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주주행동주의

HFR, 실적 부진에 주주행동주의까지…경영권 방어 문제 없나?

Numbers 2023. 12. 5. 09:21

정종민 에치에프알 대표. (사진=HFR 홈페이지)


통신 장비 기업 에치에프알(이하 HFR)이 수출 감소 영향으로 올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소액주주연대가 주주명부 열람 및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HFR이 주주와의 소통이 부족하단 이유에서다.

HFR은 2000년 SK텔레콤(SKT)의 사내 벤처에서 독립 출범한 회사로 유·무선 정보통신기기를 개발·제조한다. Mobile Access(이하 모바일) 부문, Broadband Access(이하 브로드밴드) 부문 등 크게 두가지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모바일 부문은 프론트홀 전송장비와 인빌딩 중계장비, 브로드밴드 부문은 LAN 서비스에 주로 쓰이는 스위치, xDSL(디지털가입자회선) 관련 제품, 와이파이 AP(무선공유기) 등이 주력제품이다.

HFR 주주연대는 지난달 23일 회사를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엄진선씨는 해당 소송을 통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최신의 주주명부와 최근 3개년 정기주주총회 의사록의 열람 및 등사를 허용할 것을 요청했다. 회사 측은 공시를 통해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HFR 소액주주들은 주주소통 플랫폼 헤이홀더와 함께 주주연대를 구성해 사측 압박에 나서고 있다. 헤이홀더에 따르면 현재(4일 기준) 소액주주 연대의 주식 비율은 12.7%(171만2985주)이며 보유자수는 531명이다.

HFR 주주들이 연대를 구성해 행동에 나선 배경으로는 HFR의 IR(investor relations) 소통의 부재와 주가 하락이 손꼽힌다. 소액주주들은 HFR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향후 성장 전망이 긍정적임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폐쇄적인 IR 방식으로 시장과 소통하지 않는 탓에 기업 가치가 떨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종가 기준 HFR의 주가는 1만8490원으로 52주 최저가인 1만7680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HFR은 3분기 기준 대주주 정종민 대표 및 특수관계자의 지분율이 30.23%로 대주주의 지배력이 막강한 회사는 아니다. 소액주주 비율은 59.08%이며 현재 연대로 결집한 비율이 12.7%인 점을 고려하면 경영권을 방어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고 볼 순 없다. 게다가 HFR은 3분기 기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947억원으로 실탄이 넉넉한 상황도 아니다.

현재 HFR의 시가총액은 약 2500억원이다. 소액주주연대가 대주주의 지분율과 비슷한 수준까지 18%가 필요하다. 단순 계산으로 환산하면 약 450억원이다. HFR은 통신 업계에서 이음5G 등 유망한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어 성장 가능성은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행동주의펀드들의 타깃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HFR 연결실적 추이. (자료=HFR 실적자료)


HFR이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운 이음5G는 특정 기업 및 기관이 일정 공간에서 원하는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맞춤형 네트워크를 말한다. 이음5G는 제조, 의료, 학교 등 5G 네트워크가 필요한 버티컬(특정 상품이나 서비스에 특화된 시장) 영역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HFR은 한국, 미국, 일본, 말레이시아, 유럽 시장의 사업자 및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 활동을 넓혀나가고 있다.

HFR은 지난 2022년 연결기준 매출 3663억원, 영업이익 902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77.5%, 313.8% 증가한 규모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도 24.6%로 전년(2021년) 10.6% 대비 14%P 증가했다. 지난해 일본 후지쯔를 파트너사로 삼고 미국 통신 시장 1, 2위 사업자 버라이즌과 AT&T에 5G 프론트홀을 납품하면서 미국향 매출이 증가한 영향이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기세가 꺾였다. HFR은 3분기 누적 연결기준 매출 1050억원, 영업손실 5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1% 감소했으며, 영업이익도 적자전환했다. 실적 부진의 이유로는 미국, 일본 등 고객사 재고조정으로 인한 수출물량 감소가 꼽힌다. HFR의 3분기 누적 수출은 347억원으로 전년 동기(2145억원) 대비 83.8% 급감했다.

다만 수주잔고 현황을 살펴보면 HFR의 업황이 회복세로 돌아섰음을 엿볼 수 있다. HFR의 수주잔고는 올해 1분기 481억원으로 최저점을 기록한 뒤, 2분기 519억원, 3분기 650억원으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가 실적 저점을 다지는 기간이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김수민 기자 k8silverxyz@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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