에도 NIM이 축소되고 겨우 11% 수준을 유지하던 보통주자본(CET1) 비율 하락이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여력이 없어 본격적인 주가 회복은 다음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시장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 시장의 관심사는 시중은행 전환 이후 성장전략, 늘어나는 비용관리방안, 하락이 예상되는 CET1비율 관리와 주주환원 정책 등이었다. 자산성장, 비용관리, 자본비율, 주주환원 등은 시중은행 전환과 무관하게 시장 투자자들이 늘 세심히 지켜보는 관심 지표들이다. 투자자들은 DGB금융이 iM뱅크의 시중은행 전환을 통해 이 지표들을 어떻게 바꾸어 갈 것인지 황병우 회장의 ‘전략’을 알고 싶어한다. 하지만 아직 시장은 회사가 제시한 전략을 충분히 공감하거나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것 같다.
DGB금융은 증권의 위험자산을 줄이고 은행 중심으로 저위험 자산을 늘려 리스크와 자본을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6월26일 DGB금융은 1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iM뱅크 자본 1000억원을 늘리는데 투자했다. 은행 중심으로 대출자산 성장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을 강하게 뒷받침하는 조치다. 전국은행으로서 시중은행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자본을 더 늘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충분한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자본 효율성 유지가 힘들어질 수 있다. 참고로 2024년 3월말 현재 보통주자본은 iM뱅크 4.6조원, 부산은행 5.4조원, 우리은행 24.7조원, KB국민 34조원 등이다. 같은 시중은행 그룹으로 분류돼 경쟁하는 우리금융이 증권·보험 비즈니스 확충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모습과 대비된다.
지금 투자자들은 시중은행 전환에 성공하기 위한 iM뱅크의 ‘차별화 전략’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고객이 기존 거래은행을 버리고 iM뱅크를 꼭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DGB금융 경영진은 보여줘야 한다. 수도권이나 미진출 지역 거점점포를 확대한다고 고객이 스스로 찾아오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시중은행들은 생산성이 떨지는 지역에서 오프라인 지점을 철수하며 경영 효율화를 상시적으로 도모하고 있다.
DGB금융은 2017년 DGB생명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고,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해 우리금융이 아직 구축하지 못한 증권·보험 비즈니스를 나름 갖추고 있다. M&A는 PMI(인수후통합과정)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 그룹 경영 성과 안정화에 비은행부문이 충분한 시너지를 내고 있는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수 후 수년이 지난 증권·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들이 DGB금융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균형성장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 부족하다면 바꿔야 할 전략이 무엇인지 투자자들은 궁금해한다. 하지만 아직 시장은 충분한 답을 듣지 못한 것 같다. 7월 14일 기준 DGB금융은 PBR 0.22배로 은행계 지주 최하위 수준이며 경쟁사 JB금융의 0.55배에 비해서도 뒤처진다.
전략은 당장 닥친 난관을 모면하거나 순위 경쟁에서 앞서기 위한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시중은행 전환이 DGB금융을 다른 금융사들과 본질적으로 차별화하고 회사 존재 이유를 명확히 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으로 작동할 때 성공한 전략이 된다. DGB금융을 강건하게 만들 다른 전략을 좀 더 고민해야 한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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