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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어라운드’ 기대감, 그룹 고배당 기조 동참하나 I HD현대중공업③

Numbers 2023. 9. 23. 11:10
CFO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조선 업황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HD현대중공업의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수주 성과를 기반으로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덩달아 HD현대그룹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배당성향 강화 추세에 동참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HD현대중공업은 그간 재무 안정화와 조달에 집중했지만 아직 배당은 시행하지 않고 있다.

HD현대그룹은 지주사인 HD현대를 비롯한 계열사 전반에 걸쳐 배당을 늘리는 추세다. 이는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주주친화 경영을 기반에 두고 있다. 올해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HD현대중공업 CFO(최고재무책임자) 강영 부사장의 선택을 놓고 관심이 커지고 있다.

 

상반기 흑자전환, 배당 추진은 '시기상조'

 

HD현대중공업은 2021년 유가증권(코스피)시장 상장에 성공했지만 지금까지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2010년대부터 이어진 조선업계 불황의 여파로 적자가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코스피시장에 상장한 2021년부터 연결기준 영업손실 8003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고 이듬해에도 영업손실 2892억원을 인식했다. 

주주환원도 결국 넉넉한 곳간에 나오는 셈이다. CFO인 강 부사장은 회계·원가 전문가로 입지를 굳힌 만큼 무엇보다 재무 건전성 강화에 우선순위를 두는 양상이다. HD현대중공업의 배당 재원이 되는 연결기준 이익잉여금은 상장전인 2020년말 마이너스(-) 5051억원으로 결손금 상태였다.

결국 이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자본잉여금 2조5000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를 통해 상장을 앞둔 상반기 말 이익잉여금은 1조6654억원으로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다. 여기에 회사채 발행과 기업공개(IPO)를 잇따라 성사시키면서 유동성을 확보했다.

 

강영 HD현대중공업 재경본부장(사진=HD현대중공업 제공)

 

그럼에도 배당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다. 2년 연속으로 적자를 내면서 1조원을 넘기던 이익잉여금도 감소세를 보였고, 지난해말 기준으로 8454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27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3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이 같은 실적 개선세는 선박 수주 확대에 따른 건조물량 증가와 단가 상승, 엔진사업의 수익성 개선 등에 기반하고 있다. 고무적인 부분은 수익 규모가 꾸준히 늘어난다는 점이다. 상반기 연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36.7% 증가한 5조6973억원으로 집계됐다.

강 부사장의 입장에서 선가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세가 이어진다면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도 검토할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시기상조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우선 상반기 흑자전환을 뜯어보면 1분기는 적자로 2분기 성과에 기댄 측면이 크다. 또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창출 흐름을 만들더라도 당장은 ‘친환경’으로 대표되는 신규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연구개발(R&D) 투자가 우선순위에 있다는 분석이다.

 

HD현대그룹 '공격적 배당 정책' 눈길

 

HD현대중공업의 배당 여부에 관심이 커지는 배경에는 HD현대그룹의 공식적인 정책을 찾아볼 수 있다. HD현대그룹은 앞서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2018년 8월 주주친화 경영을 내세웠다. 중장기적으로 지주사 70%, 상장 계열사 30% 이상으로 배당성향을 유지하겠다는 정책을 공표했다. HD현대중공업 역시 언젠가는 이 같은 배당 정책에 동참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주사인 HD현대는 꾸준한 배당을 확대하며 이 같은 전략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발표한 중장기 배당정책을 통해 2025년까지 별도 재무제표상 순이익의 70% 이상 배당을 추진하고 2023년 2분기부터는 분기배당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2분기에 1주당 900원의 배당을 실시해 636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앞서 2021년도, 2022년도에는 각각 3922억원, 3251억원을 결산배당으로 지급했다.

HD현대그룹의 주요 계열사들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하는 양상이다. 자체적으로 영위하는 사업이 없는 지주사 입장에서 계열사로부터 받는 배당과 상표권 수입을 통해 배당 재원을 마련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최근 실적 성과가 좋은 건설기계 부문에서 배당 확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는 2021년부터 HD현대인프라코어는 2022년부터 결산 배당을 시행하고 있다. 다만 중간지주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아직 배당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산하 계열사가 배당에 나선 상황에서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면 마찬가지로 주주환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HD현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HD현대일렉트릭과 HD현대글로벌서비스가 지난해 배당을 추진했다. 회복세에 들어선 조선업 부문 계열사들은 시간이 필요하다.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와 HD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은 배당을 실시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다만 현대삼호중공업은 배당우선전환주식으로 꾸준히 배당을 진행하고 있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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