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뚜기 글로벌사업본부장(부사장)으로 영입된 김경호 전 LG전자 부사장은 함영준 회장의 딸인 뮤지컬배우 함연지씨의 시아버지다. 글로벌 무대에서 K푸드 열풍이 불면서 국내 식품기업들이 차세대 먹거리를 확보하고 성장할 기회를 맞았지만, 오뚜기의 해외 사업 실적은 비교적 초라했다. 함 회장이 사돈에게 해외 개척을 맡겼다는 건 그만큼 글로벌 비즈니스에 대한 고민과 열망이 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김 부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오뚜기는 글로벌 무대에서도 우뚝 설 수 있을까.
글로벌 비즈니스 전문가, 구원투수 되나
김 부사장은 글로벌 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탁월한 비즈니스 역량을 보유했다는 평가다. 1964년생인 김 부사장은 서울 양정고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거쳐 카이스트(KAIST)에서 경영정보시스템(MIS)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30 컨설팅 업계에 종사하며 액센츄어타이완 지사장을 지냈고, 2009년 LG전자 입사와 동시에 정보전략팀장을 맡았다. 2018년 BS유럽사업담당, 2021년 B2B유럽사업담당 등을 역임하며 글로벌 사업 전문성을 쌓았다.
오뚜기는 이번 김 부사장 영입과 함께 기존 글로벌사업부를 ‘글로벌사업본부’로 격상했다. 현재 오뚜기 내 제조와 영업, 품질보증 등 소수의 핵심 조직들만 ‘본부’로 편제돼 있는 것을 고려할 때 함 회장의 회사 숙원과도 같은 해외사업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오뚜기는 해외사업 돌파구가 절실하다. 글로벌 무대에서 K푸드를 알리고 있는 경쟁사와 달리 국내 매출 비중이 수년째 90% 안팎에 달하며 '내수용 산업'이라는 과거 식품기업의 고질적 꼬리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만 봐도 오뚜기 3분기 누적 해외매출은 249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2% 감소했다. 같은 기간 경쟁사로 꼽히는 농심이 7418억원, 삼양식품이 5876억원의 해외 매출을 거둔 것과 차이를 보인다. 오뚜기 국내 매출이 13.1% 증가한 것 역시 희비가 엇갈리는 지점이다. 3분기 오뚜기 전체 매출 중 해외 시장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1.4%포인트 하락한 9.5%에 그쳤다.
효율성 제고 위한 ‘선택과 집중’, 식품 분야 적응이 관건
김 부사장으로부터 오뚜기가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데이터에 입각한 사업 효율성이 꼽힌다. 김 부사장은 LG전자 재직 시절부터 프로젝트의 실패 예상 요인과 성과 근거를 타당한 수치로 요구해 온 인물이다. LG전자 합류 후 보고해야 하는 정보전략팀의 프로젝트 기안지 분량이 2페이지 늘어날 정도로 분석적이고 꼼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성향을 기반으로 김 부사장은 베트남 시장에 우선적으로 '선택과 집중'할 전망이다.
베트남은 지난해 기준 연간 1인당 라면 소비량이 85개에 달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치로 그만큼 시장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오뚜기는 2007년 베트남 해외 법인을 설립했고, 2018년 하노이 인근에 진라면·열라면·북경짜장 등을 생산하는 박닌공장을 준공했다. 올해 8월엔 현지 공장 증설을 위해 베트남 법인에 1000만달러(약 129억원) 증자까지 실시하는 등 점유율 확보를 위해 주력하고 있다. 다만 3분기 현지 법인 매출은 508억원으로 전년 동기 526억원 대비 3.44% 감소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베트남에 박닌·빈증 등 생산 공장이 있기 때문에 김 부사장이 이를 중심으로 동남아 시장에 신경쓸 것”이라고 전했다.
김 부사장은 LG전자 BS유럽사업담당(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던 2019년 당시 회사로부터 프리미엄 제품 비중 확대는 물론, 체계적인 사업 인프라 구축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받은 바 있다. 그만큼 김 부사장이 오뚜기에서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메커니즘으로 글로벌 사업 판을 짤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다만 식품업계 경험이 전무한 김 부사장이 새로운 분야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김 부사장은 컨설턴트 시절부터 에이서(ACER)등 전기전자 및 제조 기업 ERP 컨설팅과 프로젝트를 주로 수행했고, 오뚜기 취임 직전까지 하이테크·IT 분야 B2B(기업 간 거래)를 담당하는 등 식품 유통과 판이한 분야에 몸 담아왔기 때문이다. 실시간 트렌드가 급변하는 식품 시장에서 김 부사장이 그간의 경력으로 어떤 시너지를 도출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오랜기간 IT분야에 몸 담은 김 부사장이 향후 오뚜기 글로벌사업에서 어떤 전략을 짜고,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그동안 김 부사장이 증명한 퍼포먼스가 있고, 가족 경영의 틀 안에서 신뢰를 얻고 있는 만큼 오뚜기 해외사업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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