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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산업의 자회사 스타키스트가 소송 결과 3년간 3000억원의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자금조달 여력에 관심이 쏠린다. 스타키스트와 동원산업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이 합의금 규모를 웃돌고, 소송에 대비한 충당금도 마련한 만큼 재무부담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합의금이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만큼 모회사인 동원산업의 실적이 악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16일 동원그룹에 따르면 동원산업 자회사인 미국 스타키스트는 지난 13일 미국 개별소비자집단과 직거래소상공인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따라 2억1900만달러(약 3000억원) 규모의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손해배상 합의금은 오는 2027년 6월까지 분할 지급하면 된다. 스타키스트는 미국의 최대 참치캔 제조 회사로 2008년 동원산업에 인수된 후 미국 시장에 참치통조림을 판매하고 있다.
이번 합의로 약 10년간 이어진 스타키스트의 가격담합 관련 법적 분쟁이 종결됐다. 앞서 스타키스트는 2015년 미국 내 동종 업체와 가격담합을 공모한 혐의로 법정 최고형인 벌금 1억달러(약 1358억원)가 선고됐다. 이 사건으로 미국 대형마트 등 소비자가 회사에 집단소송을 제기했고, 이번 합의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번 합의로 모기업인 동원산업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원산업은 스타키스트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연간 약 1000억원의 비용이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되면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동원산업의 당기순이익이 지난 3년간 3150억원, 2965억원, 2722억원으로 감소하고 있어 부담이 커진다. 스타키스트의 영업손실도 불가피하다.
다만 스타키스트에 자체 자금조달 여력이 있어 재무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원그룹에 따르면 스타키스트는 현금 등 가용자금으로 2억1300만달러(약 2894억원)를 보유하고 있다. 소송과 관련해 5400만달러(약 733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마련했다. 상반기 기준 스타키스트의 부채비율은 91.1%로 양호하다. 통상 부채비율 100% 이하는 이상적, 200% 이하는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동원산업의 자금력도 탄탄해 자금 공급에 나설 수도 있다. 동원산업의 상반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813억원, 단기금융상품은 1613억원으로 합의금 규모를 웃돈다. 동원그룹은 우선 스타키스트의 가용자금과 충당금을 활용해 분할 지급할 방침이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동원산업의 자금이 투입될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타키스트의 사업실적도 긍정적이다. 스타키스트는 지난해 연매출 1조1250억원, 영업이익 1010억원의 호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도 매출 5632억원, 순이익 440억원을 달성했다. 현재 미국 참치통조림 시장에서 45%의 점유율로 1위를 유지하고 있어 단기간 내 재무안정성을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업황의 특성상 수익성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참치어업은 외부 요인에 따라 업황 변동이 심하기 때문이다. 라니냐 같은 기후변화로 어획량이 줄어들면 참치 가격이 올라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참치어업은 기후변화에 따른 어획량 변화, 소비 패턴, 환율 등 대외적인 영향을 많아 받는다"면서 "3000억원의 합의금은 상당한 금액이므로 실적에만 의존하기에는 리스크가 있다"고 지적했다.
동원그룹은 가격담합 사건이 마무리되면서 북미 시장에서 성장하기 위한 투자와 인수합병(M&A)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이번 합의로 미국 현지 소비자들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그룹 차원에서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유리 기자 yrle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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