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벤처투자

개미들이 VC 보호예수 종료시점에 반응했다?

Numbers 2023. 12. 1. 15:57
벤처 생태계 이슈를 전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

 
“주식시장 일반 투자자들이 벤처캐피탈(VC)의 투자 방식에 적응하게 됐습니다”

지난주 한국벤처투자 벤처금융연구소(연구소)의 연구성과 발표회에 다녀왔는데요. 그날 나온 주제 가운데 하나가 ‘보호예수(의무보유) 종료 시점의 주가 추이로 살펴본 주식시장의 VC 투자 적응 현황’이었습니다. 올 1월에 연구소에서 완성했던 보고서 데이터를 다듬어 논문으로 나올 내용 가운데 일부를 공개했습니다.

보호예수는 기업의 상장 전 주식을 가지고 있던 투자자들이 기업이 상장하자마자 주식을 한꺼번에 털어내면서 주가가 떨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오버행 이슈 방지) 금융당국에서 일정 기간 해당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묶어 둔 것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투자자인 VC 주식 보호예수 기간은 일반적으로 투자 기업 상장 이후 1개월인데요. 권장사항이긴 해서 보통 경영권 안정과 기타투자자 보호 등을 목적으로 VC가 자발적으로 보호예수 기간 연장을 확약하기도 합니다.

기존 보호예수 종료 시점과 주가 추이 관련 연구는 있었는데요. 시기와 주체에 따라 변동이 있었지만 유의미한 일관성 없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당 주제로 연구소에서 연구를 진행한 이유는 2017년 이후 VC의 인지도가 높아졌기 때문인데요. 모태펀드 예산 증가로 1년 내내 출자사업이 이어졌고요. 상장한 VC도 많아졌고 2020년엔 공모주 열풍이 불고 드라마 스타트업이 인기를 끌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연구소에선 ‘VC 투자’와 ‘VC 외 투자’, 각각의 보호예수 종료 전후 주가 흐름을 과거(2015~2017년)와 최근(2020~2022년)으로 나눠 살펴봤는데요. 결과적으로 과거와 달리 최근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VC 투자의 보호예수 종료 전후 주가 반응이 나타났다는 건데요. 물론 어느 시점부터 주가가 하락하고 반등하는지 등 구체적인 반응은 더 연구돼야 하는 한계가 존재하지만요. 과거와 달리 VC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최근 주식시장 일반 투자자들이 VC 투자 방식에 대한 인지를 하고 있다는 결론입니다. 보호예수 종료 시점은 사실 증권신고서에 나오는 내용이기도 하고 최근 주식시장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 많이 공유되는 내용이기도 하죠.

이 연구의 시사점은 VC의 회수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과 거래소의 일괄적인 보호예수 부여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또 다른 고민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엑시트(투자금 회수) 수단으로 IPO(기업공개)를 활용하는 게 현재 국내 VC의 주요 비즈니스모델(80~90% 추정)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특례 상장 등이 이러한 VC의 엑시트를 더욱 쉽게 만들고 있고요.

투자업계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보호예수 기간을 길게 가져 가면 어떨 까요. GP(위탁운용사)인 VC 입장에서 리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투자한 펀드 만기가 다가와 청산해야 하는데 엑시트를 못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호예수 기간을 단계적으로 설정해 시장에 주는 충격을 완화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는데요. 이 경우는 다양한 기관투자자가 들어가 있는 경우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합니다. 투자 기간에 따라 좀 더 이른 시점에 투자한 VC는 엑시트를 먼저 할 수 있게 한다면요? 상장을 앞둔 기업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것이 주목적인 프리IPO(상장 전 투자) 펀드의 경우 그 의미가 무색해질 수 있는데요.

복잡하지만 일단은 주식시장 일반 투자자들이 VC의 보호예수 종료 시점을 인지하고 그에 과거와 달리 반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작해 장기적으로 고민해봐야 할 주제인 것 같습니다. 

“과거 주식시장 일반 투자자들은 VC 투자 방식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는데요. 이제 대중도 관련 정보에 어느 정도 친숙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VC가 장기적으로 수익률을 생각한다면 우리가 투자한 기업 주식은 보호예수가 풀리더라도 바로 팔지 않을 거라는 믿음과 주식이 오를 때까지 함께 갈 거라는 신뢰 등이 담긴 메시지를 주식시장 일반 투자자에게 전해야 하는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연구소에선 VC 수익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이처럼 관련 마케팅의 필요성도 언급했는데요. 이 또한 생각해 볼만한 과제 가운데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황금빛 기자 gold@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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