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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사건파일
KLI Investors LLC와 풋옵션 분쟁을 벌였던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국제중재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대법원 결정이 나왔다. 이는 1·2심과 동일한 판단이다.
지난달 대법원은 KLI가 신 회장을 상대로 낸 '중재판정 승인 및 집행결정' 소송에서 신 회장 측의 재항고에 대해 심리불속행 기각을 결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원심 판결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의 문제가 없어 재판부가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절차다.
앞서 국제중재에서는 신 회장이 KLI의 풋옵션 행사에 응할 의무가 없다는 등 신 회장에 유리한 판정이 나왔다. 그런데 중재 비용은 왜 부담해야 하는 걸까.
이를 알기 위해 양측의 분쟁부터 살펴봤다.
KLI 풋옵션 행사...신 회장 응하지 않자 '국제중재' 신청
KLI는 2007년 교보생명 지분(약 5.33%)을 매수하면서 신 회장과 주주 간 계약을 맺었다. 계약에는 '2012년 12월 31일까지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KLI는 신 회장에게 주식에 대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해당 기한까지 교보생명의 IPO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2018년 11월 KLI는 신 회장에게 주주 간 계약에 따른 풋옵션 행사를 통지했다. KLI와 같은 방식으로 교보생명 주식을 사들인 어피니티컨소시엄은 이미 신 회장에게 풋옵션을 행사한 상황이었다.
당시 KLI가 한 회계법인의 보고서를 토대로 신 회장에게 제시한 주식의 공정시장가격(FMV)은 1주당 39만7893원이었다.
하지만 신 회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KLI는 이듬해 신 회장을 상대로 국제상공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에 주식에 관한 매매대금 지급 등을 구하는 중재를 신청했다.
중재판정부 "신 회장, KLI 주식 매수 의무 없지만...중재비용 부담해야"
2022년 중재판정이 나왔다. 우선 중재판정부는 양측이 맺은 계약의 풋옵션은 '대한민국 법상 유효하고 집행 가능하며 구속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KLI가 행사한 풋옵션 역시 계약에 따라 유효하다고 했다.
하지만 신 회장이 해당 풋옵션 행사 가격에 KLI 주식을 매수할 의무는 없다고 봤다.
결정문에 담긴 중재판정 내용을 살펴본 법률사무소 파인의 이현송 변호사는 "풋옵션 행사 가격은 주주 간 계약 제7조에 근거해 회계법인의 가치평가보고서에 따라 결정하게 돼 있다"며 "KLI 측 회계법인의 보고서가 정확한 공정시장가격을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보고서에 제시된 풋옵션 행사가격은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 중재판정부의 관점"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KLI가 선임한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A씨는 교보생명 가치평가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어피니티컨소시엄의 의뢰를 받은 안진회계법인의 보고서를 그대로 이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중재판정부는 신 회장이 KLI에 대한 손해배상책임도 없다고 했다. 신 회장의 계약 위반과 KLI의 손해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신 회장이 계약에 따른 평가기관 선임 의무 등을 위반했다며 중재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결정문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①ICC 관리요금과 중재판정부의 보수 및 비용은 미화 100만 달러로 정한다. 이 금액은 신 회장이 전부 부담한다.
②신 회장은 KLI가 ICC 관리요금 및 중재판정부 보수 및 비용으로 선지급한 분담금 미화 50만 달러를 KLI에 상환하라.
③신 회장은 KLI의 정당한 변호사 보수 및 비용 미화 약 564만 달러를 부담하고 그 금액을 KLI에 지급하라.
정리하면 신 회장은 'ICC 관리요금 및 중재판정부 보수'로 50만 달러, '변호사 보수'로 약 564만 달러를 지급하라는 취지다.
이 변호사는 "통상 국제중재에서는 양 당사자가 절차 개시에 앞서 중재기관(여기에서는 ICC)에 중재비용을 분담해 예치해 둔다"며 "이 사건에서는 당사자가 각각 50만 달러를 예치해 둔 상황으로 신 회장이 KLI 측에 50만 달러를 상환(②)해 '①'을 이행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제중재판정이 우리나라에서 집행력을 갖기 위해서는 중재법에 따라 국내 법원의 승인 및 집행결정이 필수적"이라며 "법원의 집행결정으로 강제집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법원의 승인 및 집행결정은 '중재판정 승인 및 집행결정'을 통해 가능하다. KLI도 중재판정 이후 이를 신청했다.
<다음 편에 계속>
박선우 기자 closel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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